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두 소방관의 죽음이 의미하는것(임춘웅)

지역내일 2011-12-07

지난 3일 평택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송탄소방서 고(故)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소방장, 두 소방관의 영결식이 5일 거행됐다. 모든 죽음이 슬픔을 안고가지만 소방관들의 죽음에 유독 많은 사람이 특별한 감회를 갖는 것은 남의 생명을 구하려다 자기가 희생 당한 직업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남들은 불길을 피해 뛰쳐나오는데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야 하는 소방관들의 헌신성은 언제나 감동을 주는 것이다.

그토록 감동을 주는 직업인 소방관들이 놀랍게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우리는 놀라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 한창 인기절정에 있는 인기작가 김 훈의 각별한 소방관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더해주고 있다.

두 소방관의 빈소를 직접 다녀왔다는 그는 소방관을 '거룩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어릴 적 '장래희망'이 소방관이었다는 그는 소방관이 되지는 못했지만 기자가 돼 수 없이 많은 화재현장을 뛰어다니며 소방관들의 용기와 헌신을 가까이서 보며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소방관은 어린이들의 영웅

김 훈은 "재난에 처한 인간을 향하여, 그 재난의 한복판으로 달려가는 건장한 젊은이들이 저렇게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아름다움이 아직도 남아 있고 정부와 국가의 기능이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작동되고 있다는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달려가는 소방차를 보며 그것이 정부와 국가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는 소설가다운 시각이 대견하다. 그는 이어 "인간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그 단순명료한 진실을 나는 질주하는 소방차를 보면서 확인한다"고 했다.

오래됐고 미국의 경우지만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90%가 '파이어맨'(소방관)이라고 답했다. 불길 속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해내는 파이어맨은 분명히 어린이들에게 영웅일 것이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어떤지 통계를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우리들의 영웅'이 매우 취약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저임금의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서 다시 한번 소방관을 생각하게 된다. 초급 소방관들의 경우 기본급 180만원에 위험수당 5만원과 화재진압수당 8만원을 합해 월정액으로 13만원을 더 받는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한국 소방관들의 평균수명이 58세라는 통계가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평균수명이 80세를 향해 가고 있는 때에 58세란 무엇인가 잘못된게 아닌가 의문마저 갖게 한다. 소방관들은 올해만 6명, 지난 5년 동안 39명이나 희생됐다.

한국에 와 있는 외국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중에 한국에 좋은 게 많지만 특별히 잘 돼 있는 게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하나가 바로 '119구조대'이고 다른 하나가 '택배'다. 한국사람들도 다 동의하리라 믿는다.

119는 농가의 고드름을 따주는 일에서부터 말벌집을 제거해주고 만취객 귀가길을 도와주며 집나간 애완견도 찾아주어야 한다. 택배는 생선 한박스를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0원에 배달해준다. 믿기 어려운 전방위 서비스이고 믿을 수 없는 탁송비다.

소방관이 희생돼야 조직이 산다?

2010년 3월 소방공무원법이 일부 개정됐고 금년 들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져 그나마 상당 부문 시정됐지만 여전히 많은 게 부족하고 열악하다. 그래서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한 운동본부가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소방관들은 입을 모은다. 하루 24시간 맞교대 를 하고 있는 현재의 근무시스템은 가위 살인적이란 평가다. 이런 인력사정으로는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방관들이 처리하는 일이 화재도 그렇지만 119구조업무도 대단히 힘든 일들이기 때문이다.

장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예산 때문에 최신장비를 도입할 수 없는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현재 쓰고 있는 장비들이 노후화돼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소방계에서는 "소방관이 죽어야 조직이 산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희생자가 나면 반짝했다가 어느새 잊고 마는 사회적 무관심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들의 영웅이 자부심과 명예를 갖고 자랑스럽게 불길 속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용기를 주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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