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크래시코스’] ‘미국판 미네르바’의 경고

지역내일 2011-10-28
윤재석 국제전략연구소장

'경제성장은 꼭 필요하지도 좋지도 않은 것'이란 단언을 들어봤는가! BO(Before Oil), AO(After Oil)은 또 어떤가 여기에다 '지속불가능한 미래(unsustainable future)에 시선이 이르면…

이 모든 게 그리 새로운 담론은 아니다. 그런데 이게 한 자리에 모여 있다면 게다가 책 제목 또한 아리송하다. 크래시코스(부제: 경제·에너지·환경의 불확실한 미래).

물론 제목에서 대략 단초를 잡을 수는 있다. 바로 지속불가능성으로부터 살아남기에 관해 고민한 책일 것이라는 걸. 책은 지금 전 세계가 총체적으로 직면한 위기를 경제(Economy)·에너지(Energy)·환경(Environment)라는 3E의 통합적 시각에서 천착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안을 담고 있다. 일종의 미래 예측서다. 아니 심각하게 전개되는 종말론적 묵시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우울하다.

그럼에도 내용이 재미있는 건 이 책이 한 학자의 책상물림적 발상이 아니라, 스스로 부닥친 체험에 기반하여 쓰였다는 점. 저자는 앞으로 20년간 우리는 지난 20년과는 완전히 다른 위기에 처할 것이며, 이를 감지해 하루라도 빨리 적절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전 세계인의 삶이 송두리째 위협받는 경제 대 몰락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크래시코스라는 거다.

그 근거로 기하급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를 상정했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통화 시스템, 눈앞에 다가온 피크오일(석유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었다가 특정 시점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파국), 명확한 대체에너지도 없이 가장 1차적 부(富)라고 할 지구환경(토양, 물, 수산자원 등)까지 최악의 오염 상태에 빠진 현실 등을 조목조목 짚어서 설명한다.

우선 통화시스템의 붕괴. 저자는 제12장 '파괴적인 통화 발행'에서 2010년대를 국가 부채 붕괴의 시대로 명명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발발하자, 선진국 정부 대다수가 거품 경제 유지를 위해 케인스(Keynes) 식 경기 부양책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 안정을 위해 부채 수준을 사상 최대 규모로 높임으로써 스스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격이다. 더욱이 그 부채가 언젠가는 청산해야 할 멍에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사례를 제9장 '부란 무엇인가?'에서 밀도 있게 설명한다. "수조 달러에 이르는 부담을 지고도 이를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은 연방정부만이 아니다. 주와 시 역시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 부채와 부담을 모두 합하면 GDP보다 10배 이상 많은 액수에 이른다. 한 국가가 이토록 엄청난 빚더미 속에서 우아하게 벗어날 수 있었던 사례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있었던가? 전무하다."

저자는 세계경제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이유를 에너지와 환경 문제에서 찾아내 조목조목 밝힌다. 그러면서 그는 본격적인 예언을 쏟아놓는다. 대표적인 게 2015년부터 현실화된다는 피크오일. 세계 역사를 석유 이전(BO)과 석유 이후(AO)로 구분할 만큼 우리 삶 거의 모든 곳을 장악한 화석연료, 하지만 그로 인해 석유의 족쇄가 되어버린 인류. 국제사회가 이같은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선진국 중에서 이에 대한 제2의 대안(플랜 B)를 수립한 국가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고 단언한다.

여기에 지구로부터 물려받은 물, 토양, 수산자원 등 천혜의 환경자원들까지 심각한 오염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과속 성장을 위해 환경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영양소가 충분한 토양 1인치가 생성되는 데는 무려 100년이 걸린다. 그런데 이 토양이 훨씬 빠른 속도로 소실되고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전 세계가 물 부족 현상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물 사용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인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들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인류는 과연 성장을 멈추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의 불길한 예언이 맞는다면 앞으로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 맞닥뜨릴 위기는 총체적이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쓰나미로 지구를 덮칠 것이다. 경제 위기에 에너지?환경 문제까지 한꺼번에 덮치면 온 세상이 암흑기에 접어드는 블랙아웃, 식량쇼크, 경제난민의 속출 등이 SF영화가 아닌 리얼 시추에시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책으로 쓰인 게 아니다. 전 세계 청중에게 제공된 동영상 경제강의 '크래시 코스'를 엮은 것이다. 2008년 3월, 저자의 이름을 딴 웹사이트(ChrisMartenson.com)를 통해 공개된 크래시코스는 동영상이 제공되는 내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도 잠시 밝혔듯 미래학자인 저자가 이 책을 머리만 굴려 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듀크대 병리학박사 출신 과학자에서 기업가로 변신, 미국 대기업 SAIC의 부사장 자리에 있었던 그는 새로운 밀레니엄까지만 해도 코네티컷 주 해안가에 마련한 대저택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며 스스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여피(Yuppie)였다. 고액 연봉에 투자한 주식은 자고나면 황금을 낳는 거위였다.

그러다 2001년 추락하는 주식 시장과 그 와중에도 낙관론만을 고집하는 주식 컨설턴트들로부터 위기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끼고 전격 변신, 자본주의의 모순을 발가벗기기 시작했다. 생각 뿐 아니라 삶 자체도 엄청나게 탈바꿈했다. 현재 그는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한 시골마을에서 아내 베카와 세 자녀와 함께 산다. 그곳에서 전보다 덜 소유하고 덜 일하면서, 그리고 이웃과 더 친밀하게 지내고 더 탄력적이고 더 독립적인 생활방식을 영위하며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자족해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암담한 미래만 한탄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다소 비관적일지언정 미래에 관한 예측가능한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세계인들이 다함께 그 위험 수준을 낮추고, 위기를 통제하고, 나아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 나서기를 권하는 쪽으로 독자를 유도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의 20년이 이전의 20년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세계를 더없이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우리 삶이 더 균형 있고 더 탄력적이며 더 지속 가능해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지금 살고 있는 방식이 그 증거에 다름 아니다. 기회가 언제나 위기와 함께 찾아오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책 제목과 관련한 담론 하나 짚고 넘어가자. 크래시 코스(crash course)는 영어 관용 표현으로는 '단기 집중특강'을 뜻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으로 보아선, 두 단어의 조합을 직역한 '(지구 혹은 경제) 붕괴 과정' 쯤으로 해석하는 것이 어떨까. 물론 저자의 진의는 잘 모른다.

미래의창

크리스 마틴슨 지음/이은주 옮김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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