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의총서 3차례 사과 … 쇄신 동조 끌어낼 '자기희생' 안 보여

9일 오후 국회 246호 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자신의 발언에 해명을 끝내고 의원들에게 허리굽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권주훈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같은 자리에서 3번이나 사과했다. 여당 대표가, 그것도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홍 대표가 머리를 숙인 장면은 분명 이례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울림은 약하다. 공감이 폭넓지 않다. 홍 대표가 여전히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기희생'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홍 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사실상 승리 △10·26 재보선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 △이대 계집애들 발언에 대해 각각 사과했다. "유감스럽다" "죄송스럽다" "사과드린다"고 했다.
당 혁신파 의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홍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대목은 공감을 끌어낼만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울림은 약했다. "홍 대표를 전적으로 믿고 그의 리더십을 따르겠다"는 호응이 눈에 띄지 않았다. 당내에선 홍 대표가 여전히 기득권에 안주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표직과 공천권, 의원직 등의 떡을 손에 쥔 채 겉으로만 사과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쇄신은 정책전환이든 인적물갈이든 거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그들은 쇄신을 피하고 싶어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승리를 위해 무조건 쇄신을 관철시켜야 하는 쪽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답은 자기희생 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오랜 경험이다. 쇄신 거부세력을 설득하기 위해선 쇄신을 주도하는 쪽에서 먼저 "내가 기득권을 내려놓을테니 당신도 따라달라"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 홍 대표가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모두 쥔 상황에선 아무리 쇄신을 얘기해봤자,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역대 정치인들의 자기희생 장면을 거론하곤 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자신이 전권을 부여한 당 혁신위원회가 만든 당권-대권분리 규정 때문이었다. 대선 1년6개월전에는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전 대표는 경선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대표직이란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강재섭 전 대표는 2008년 3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천잡음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설명이었다. 2004년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지역감정의 벽을 깨겠다며 '적지'인 대구 출마를 단행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총재 시절 전국구 후순위를 선택하기도 했다.
한 지도부는 "(홍 대표가) 자기희생없이 기득권에 연연하면서 남을 쇄신하겠다고 나서니 공감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당직자는 "홍 대표가 멀리 내다보고 정치를 한다면 이달말까지 쇄신논의를 하면서 자신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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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국회 246호 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자신의 발언에 해명을 끝내고 의원들에게 허리굽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권주훈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같은 자리에서 3번이나 사과했다. 여당 대표가, 그것도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홍 대표가 머리를 숙인 장면은 분명 이례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울림은 약하다. 공감이 폭넓지 않다. 홍 대표가 여전히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기희생'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홍 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사실상 승리 △10·26 재보선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 △이대 계집애들 발언에 대해 각각 사과했다. "유감스럽다" "죄송스럽다" "사과드린다"고 했다.
당 혁신파 의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홍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대목은 공감을 끌어낼만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울림은 약했다. "홍 대표를 전적으로 믿고 그의 리더십을 따르겠다"는 호응이 눈에 띄지 않았다. 당내에선 홍 대표가 여전히 기득권에 안주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표직과 공천권, 의원직 등의 떡을 손에 쥔 채 겉으로만 사과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쇄신은 정책전환이든 인적물갈이든 거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그들은 쇄신을 피하고 싶어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승리를 위해 무조건 쇄신을 관철시켜야 하는 쪽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답은 자기희생 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오랜 경험이다. 쇄신 거부세력을 설득하기 위해선 쇄신을 주도하는 쪽에서 먼저 "내가 기득권을 내려놓을테니 당신도 따라달라"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 홍 대표가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모두 쥔 상황에선 아무리 쇄신을 얘기해봤자,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역대 정치인들의 자기희생 장면을 거론하곤 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자신이 전권을 부여한 당 혁신위원회가 만든 당권-대권분리 규정 때문이었다. 대선 1년6개월전에는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전 대표는 경선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대표직이란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강재섭 전 대표는 2008년 3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천잡음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설명이었다. 2004년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지역감정의 벽을 깨겠다며 '적지'인 대구 출마를 단행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총재 시절 전국구 후순위를 선택하기도 했다.
한 지도부는 "(홍 대표가) 자기희생없이 기득권에 연연하면서 남을 쇄신하겠다고 나서니 공감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당직자는 "홍 대표가 멀리 내다보고 정치를 한다면 이달말까지 쇄신논의를 하면서 자신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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