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어록으로 본 2011년 대한민국

지역내일 2011-12-30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정말?"
국민정서 거스르는 말에 상처 … '병 걸리셨어요' '내가 도지사인데' 막말 난무




어록(語錄)의 사전적 의미는 '위인들이 한 말을 간추려 모은 기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인들의 주요 발언이나 '막말', '망언'을 비꼬아 '어록'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치인의 말은 그 만큼 크고 무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 한해 우리사회를 풍미한 정치어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여권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주로 어록의 주인공이 됐다.

◆한나라당 대표는 막말 제조기? = 최근 한나라당 비대위원인 이상돈 교수가 언론인터뷰에서 "이상한 발언으로 당을 온 국민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권위를 실추시킨 전직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여기서 말한 '당을 웃음거리로 만든 사람'이 과연 누굴까. 두 말할 것도 없다. 홍준표 전대표와 안상수 전대표가 단연 독보적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각종 실언과 막말로 숱한 구설에 올랐다.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이라고 비하하고, 연평도 포격사건 현장에서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연 상수' '보온 상수'라는 각종 패러디가 난무했다. 오죽하면 대표시절 수첩에 '말조심'을 써놓을 정도였다. 올해는 홍준표 전 대표가 단연 눈에 띈다. 평소에도 직설화법을 즐겨하는 그는 대표시절 숱한 설화에 휩싸였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투표가 무산된 뒤 '사실상 승리'라고 말했고, 10ㆍ26 재보선 직후에는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취재 기자에게도 "너 그러다 맞는다" "아구통을 날리겠다" 등의 거침없는 표현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결국 홍 전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사과를 했고, 대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근혜 전대표 역시 구설에 올랐다. '안철수 바람'(안풍)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병걸리셨어요?"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평소 지나칠 정도로 말을 아끼고 절제하는 스타일이지만 올 한해 무섭게 불어온 '안풍'으로 '대세론'이 무너지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다.

◆대통령과 도지사도 동참 = 이명박 대통령의 말 역시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다.

대통령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 라는 특유의 자화자찬식 발언이 자주 구설에 올랐다. 또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아픔을 남 얘기하듯 표현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내가 대통령일 때 경제위기를 두 번 맞아 다행"이라고 말한 대목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또 지난 9월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최근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친인척, 측근비리에 할말이 없게 됐다. 야당에서는 이를 두고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며 비아냥거릴 정도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는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다'라며 연일 대화의 주된 소재가 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어록 제조자다.

최근 김 지사는 '119 긴급전화'로 "내가 도지사 김문수인데요"를 반복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각종 패러디물이 등장했고, 소방대원에 대한 징계조치를 항의하는 네티즌들 때문에 경기도청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될 정도였다. 김 지사는 이외에도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를 따먹은 얘기" "일본식민지 안됐다면 오늘의 한국 있었을까" "MB는 박정희 세종 정조 다 합쳐도 반만년 역사에서 최고"라고 하는 등 '7대 망언시리즈'가 별도로 있을 정도다. 사실상 '막말의 종결자'로 평가받고 있다.

◆'안철수 바람'에 정치권 예민 = 올 한해 정치권을 뒤흔든 바람의 주인공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이 발언도 관심을 모았다. 안 교수는 10?26 재보선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상식대 비상식'으로 선거를 규정하면서 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박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5년에서 10년이면 세상을 싹 바꿀수있다"고 말해 보수진영을 공격을 받았다. 또 선거가 끝난 뒤에는 "무소속인 나는 쪽배에 불과하고 저쪽은 항공모함을 가졌지만 흐르는 물을 거꾸로 올라가는 상황이니 결국 침몰한 것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대표시절 안철수 교수의 정치참여에 대해 "지금이라도 참여한다고 하면 대환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참여해야지 단지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가 되겠다고 하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전대표의 이 발언은 한나라당으로 옮겨가 친박과 친이세력의 감정싸움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말의 전파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준 셈이다.

이밖에 한미FTA비준안 처리과정에서 국회 본회의 장에 최루탄을 투척했던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토 히로부미를 쏘는 안중근, 윤봉길의 심정이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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