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
"건설과 조선이 생각보다 안 좋다. 시간이 흐르면 좀 나아지지 않겠나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이 최근 몇몇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우려다. 올해 은행들이 사상최대 수익을 올리는듯 겉으로는 호황을 구가하는듯 싶으나 실제 내막을 들여다보면 얼음 위를 걷듯 아슬아슬하다는 것이다. 최근 자금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몇몇 그룹들의 실명도 우려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는 "요즘 몇몇 은행들이 거액의 명퇴금을 내걸고 명예퇴직을 시작한 것도 내년이후 혹한기를 대비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년 전 정부의 요구로 만기연장을 해준 건설업체와 조선업체 등의 만기연장을 은행들이 더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임계점에 도달한 서민 가계대출의 부실화도 걱정했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좋지 못하리라는 건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자칫하다간 내년에 그동안 타이머를 늦춰놓은 부실폭탄들이 곳곳에서 연쇄 폭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불길한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골프장 연쇄도산 위기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는 경기 가평베네스트와 남촌의 회원권 값은 2007년 초(17억~19억원)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7억원대에 거래되고 있고, 13억5000만원이던 렉스필드는 6억1000만원까지 주저앉았다. 경영난에 시달리다 매물로 나온 골프장만도 20여 곳이다.
IMF사태 직후인 1998년(-13.8%)을 제외하고 전년 대비 최고 24.7%의 증가세를 보이던 골프장(회원제) 내장객 수가 2009년 1823만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기 몰락 여파, 골프회원권 폭락
지난해 2.6% 줄어든 1776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엔 6월 말 현재 774만명에 불과해 1600만명을 넘기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골프장들이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을 견디지 못해 줄도산했던 만큼, 국내 골프장들도 최근 확산 조짐을 보이는 입회금 반환 요구에 대비하지 못할 경우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는 전문가 우려도 나왔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중소기업 몰락이다. 골프장의 최대 수익원은 중소기업의 접대골프다. 그러나 기업 양극화로 중소기업들이 벼랑끝에 몰리면서 접대골프를 줄이다보니 골프장이 부메랑을 맞게 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양극화가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후폭풍을 몰고오는 형국이다.
골프 회원권값만 폭락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림값도 폭락에 폭락을 거듭, 반에 반토막이 나고 있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폭등을 거듭하던 투기대상이었다. 거품이 급속히 빠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거품 파열이 90년대 일본의 부동산거품 파열 때와 동일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거품 대폭발의 사전징후라는 주장이다.
이렇듯 돌아가는 상황은 위태위태하다. 양지에서는 몇몇 수출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사상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으나, 음지에서는 신음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최근 선거에서 폭발했듯 음지에 몰린 20~40대와 자영업자 등의 분노는 임계점에 도달한 양상이다. 당연히 사회적·정치적 불안전성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높아지고 있다.
위기 구조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한 예로 무주택 국민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는 전세난만 해도 이를 전세자금 대출 등으로 풀려는 건 하책 중에서도 하책이다. 전세난의 주범은 저금리이기 때문이다.
폭풍우 땐 선장과 갑판장 잘 뽑아야
은행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다 보니, 돈 있는 사람들이 앞다퉈 은행에서 돈을 빼내 임대시장에 몰려들어 전세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내년은 선거의 해다. 총선이 있고 대선이 있다. 위기가 연쇄적으로 도래할 향후 수년간 한국을 책임질 일꾼들을 뽑아야 한다. 정말 잘 뽑아야 한다. 차가운 눈으로 선택해야 한다. 폭풍우 속을 헤쳐가려면 제대로 된 선장과 갑판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 편집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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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과 조선이 생각보다 안 좋다. 시간이 흐르면 좀 나아지지 않겠나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이 최근 몇몇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우려다. 올해 은행들이 사상최대 수익을 올리는듯 겉으로는 호황을 구가하는듯 싶으나 실제 내막을 들여다보면 얼음 위를 걷듯 아슬아슬하다는 것이다. 최근 자금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몇몇 그룹들의 실명도 우려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는 "요즘 몇몇 은행들이 거액의 명퇴금을 내걸고 명예퇴직을 시작한 것도 내년이후 혹한기를 대비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년 전 정부의 요구로 만기연장을 해준 건설업체와 조선업체 등의 만기연장을 은행들이 더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임계점에 도달한 서민 가계대출의 부실화도 걱정했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좋지 못하리라는 건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자칫하다간 내년에 그동안 타이머를 늦춰놓은 부실폭탄들이 곳곳에서 연쇄 폭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불길한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골프장 연쇄도산 위기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는 경기 가평베네스트와 남촌의 회원권 값은 2007년 초(17억~19억원)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7억원대에 거래되고 있고, 13억5000만원이던 렉스필드는 6억1000만원까지 주저앉았다. 경영난에 시달리다 매물로 나온 골프장만도 20여 곳이다.
IMF사태 직후인 1998년(-13.8%)을 제외하고 전년 대비 최고 24.7%의 증가세를 보이던 골프장(회원제) 내장객 수가 2009년 1823만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기 몰락 여파, 골프회원권 폭락
지난해 2.6% 줄어든 1776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엔 6월 말 현재 774만명에 불과해 1600만명을 넘기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골프장들이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을 견디지 못해 줄도산했던 만큼, 국내 골프장들도 최근 확산 조짐을 보이는 입회금 반환 요구에 대비하지 못할 경우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는 전문가 우려도 나왔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중소기업 몰락이다. 골프장의 최대 수익원은 중소기업의 접대골프다. 그러나 기업 양극화로 중소기업들이 벼랑끝에 몰리면서 접대골프를 줄이다보니 골프장이 부메랑을 맞게 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양극화가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후폭풍을 몰고오는 형국이다.
골프 회원권값만 폭락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림값도 폭락에 폭락을 거듭, 반에 반토막이 나고 있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폭등을 거듭하던 투기대상이었다. 거품이 급속히 빠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거품 파열이 90년대 일본의 부동산거품 파열 때와 동일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거품 대폭발의 사전징후라는 주장이다.
이렇듯 돌아가는 상황은 위태위태하다. 양지에서는 몇몇 수출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사상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으나, 음지에서는 신음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최근 선거에서 폭발했듯 음지에 몰린 20~40대와 자영업자 등의 분노는 임계점에 도달한 양상이다. 당연히 사회적·정치적 불안전성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높아지고 있다.
위기 구조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한 예로 무주택 국민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는 전세난만 해도 이를 전세자금 대출 등으로 풀려는 건 하책 중에서도 하책이다. 전세난의 주범은 저금리이기 때문이다.
폭풍우 땐 선장과 갑판장 잘 뽑아야
은행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다 보니, 돈 있는 사람들이 앞다퉈 은행에서 돈을 빼내 임대시장에 몰려들어 전세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내년은 선거의 해다. 총선이 있고 대선이 있다. 위기가 연쇄적으로 도래할 향후 수년간 한국을 책임질 일꾼들을 뽑아야 한다. 정말 잘 뽑아야 한다. 차가운 눈으로 선택해야 한다. 폭풍우 속을 헤쳐가려면 제대로 된 선장과 갑판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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