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국제통일팀장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는 류우익 전 주중대사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다소 유연성 있는 전략적 접근을 시도해왔지만 북측은 이를 기만전술로 치부하며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 적대시정책을 유보하고 김정은 체제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책임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귀속시키며 향후 대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혔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 김정은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북한도 이 사건을 남측의 도발에 대해 후계자 김정은이 본때를 보여줬다는 식으로 선전해왔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청와대가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남북대화 분리를 시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 사망시 북한 붕괴 가능성 주장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이명박정부와 김정일 정권은 마치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행동했다. '비핵개방 3000'으로 요약되는 대결위주 대북정책을 시작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까지, 남북관계는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은 실용주의의 범주를 벗어나 다분히 이념적인 차원에서 추진됐다. 구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따라 봉쇄 및 압박을 통한 북한 붕괴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북한도 지난 2008년 8월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체제 안정과 김정은 후계구도 정착이라는 시급한 내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안팎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2009년 1월부터 남북정치·군사 합의사항 무효화선언, 대포동2호 발사, 2차 핵실험, 우라늄농축 발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의 강도를 높여 나갔다.
김 위원장의 뇌졸중이라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한 북한 입장에서 이명박정부의 대립정책은 내부를 결속하고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도발에 좋은 빌미가 됐을 것이다. 한미 정보공조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파악한 정부 당국은 김정일 사망시 급변사태가 올 수 있다며 이른바 북한 붕괴론을 확산시켰고, 이에 자극받은 북한은 마치 성난 고슴도치처럼 도발의 강도를 높여나갔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2009년 7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김정일은 2015년까지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 한·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머지 않아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고 말한 것도 북한 붕괴론과 같은 차원에서 해석됐다.
그런데 정작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이같은 북한 붕괴론은 자취를 감췄다.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김정은을 새로운 지도자로 인정하면서 안정적인 권력 전환을 바라고 있다. 이명박정부도 이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상하다. 일관성이 있다면 한반도에 모처럼의 통일 기회가 찾아왔다고 보고 주변 강대국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중국의 주장에 맞서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북한에 대한 상황관리 수단 잃어
이는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현실주의(Realism)에 입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결위주의 대북정책은 교류단절로 인한 대북정보 부재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했다.
나아가 북한에 도발을 위한 빌미를 제공해 '김정은 후계체제의 조기 정착'이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중국을 자극해 북한 편들기를 하도록 조장한 측면도 있다. 경협과 대북지원을 중단하면서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설사 북한이 붕괴되고 흡수통일의 기회가 온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한중관계로는 중국의 동의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상황관리 수단을 잃은 상황에서 북한은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중국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적대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하다.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늦었지만 대책 없는 북한 붕괴론에서 벗어나 진정한 실용주의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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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는 류우익 전 주중대사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다소 유연성 있는 전략적 접근을 시도해왔지만 북측은 이를 기만전술로 치부하며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 적대시정책을 유보하고 김정은 체제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책임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귀속시키며 향후 대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혔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 김정은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북한도 이 사건을 남측의 도발에 대해 후계자 김정은이 본때를 보여줬다는 식으로 선전해왔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청와대가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남북대화 분리를 시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 사망시 북한 붕괴 가능성 주장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이명박정부와 김정일 정권은 마치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행동했다. '비핵개방 3000'으로 요약되는 대결위주 대북정책을 시작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까지, 남북관계는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은 실용주의의 범주를 벗어나 다분히 이념적인 차원에서 추진됐다. 구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따라 봉쇄 및 압박을 통한 북한 붕괴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북한도 지난 2008년 8월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체제 안정과 김정은 후계구도 정착이라는 시급한 내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안팎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2009년 1월부터 남북정치·군사 합의사항 무효화선언, 대포동2호 발사, 2차 핵실험, 우라늄농축 발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의 강도를 높여 나갔다.
김 위원장의 뇌졸중이라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한 북한 입장에서 이명박정부의 대립정책은 내부를 결속하고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도발에 좋은 빌미가 됐을 것이다. 한미 정보공조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파악한 정부 당국은 김정일 사망시 급변사태가 올 수 있다며 이른바 북한 붕괴론을 확산시켰고, 이에 자극받은 북한은 마치 성난 고슴도치처럼 도발의 강도를 높여나갔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2009년 7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김정일은 2015년까지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 한·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머지 않아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고 말한 것도 북한 붕괴론과 같은 차원에서 해석됐다.
그런데 정작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이같은 북한 붕괴론은 자취를 감췄다.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김정은을 새로운 지도자로 인정하면서 안정적인 권력 전환을 바라고 있다. 이명박정부도 이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상하다. 일관성이 있다면 한반도에 모처럼의 통일 기회가 찾아왔다고 보고 주변 강대국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중국의 주장에 맞서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북한에 대한 상황관리 수단 잃어
이는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현실주의(Realism)에 입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결위주의 대북정책은 교류단절로 인한 대북정보 부재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했다.
나아가 북한에 도발을 위한 빌미를 제공해 '김정은 후계체제의 조기 정착'이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중국을 자극해 북한 편들기를 하도록 조장한 측면도 있다. 경협과 대북지원을 중단하면서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설사 북한이 붕괴되고 흡수통일의 기회가 온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한중관계로는 중국의 동의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상황관리 수단을 잃은 상황에서 북한은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중국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적대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하다.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늦었지만 대책 없는 북한 붕괴론에서 벗어나 진정한 실용주의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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