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씨는 국가인권위 홍보대사이다. 그는 24일 현병철 인권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는 '지금 경찰청으로 달려가 물대포를 맞고 연행된 국민을 위해 항의하시라'고 요구했다. 현 위원장은 물론 경찰청으로 달려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권위는 집회현장에 인권지킴이를 보내 인권침해행위가 발생하는지 감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가 물대포 과잉사용 등 경찰의 인권침해행위를 막는데 이바지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명박 정부들어 인권위의 위상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인권옹호기관이 아니라 정권옹호기관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인권옹호기관이 아니라 정권옹호기관
지난 25일 출범 10돌을 맞았던 국가인권위는 창립 초기에는 눈부신 활약을 했다. 이에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국가기구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권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다수 국민의 지탄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인권지킴이 노릇을 전혀 하지 못하자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조직을 대폭 축소하더니 그나마 인권옹호 자격도, 경험도 없는 친정부인사를 기용했다. 사안사안마다 정부의 눈치를 보더니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등 중요한 인권침해사건이 발생해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라크 파병반대와 사형제 폐지 등 중대한 사안에 분명한 의견을 발표하면서 인권 역사에 중대한 기여를 했던 인권위가 '식물인권위'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 인권위이니 경찰의 물대포 과잉사용 등 강경진압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하리라 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것은 무리이다. 사실 경찰이 물대포를 과잉 사용한 지난 23일 밤은 체감기온이 영하 10도에 가까운 혹한이었다. 물대포를 맞을 경우 얼굴에 고드름이 얼고 일부 시위대원의 경우 살점이 찢어져나가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영하날씨에 쏘아대는 물대포는 반인권적 폭력이라고 말한다.
인권위의 추락에서 우리는 경찰의 시위강경대응을 내다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보다 '강경'을 내세운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6일 밤 광화문 시위현장에서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일부 분노한 시위대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에 정부와 보수언론이 격분하면서 우리의 우려는 커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종로경찰서장 폭행사태와 관련 '제복을 입은 경찰관에 대한 폭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총리도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은 더 흥분한다. '경찰서장이 매맞는 나라, 누가 집권한들 이끌 수 있겠나'라고 개탄한다. 공권력에 맞서 법치를 무력화시키려는지 걱정된다고 한다. 공권력이 시위대에 린치당했다고 설명한다. 한 신문은 '3년전 전문 시위꾼들이 선동한 광우병 촛불시위가 온나라를 갈등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기억이 새롭다'며 강경대처를 주문한다. 이와 같은 일부 여론에 힘입어 대대적 공안정국의 도래를 점치는 전문가도 있다. 물대포의 재등장도 거론된다.
사실 국회의 한미자유무역협정 날치기 처리는 다수 국민 의사와 반하는 것으로 분노한 시민들의 정당한 시위는 허용돼야 한다. 농어민과 중소기업인 자영업자 등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이들의 촛불시위 등은 헌법적 권리이기도 하다.
선진국 되려면 무엇보다 인권이 우선
그러나 '폭력'은 금물이다. 고위간부가 정복을 하고 시위대 가운데까지 걸어들어온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물대포 과잉진압을 싫어하듯이 시위대의 '폭력'도 거부한다. 폭력이 동반될 경우 합법성과 정당성을 잃는 자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FTA'가 옳더라도 폭력을 수반한 시위는 다수 국민의 원성을 듣게될 지도 모른다.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해서는 곤란하다. 상대방이 더 큰 폭력을 행사하게 하는 빌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경찰서장이 폭행당한 것을 보면서 정부가 강경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이고 안전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인권이다. '분노의 시대'이지만 국민의 인권을 위해서라면 공권력도 자제해야한다. 이제 겨울이다. 물대포는 자제해야 한다. 경찰도 시위대도 폭력은 자제해야 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인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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