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햇살 전하는 사랑의 전령사
숨은 선행 펼치는 시민… 환자 가족 위로하는 병원 직원들
힘겨운 세밑을 맡고 있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의 온기를 전하는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티 없이 맑게 자라야 할 시절에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전하는 고만운 손길이 있는가 하면, 병원 직원들이 가족의 투병으로 힘겨워 하는 환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잔치를 열어 이들을 격려하는 등 미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립 아동과 자매결연… 직접 키운 배추로 김장도 담가줘
익산시 중앙동 최헌수씨 등은 지난 6일 시내 한 예식장에서 ‘불우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후원의 밤’을 열었다. 환한 불빛이 가득한 행사장에는 삼삼오오 모여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즐거움이 떠나지 않았다.
행사장의 주인은 최씨 등과 지난 3월부터 자매결연을 맺고 한 가족이 된 함라초등학교와 이리초등 학생들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 대신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먼저 배워야 했던 자립 아동들이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아이, 일찍 부모를 여의고 친척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 등 누구보다 사랑이 그리운 아이들이다.
행사를 준비한 최씨 등이 이들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3월. 극구 대답을 거절했던 최씨 등이 꺼낸 말은 “그냥 힘 닿는 선에서 돕고 싶었다”는 것이다. 함라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뒤 이리초등 아이들까지 함께 하게 됐다. 지금까지 17명의 자립아동에게 매달 20kg의 ‘사랑의 쌀’을 전하고 있다.
최헌수씨는 “더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데 너무 적어 오히려 부끄럽다”면서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이 나서서 함께 참여한다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함께 참여한 배종산씨는 손수 키운 배추로 김장을 해 아이들의 집에 전달했다. 배씨는 “정성들여 키운 배추로 아이들이 겨울을 날 생각을 하니 내가 부자가 된 것 같다”면서 오히려 자기가 더 고맙단다.
앞으로는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늘어나 아이들이 덜 힘들게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도 마련해 볼 계획이다. 물질에 앞서 사랑과 온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적지만 ‘내 것’을 전하는 이들 전령사 덕분에 오랜만에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투병중인 환자 가족과 함께한 격려 잔치
사랑의 전령사는 이들 뿐만이 아니다. 원광대학병원(원장 채권묵)은 투병중인 환자와 그 가족들과 함께 잔치마당을 펼쳐 지친 삶에 활력을 넣어 줬다. 지난 7일 병원 로비에서 열린 잔치마당은 병원 직원들과 환자, 보호자 등 500여명이 한데 어우러진 흥겨운 한마당이었다
오랜세월 중풍으로 10동 병동에 입원해 있는 정전모 환자는 ‘막내딸에게 고마움을 대신 전하겠다’며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나와 열창을 해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인공신장실에서는 박옥례 수간호사 등 간호사 8명으로 구성된 백댄서들이 만성신부전증으로 입원해 있는 안재영 환자와 함께 멋진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교통사고로 장기간 입원해 있는 가족을 간호하고 있는 김숙희씨는 “답답했던 생활이 시원해 진 느낌이다”면서 “특히 어렵게 느껴졌던 의사분들이 무대 의상을 입고 나와 훨씬 친해졌다”고 말했다.
채권묵 병원장은 “오랜 투병생활에 지쳐 있는 환자나 쉽지 않은 환자 간호를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세우는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앞으로도 병원 직원들이 항상 함께 해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관 순회하며 무료진료하는 한의사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3년째 인술을 펼치는 한의사도 전령사중 하나이다. 부송한의원 임은규(37세) 원장은 지난 99년부터 격주로 부송사회복지관을 찾아 마을 노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부송사회복지관의 점심시간이 되면 어디라고 짚을 수도 없을 정도로 온 몸이 쑤시고 결린 노인분들은 임 원장을 맞는다.
침도 놔주고 약도 주는 고마운 한의사의 선행 소문을 들을 노인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벌써 4번째라는 정필례(83세) 할머니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노인들을 찾아 다니면서 치료를 해 주는 선생님이 어디 많으냐”면서 “아프던 곳도 한번 왔다 가면 개운해진다”고 좋아한다.
노인을 위한 주간보호소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는 임 원장은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분들인데 기왕에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할 뿐”이라면서 “노인분들이 좋아하시니 그것으로 만족”이라고 말한다.
임 원장은 또한 “노인분들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시설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작은 힘이나마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이름 모를 많은 시민들이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전하는 사랑과 온정이 있어 어느해 보다 포근한 겨울이 될 것이다.
이명환 기자 김윤실 리포터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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