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신'과 '삼포시대'를 아시나요? 며칠 전 청강한 포럼 소제목이다. 조 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시대 왜 진보인가' 제하의 강연에서 한국의 20~30대는 '청년실신'이고 '삼포세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실신의 '실'은 실업자이고 '신'은 신용불량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포는 '결혼·직장·집 포기'라고 소개했다.
조 국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20대는 사교육에 절어 살다가 대학에 들어와서는 등록금 때문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청년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이고 어렵게 취직해도 비정규직이다. 30대의 경우 연애·결혼·출산·주택 포기이다. 결국 기성세대를 증오하게 된다는 것이다.
20~30대가 기성세대를 증오하고 집권층에 등을 돌리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중산층의 해체와 불안이 있다. 조 교수는 승자독식과 약육강식, 부와 지위의 부당세습사회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 교수는 강조한다. 20대의 분노의 저변에는 '반값등록금' 대선 공약이 사라지고 대학등록금이 계속 상승한 탓도 있다고.
'청년실신'과 '삼포시대'를 아십니까?
대학등록금 1000만원시대다. 이는 OECD 2위다. 사실 '반값등록금'은 야당이나 시민단체 주장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그러나 그 공약은 빈 공약이었다. 이 대통령은 "공약한 적이 없다"며 잡아뗐다. 하지만 지난해 봄 '반값등록금'이 최대이슈로 등장한 이후 한나라당도 다시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못믿을 것이 정치인이고 정치권인가. 한나라당은 슬며시 '반값등록금' 약속을 거두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는 대학등록금을 5% 인하하고자 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반값'이 5%로 변경된 것이다.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선 내년 예산안에 4~5조원이 필요한데 불과 1조5000억원으로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고 비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립대가 '반값등록금'을 확정했고 충북의 경우 도립대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심지어 강원도는 도립대의 단계적 무상교육 추진을 밝혔다.
내년 1학기 대학등록기간은 총선을 눈 앞에 둔 시점이다.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반값등록금' 실현 여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무늬만 반값'일 경우 내년 봄 이슈로 등장해 사회를 시끄럽게 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사립대학 등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50% 인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부 사립대학의 경우 적립금을 엄청나게 쌓아놓고 장학금은 조금 지급하는 데다 방만하게 운영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많은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의 경우 경쟁력이 없어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다. 그런 만큼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사회여론에 부응해 대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크게 줄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방 국립대의 반값등록금 실현이다. 1980년대만 해도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지방 유수의 국립대는 서울의 사립 유명대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가져 우수 학생이 이들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거의 모든 우수학생은 서울로 몰린다. 국립대 등록금이 오르면서 우수학생들이 지방 국립대를 외면하고 서울로, 서울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결국 지방대 졸업생의 충원을 꺼리면서 지방 균형발전에도 크게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거점 지방국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중요한 것은 당국의 의지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시립인 서울시립대가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에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국립대 '반값등록금'은 가능하다. 수도권 집중완화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지방국립대 육성이 시급한 만큼 거점 국립대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노력은 절실하다.
박원순 시장은 '토건' 예산을 줄이고 '복지' 예산을 늘여 박수를 받았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토건'예산을 줄일 경우 '반값등록금' 등 '교육'과 '복지'예산을 늘여 국민 박수를 받을 수 있다.
OECD 2위인 대학등록금은 20·40세대 분노의 시발인지도 모른다. 정치권과 교육당국 그리고 사립대학은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해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청년실신'과 '삼포세대'라는 신조어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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