대형시설로는 아이들 아픔 보듬기 어려워 … "입양·대안가정으로 가는 게 순리"
#가현(가명)이는 지난 해 10월쯤 서늘한 가을 바람이 부는 저녁 무렵 서울 강서구 목동 어느 공원 숲에서 버려진 상태로 발견됐다.
주민의 신고를 받은 119대원이 가현이를 즉시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다행히 가현이는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 덕에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태어난지 8개월인 어린핏덩이는 이름도 부모도 확인 할 수 없었다.
서울아동복지센터의 전문상담자가 여러 상황을 고려 보육시설로 보내기로 결정했고 가현이는 관악구 상록보육원 식구가 됐다. 가현이가 처음 보육원에 왔을 때 담당 선생들은 "이 아이가 잘 버텨 낼 수 있을까"라며 조마조마 했다. 보육원에서 돌을 보낸 가현이는 이제 걸음마를 뗐을 정도로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월 초 쯤 상록보육원이 연 여름캠프에서 아이들이 장기 자랑을 벌이고 있다. 사진 상록보육원 제공
부청하(69) 상록보육원장은 "가현이를 보면 '4·3' 고아로 자랐던 내 아픈 기억이 난다"면서 가현이에게 자신과 같은 성을 붙여 줬다.
1950년 6·25 전쟁이후 50년 넘게 한국사회 아동복지의 큰 축을 담당해 왔던 아동복지시설이 안팎으로 개선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국가 아동복지정책 방향이 탈시설화와 대안가정 확대로 바뀌어 가고 있는 탓이다. 특히 2003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시설입소아동을 가정환경속으로 재통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룹홈을 확대하고 위탁가정에 대한 재정지원과 상담·지원제도를 늘리도록' 권고했다을 정도다. 이제 '대규모 시설과 많은 보호 아동수'로 대변되던 아동복지시설은 '소규모 시설과 적은 보호아동 수'라는 아동복지 슬로건으로 바뀌었다. 왜일까.
◆늘어나는 유지비용 지원 못 미쳐 =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아동(0세~18세이하)이 1만7119명이 전국의 280여개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양육 받고 있다.
이는 전체 보호아동의 49.1%에 달하는 것으로 2009년에 비해선 3.9%포인트 늘었다. 이 가운데 법인양육은 238개소 1만5787명으로 집계됐고 개인시설 25개소 340명, 보호치료시설은 11개소 495명, 일시보호시설 14개소 402명, 18세 이상이 기거하는 12개소 235명, 종합시설 3개소 131명, 직업시설 2개소 69명 등의 순이다. 보호아동 수 기준으로 30명이 넘는 보호시설은 242곳이며 규정상 아동 10명당 2명의 보육사를 채용해야 한다. 이런 대규모 시설과 인원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지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장은 항상 부족하다며 불만이다.
한국아동복지협회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아이들 양육비가 현실에 맞춰져 있지 않다"면서 "전기요금, 가스비, 식재료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시대에 맞는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인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아동복지협회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은 보육담당자의 질적 수준과 노력에 의해 많이 좌우한다" 면서 "하지만 현재의 저임금 수준으로는 보육직원을 추가로 채용하기 턱없이 부족하고 2014년까지 공무원 수준으로 맞춘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이다"고 밝혔다.
◆구조상 심리 안정 및 자립 교육 어려워 = 버림받는 아이들은 줄지 않고 있는데 이런 보육시설 환경에서 온전한 성장과 학습 증진 노력을 통해 자립적인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 원장은 "과거 전쟁고아 등 빈곤시기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이혼 등 가정해체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마음의 상처가 크다" 면서 "먹고 입고 하는 여건은 좋아졌으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많고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3세미만의 아이들이 많은 성로원아기집 김종찬(75)원장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 없이 아이들끼리만 모여 생활하다가 나이 들어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고 할 때 심리적인 방황이 크다"며 "복지시설에서만 정서를 안정시키는 노력은 힘겹다"고 토로했다. 이 무성(59·여) 혜명보육원 원장은 "사교육 등 경쟁이 극심해진 환경에서 아이들의 교육수준을 높여서 자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보육원에서 별도로 교육을 시킬 여유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동복지시설의 보완과 변신 = 갈수록 탈시설화되고 있는 국가 보호아동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보호아동의 절반을 맡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의 변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성로원아기집 원장은 "보육원에서 일시적으로 잘 돌 본 후에 입양이나 대안가정으로 옮겨 가는 게 순리"라면서 "아이들을 일반 가정과 연계해서 일정기간 만남을 이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아이들의 정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온전한 가정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체계를 자체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 담당자는 "정부차원에서 구체적인 큰 그림은 아직 잡혀 있지 않다"면서도 "많은 연구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기존의 아동복지시설을 자립·직업시설, 치료시설 등전문기능시설로 혹은 노인복지시설로의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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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신고를 받은 119대원이 가현이를 즉시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다행히 가현이는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 덕에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태어난지 8개월인 어린핏덩이는 이름도 부모도 확인 할 수 없었다.
서울아동복지센터의 전문상담자가 여러 상황을 고려 보육시설로 보내기로 결정했고 가현이는 관악구 상록보육원 식구가 됐다. 가현이가 처음 보육원에 왔을 때 담당 선생들은 "이 아이가 잘 버텨 낼 수 있을까"라며 조마조마 했다. 보육원에서 돌을 보낸 가현이는 이제 걸음마를 뗐을 정도로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월 초 쯤 상록보육원이 연 여름캠프에서 아이들이 장기 자랑을 벌이고 있다. 사진 상록보육원 제공
부청하(69) 상록보육원장은 "가현이를 보면 '4·3' 고아로 자랐던 내 아픈 기억이 난다"면서 가현이에게 자신과 같은 성을 붙여 줬다.
1950년 6·25 전쟁이후 50년 넘게 한국사회 아동복지의 큰 축을 담당해 왔던 아동복지시설이 안팎으로 개선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국가 아동복지정책 방향이 탈시설화와 대안가정 확대로 바뀌어 가고 있는 탓이다. 특히 2003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시설입소아동을 가정환경속으로 재통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룹홈을 확대하고 위탁가정에 대한 재정지원과 상담·지원제도를 늘리도록' 권고했다을 정도다. 이제 '대규모 시설과 많은 보호 아동수'로 대변되던 아동복지시설은 '소규모 시설과 적은 보호아동 수'라는 아동복지 슬로건으로 바뀌었다. 왜일까.

이는 전체 보호아동의 49.1%에 달하는 것으로 2009년에 비해선 3.9%포인트 늘었다. 이 가운데 법인양육은 238개소 1만5787명으로 집계됐고 개인시설 25개소 340명, 보호치료시설은 11개소 495명, 일시보호시설 14개소 402명, 18세 이상이 기거하는 12개소 235명, 종합시설 3개소 131명, 직업시설 2개소 69명 등의 순이다. 보호아동 수 기준으로 30명이 넘는 보호시설은 242곳이며 규정상 아동 10명당 2명의 보육사를 채용해야 한다. 이런 대규모 시설과 인원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지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장은 항상 부족하다며 불만이다.
한국아동복지협회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아이들 양육비가 현실에 맞춰져 있지 않다"면서 "전기요금, 가스비, 식재료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시대에 맞는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인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아동복지협회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은 보육담당자의 질적 수준과 노력에 의해 많이 좌우한다" 면서 "하지만 현재의 저임금 수준으로는 보육직원을 추가로 채용하기 턱없이 부족하고 2014년까지 공무원 수준으로 맞춘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이다"고 밝혔다.
◆구조상 심리 안정 및 자립 교육 어려워 = 버림받는 아이들은 줄지 않고 있는데 이런 보육시설 환경에서 온전한 성장과 학습 증진 노력을 통해 자립적인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 원장은 "과거 전쟁고아 등 빈곤시기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이혼 등 가정해체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마음의 상처가 크다" 면서 "먹고 입고 하는 여건은 좋아졌으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많고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3세미만의 아이들이 많은 성로원아기집 김종찬(75)원장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 없이 아이들끼리만 모여 생활하다가 나이 들어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고 할 때 심리적인 방황이 크다"며 "복지시설에서만 정서를 안정시키는 노력은 힘겹다"고 토로했다. 이 무성(59·여) 혜명보육원 원장은 "사교육 등 경쟁이 극심해진 환경에서 아이들의 교육수준을 높여서 자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보육원에서 별도로 교육을 시킬 여유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동복지시설의 보완과 변신 = 갈수록 탈시설화되고 있는 국가 보호아동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보호아동의 절반을 맡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의 변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성로원아기집 원장은 "보육원에서 일시적으로 잘 돌 본 후에 입양이나 대안가정으로 옮겨 가는 게 순리"라면서 "아이들을 일반 가정과 연계해서 일정기간 만남을 이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아이들의 정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온전한 가정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체계를 자체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 담당자는 "정부차원에서 구체적인 큰 그림은 아직 잡혀 있지 않다"면서도 "많은 연구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기존의 아동복지시설을 자립·직업시설, 치료시설 등전문기능시설로 혹은 노인복지시설로의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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