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올 겨울 전력수급에 문제 없는가

지역내일 2011-12-09
허영섭 언론인

며칠 전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 발생한 정전사태는 전력수급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비록 한전의 변전소 선로 시험과정에서 일어난 기술적 사고였다고 하지만 그 피해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철 난방 전력수요의 증가에 따른 심각한 블랙아웃(black out)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올해만 해도 벌써 두 차례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었던 마당이다. 지난 1월에는 여수 화학단지에서 사고가 일어났으며, 9월에는 전국적인 순환 정전사태가 초래됐다. 그때마다 신고가 접수된 피해액만 해도 각각 600억~8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세부적인 피해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공단에 입주한 SK에너지, 효성바스프, 한화케미컬, 한주, KP케미컬 등 400여개의 업체에서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공장 가동이 갑자기 중단됨으로써 배관 속에서 엉켜버린 원료를 폐기해야 하고 가동률을 정상으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사나흘쯤 걸린다.

불과 15분 남짓한 정전사고였지만 피해는 이처럼 엄청나다. 각 업체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자가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다지만 갑작스런 사태에 대처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정전으로 인해 연료가 불완전 연소되면서 공장 굴뚝마다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모습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최근 들면서 정전사태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들어서만 기업이나 상가, 주택이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전국적으로 680만건에 이른다. 2008년의 44만건, 2010년의 48만건에 비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늘어난 냉난방 전력수요 대처 못해

이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한전과 전력거래소 등 전력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이다. 당국의 관리 소홀과 기술적 결함으로 일어난 정전에 대해서는 명확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한편 실질적인 보상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단기적으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에는 각 사무실과 가정마다 냉난방 전열기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수요가 급증하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전력 예비율이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대형 발전소가 고장을 일으킨다면 연쇄적인 정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 9월의 정전사고도 크게 늘어난 냉방 전력수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빚어진 결과였다. 그렇다고 발전소를 쉬지 않고 계속 돌리는 것도 위험천만이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번주부터 내년 2월 말까지를 겨울철 전력 비상수급기간으로 정해 백화점 호텔 대형마트 등에 대해 난방 및 조명을 규제토록 한 것도 거기에 이유가 있다. 실내 난방온도는 20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했으며 네온사인도 오후 7시 이후에만 업소당 한개씩에 한해 조명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그렇게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난방온도가 대체로 24~25도 수준을 웃도는가 하면 유흥업소 골목에서는 어둑해지면서부터 네온사인이 켜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15일부터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단속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나마 산업용 전력요금의 인상으로 기업체나 공장에서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절전운동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승강기의 짝홀수층 사용과 퇴근시에 전등과 컴퓨터 전원을 끄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실내온도 높이기보다 내복 입었으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절전운동에 동참하려는 자세다. 추위를 이기려고 실내온도를 높이기보다 내복을 입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전력공급의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이 여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대지진 사태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가동중단으로 전력난에 처한 일본이 지난 여름을 꿋꿋이 견뎌왔다는 사실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전력난이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처신할 경우 이번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와 같은 정전사태가 언제라도 닥쳐올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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