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가는 해가 아쉽지만, 마침표가 있기에 흐르던 일상을 돌아보고 돌아봄을 발판 삼아 또 다른 미래를 꿈꿀 수 있어 좋습니다. 원주시민들에게 가는 해와 함께 버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나와 다른 듯 닮은 후회와 다짐들을 들어보시죠.
●기존의 틀을 버리고 싶어요
기존의 틀을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해마다 연초가 되면 올해는 습관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해보지만 연말이 되고 보면 늘 그 모습 그대로인 자신을 보며 자책하게 돼요. 잘못 인식된 편견도 마찬가지죠. 겉보기와 다를 수 있는데 한번 편견을 가지면 바꾸기가 힘들어요. 새로운 정보와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내 생각으로 가득 차있어 받아들이는 것이 늦어지기도 하죠. 그럴 때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모든 틀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한나(32·태장동)
●고정관념을 버리고 싶습니다.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죠. 성격이 행동과 얼굴에 나타나죠. 그게 굳어버리기 전에 나이가 먹을수록 틀을 깨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저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싶습니다.
나만을 위한 가치관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일을 감독하는 입장이라 직원들이 의욕적으로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회사와 가정에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배려를 통해 참다운 리더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재혁(41·반곡동)씨
●다 버리고 내 몸만 남기고 싶어요
마음 같아서는 집안 물건 다 버리고 싶어요. 내 몸 하나만 쏙 빠져 나오고 싶어요. 방 한 칸에 옷 한 벌, 밥 그릇 한 개, 이불 한 채, 신발 한 켤레 등등 무엇이든지 한 개씩만 가지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냐구요? 관리하기 힘들잖아요.
-고명숙(가명·42·명륜동)
●너무 많이 약속을 잡는 습관을 고치고 싶어요.
평소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보니 학부모 친구들과 고향 친구들까지 약속이 끊이지 않는 편이에요. 문제는 약속이 너무 많다는 것이죠. 중년이 되어 깜박하는 습관까지 생기면서 이중으로 약속을 하거나, 약속에 늦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일이 생겨요. 이러다 저에 대한 신뢰감에 문제가 생기겠다는 위기감도 들고요.
약속에 늦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너무 많이 약속을 잡는 습관을 버리려고 해요. 꼭 필요한 약속 아니면 아예 약속을 하지 않되,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어요.
안수정(43·일산동)
● 10년 전 처녀 때 입던 옷들, 이제 그만 버릴래요.
키가 작고 통통한 몸매인 나. 외출 한 번 하려고 옷장을 열면 마땅히 입을 옷이 없어요. 옷장에 있는 쓸 만한 옷들은 대부분 10여 년 전 처녀 때 입던 55사이즈 옷들이거든요. 아이 낳고 살림하다 보니 매년 몸무게가 느는 거예요. ‘살이 찐 몸매는 원래 내 모습이 아니다. 살을 빼서 다시 입어야지’ 하며 처녀 적 옷을 못 버리고 가지고 있었지요. 헌데 살이 빠지기는커녕, 늘기만 하더라고요.
이제 옛날의 날씬한 몸매에 대한 더 이상의 헛된 기대는 버리기로 결심했어요. 살이 찐 지금의 제 모습을 사랑해야겠어요. 지난날의 추억과 미련에 불과한 처녀 적 옷들은 이제 그만 버리고, 제 몸에 맞는 예쁜 옷 사러가야겠어요.
김지숙(37·단구동)
● 참지 못하고 욱하는 성미는 이제 그만
평소 참지 못하고 욱하는 성미가 고민이에요. 평소에는 까다로운 성격도 아니어서 호인 소리도 곧잘 듣는데, 화가 나면 이성을 잃고 흥분하게 돼요. 아무래도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나 봐요. 화가 날 때 소리부터 지르게 되요. 상대방에게 차분히 내 입장과 마음을 설명해야지 다짐해 봐도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있더라고요.
욱하는 성격을 꼭 버리고 싶어요. 화를 내고 소리친 뒤에는 마음이 시원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무거워지더라고요.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것 같아요.
홍미영(43·일산동)
● 남편에 대한 서운함, 미움 보내고 싶어요
2011년을 시작하면서 남편이 했던 말이 있었어요. "난 늘 가족이 우선이었던 사람인데 올해만큼은 일을 우선해볼게. 그만큼 나한테 중요한 한해가 될 거야."
그땐 그 말이 그저 일을 열심히 하겠노라는 말로만 들었을 뿐인데, 갑작스런 주말부부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그 아까운 주말도 챙기기 힘들만큼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남편. 나 또한 갑작스레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모든 집안일이며 육아가 나 혼자만의 큰 짐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올해가 결혼 10주년이라 나름 달콤한 여행을 상상하며 살았는데 장기여행은 꿈도 못 꿀 처지가 된 우리 부부 처지에 화가 나서 늘 짜증만 부리던 미운 아내였네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피곤에 지친 남편 마음은 단 한 번도 다독여 준 적이 없었고, 나와 아들에 대한 미안함에 쩔쩔 매는 남편 위에 군림한 1년이었어요. 가는 해와 함께 ‘양처’이지 못했던 1년을 반성하고 그간의 서운함과 미움도 함께 싹~~보내버리고 싶네요.
아들에 대한 끝없는 욕심 버리고 싶어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는 녀석인데 왜 엄마의 콩깎지가 씌면 자꾸 부족한 부분이 크게 다가올까요?
조금 더 예의 바르게 행동했으면 좋겠고,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표현해주길 바라고, 조금 더 차분해졌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리더쉽을 발휘하길 바라고...나열하고 보니 엄마 입맛에 딱 맞는 아들하기 참 힘들었겠다 싶네요. 초등 2학년짜리 아들은 분명히 부담스러웠겠네요. 끝없는 엄마의 이 욕심들 때문에 아들과의 사이를 멀게 만든 1년이기도 합니다.
따뜻한 엄마, 지켜봐주는 엄마, 좋은 점만 바라봐주는 엄마이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이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는 해와 함께 ''현모''이지 못했던 1년을 반성하고 아들에 대한 이 끝없는 욕심, 싹 날려서 끝을 내고 싶어요. 이젠 무서운 엄마가 아닌 사랑 넘치는 따뜻한 엄마로 다시 느끼게 해주고 싶답니다.
박예숙(39·명륜동)
●쓸데없이 뻗어있는 잡다한 관심들을 버리고 한 곳에 집중하고 싶어요.
세상에 관심 가는 게 너무 많아요. 이것저것 찔끔찔끔 손을 대보게 되고 취미도 길게 가져가지 못해요 .수강증 끊어놓고 기간도 못 채우기 일쑤에요. 각종 정보도 아는 것은 많은 것 같은데 깊이가 없어서 전문가는 못되는 것 같아요. 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한우물만 파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이제 새해에는 뭔가에 ‘집중’을 하고 나만의 것을 찾고 싶어요.
김하라(37·단구동)
● 계획은 거창하나 실천은 못하는 버릇은 그만
지금까지 나는 연말이 되면 겨울방학, 크리스마스 같은 휴일이 많아 항상 인터넷게임 등 각종 게임에 빠져 방학 동안 해야 할 나의 공부, 청소 등을 다 팽개치고 논 적이 많았어요. 이번 연말은 나뿐 아니라 나의 친구들, 다른 청소년들 모두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알찬 연휴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방학이나 연휴 전엔 ''공부를 이만큼 해야지, 강아지 산책 시켜야지, 엄마 오시기 전에 청소를 다해 놔야지''라며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계획을 세울 땐 ''연휴를 알차게 보내겠구나'' 하며 뿌듯해 하고 이런 계획을 세울 줄 아는 내가 자랑스럽기까지 하지만 막상 연휴가 되면 ''내일부터 하면 되겠지, 오늘은 처음이니까 그냥 쉬자''하며 미루곤 합니다. 이렇게 미루다 보면 계속 미루게 되고 결국은 이룰 수 없게 돼요. 이젠 너무 거창한 계획보다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짜서 조금씩 조금씩 지켜나가고 싶어요.
전은진(평원중 1)
●버리기는 왜 버려요? 다 내 것인데···
버리기는 왜 버립니까? 내가 하는 생각도 나입니다. 살림살이를 버린다고요? 내가 가지기 위해 힘들게 일해서 모은 살림들인데 왜 버립니까? 이래도 저래도 다 내 몫의 것들입니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고 살아야죠. 물론 더 나은 삶을 위해 반성은 하죠. 그러나 다 내 것이고 나인데 왜 버립니까? 고장 나면 고쳐서 쓰고 병든 몸이면 치료해서 사는 거죠. 그것이 인생 아닌가요? 그러려고 힘들여 일하는 거 아닌가요?”
김찬식(46·단계동)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어요. 지금의 내가 좋아요.
연말이라 뭔가 꼭 버려야 하나요? 나한테는 현재 꼭 있어야 할 것들과 필요한 것만 있기 때문에 지금 버리고 싶은 것이 없어요. 버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전 없애고 싶다기보다는 뭔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요. 관련 자격증 같은 것으로 뭔가 더 추가하면 모를까 지금 버릴 것은 없어요. 뭔가 하다가 잘 안되면 다음 또 기회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살아요. 지금의 내가 좋아요.
유지현(32·관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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