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향교 제15대 전교에 재임된 원승규 전교
“젊은 향교, 시민과 함께 하는 향교로 거듭나겠다.”
재임 기간 중 대성전, 명륜당 중수···원주 유림의 정착과 안정에 기여
14대에 이어 제15대 원주향교 전교에 재임된 원승규(64) 전교를 만나러 간 날 원주향교 앞마당은 명륜당 중수 공사로 시끌벅적했다.
원승규 전교의 지난 임기 가장 뚜렷한 업적을 들자면 대성전과 명륜당의 중수다. 원승규 전교는 지난해 대성전을 276년 만에 해체해 원형 복원한데 이어, 올해는 명륜당을 270년 만에 해체 복원하는 공사까지 무사히 마무리하고 지난 12월 1일 준공식을 거행했다.
● 재선으로 지난 3년 공적 인정받아
원승규 전교는 지난 11월 4일 실시한 투표에서 제14대 전교에 이어 15대 전교에 재선되었다. 이로써 원승규 전교는 지난 회기 3년간의 공적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원 전교는 지난 14대 전교로 당선되면서 전국 향교 최연소 전교 기록을 세웠으며, 대성전과 명륜당 중수는 물론, 말 많고 탈 많았던 원주 유림의 정착과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세월 원주향교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전임 전교들이 연루되면서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원주향교의 난맥상을 바로잡는데 원 전교가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평가다.
고려 태종의 은사인 원천석이 지은 칠봉서원에 태종이 많은 전답과 노비를 하사했고, 조선 대원군 시절 서원철폐령에 따라 칠봉서원이 철폐되면서 칠봉서원의 재산이 모두 원주향교에 귀속된 바 있다. 요근래에 원주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전임 전교 여러 명이 원주향교 재산 처리를 둘러싸고 법의 심판을 받았던 것. 이 과정에서 향교의 재산이 거의 결딴났고 설상가상으로 향교의 귀속 건물인 충효교육관 중 일부를 전통예식장 측에 대여한 후 임대비 2억 원을 보전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원 전교는 임대비를 돌려주기 위해 충효교육관 전체를 임대했다. “충효관을 직영할 경우 경상비만 연 3천여만 원이 소요될뿐더러 부분임대를 원하는 임차인이 없어 내린 부득이한 조치였습니다.”
전 임차인에게 돌려준 임대비를 마련하기 위해 임대비로 받는 월세 4백만 원은 적금을 들어 놓았다. 지금은 초대장에 들어가는 비용까지도 아낄 정도로 모든 경상비를 줄여 알뜰하게 꾸리고 있다.
전통예식장이 없어졌다고 아쉬워하는 시민들에게는 향교 앞뜰이 제공된다. 대성전과 명륜당을 배경 삼아 멋진 야외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 젊은 향교, 시민과 함께 하는 향교
원 전교는 “지난 3년간은 원주향교 중수에 힘을 쏟았으니 이번 임기에는 시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가는 향교, 보다 젊은 향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원 전교는 향교가 젊어지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향교에 많이 입문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름만 걸쳤거나 너무 연로해 활동이 힘든 장의(향교의 이사를 일컫는다)들을 젊은 피로 물갈이했다.
안으로는 원주향교의 내실을 다짐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한발 다가가는 향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서삼경을 공부하는 모임인 고전연구반을 꾸려 한상철 전 시장을 비롯해 40여 명 정도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조만간 서예반도 운영할 예정이다.
학생들을 위한 충효 교육에도 나서 학교로 찾아가는 충효교육과 방학 중 천자문 교육도 진행할 생각이다. “어린이들에게 충효의 진정한 의미를 심어주는 교육이 학교교육에 정식으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 원 전교가 원주를 사랑하는 방법
원 전교가 원주향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원주교육청에 근무하던 지난 86년, 그의 나이 36세 때였다. 여기저기 흩어진 원주향교의 부동산 등기 작업을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일로 1989년 성균관장으로부터 공로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원 전교는 원주에서 나고 자란 원주 토박이다. 운곡 원천석의 자손이라는 자부심이 크고 조상들의 뼈가 묻힌 원주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원주는 안동과 영주 다음으로 과거급제자수가 많았던 고장입니다. 예로부터 절의와 예학을 계승하는 학자와 백성을 사랑하는 목민관이 많이 나온 고장이고 국란이 있을 때면 자발적으로 일어나 희생했던 충신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그의 원주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표현되는 방식은 바로 원주향교에 대한 헌신이다. 35년간 근무하던 교육계에서 은퇴한 뒤 원주향교 재건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임기 퇴락한 원주향교의 원형을 재건한 그는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3년간의 임기 동안 원주에 보다 깊은 문화의 향취를 불어넣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강학 공간에 성현들을 모시고 배향하며 공부하는 나라입니다. 원주향교가 우리 조상들의 충효정신과 배움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원주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공간이 되도록 일조하겠습니다.”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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