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비리 관련 첫 사과 불구 여야 정치권 '싸늘'

새해 구상 밝힌 이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 국정연설을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듣기로는 엄청 세게 사과한다더니만 별 내용도 없네. 코멘트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누가 (대통령에게) 관심이나 갖나?"(한나라당 쇄신파 의원)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말하기 싫다. 얘기하면 괜히 비판만 한다고 할 것이고…."
(한나라당 중진의원)
"(국정연설) 아예 듣지도 않았다. 지역구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2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한 반응이다. 아직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는데 이 정도 수준이다. 야당의 거친 반응은 이해가능한 대목이다. 총선이 코앞이고, 대선까지 염두에 둔 상황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당의원들 반응은 뜻밖이다. 아예 언급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대통령과 선을 긋고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에게 또다시 깊은 절망감" = "저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 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습니다." 2일 국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잇따라 불거진 친인척비리, 측근비리 등에 대한 첫 사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사과치곤 너무 짧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 무엇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인지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야당에서는 곧바로 이를 문제 삼았다.
김유정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이것이 한미FTA비준안 날치기 처리 등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사과인지, 아니면 온갖 측근비리에 대한 사과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며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에 이제는 주어에 이어 목적어마저 생략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비꼬았다. 'BBK 사건'의 '주어 생략'에 이어 이번에는 '목적어 생략'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대변인은 이어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 사실상 마지막 신년사였지만 도무지 달라진 것 없는 일방통행식 일장연설로 일관했다"며 "민생고에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또다시 깊은 절망감만 남겨준 신년사였다"고 주장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은 그나마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서민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가 됐을 뿐"이라며 "4년째 독단과 꼼수로 일관한 신년 연설을 접하며 주어진 기회의 마지막 끝자락마저 포기하는 이명박 정부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혹평했다.
◆참모진이 대신한 대통령 사과 =
이 대통령의 모호한 사과가 논란이 일자 청와대 참모진들이 나섰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국정연설의 배경설명을 하면서 대통령 뜻은 분명한 사과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최 수석은 "측근 문제에 대한 전체적인 얼개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이 되는 대로 다시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 스스로 관련된 문제와 친인척 및 측근이 관련된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스스로에 관련된 내용은 내곡동 사저문제가 대표적이고, 측근과 친인척 비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져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대통령의 사촌처남이 제일저축은행 구명 로비의혹으로 구속됐고,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보좌관과 비서들의 괴자금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또 청와대에서도 핵심참모였던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3일자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자 멘토로 꼽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측이 거액의 로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측근·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올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더구나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은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적도 있다.
이런 마당에 사과를 하려면 화끈하게 해야지 굳이 두 줄 짜리 모호한 사과로 반감만 더 부르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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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구상 밝힌 이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 국정연설을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듣기로는 엄청 세게 사과한다더니만 별 내용도 없네. 코멘트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누가 (대통령에게) 관심이나 갖나?"(한나라당 쇄신파 의원)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말하기 싫다. 얘기하면 괜히 비판만 한다고 할 것이고…."
(한나라당 중진의원)
"(국정연설) 아예 듣지도 않았다. 지역구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2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한 반응이다. 아직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는데 이 정도 수준이다. 야당의 거친 반응은 이해가능한 대목이다. 총선이 코앞이고, 대선까지 염두에 둔 상황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당의원들 반응은 뜻밖이다. 아예 언급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대통령과 선을 긋고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에게 또다시 깊은 절망감" = "저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 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습니다." 2일 국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잇따라 불거진 친인척비리, 측근비리 등에 대한 첫 사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사과치곤 너무 짧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 무엇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인지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야당에서는 곧바로 이를 문제 삼았다.
김유정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이것이 한미FTA비준안 날치기 처리 등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사과인지, 아니면 온갖 측근비리에 대한 사과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며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에 이제는 주어에 이어 목적어마저 생략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비꼬았다. 'BBK 사건'의 '주어 생략'에 이어 이번에는 '목적어 생략'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대변인은 이어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 사실상 마지막 신년사였지만 도무지 달라진 것 없는 일방통행식 일장연설로 일관했다"며 "민생고에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또다시 깊은 절망감만 남겨준 신년사였다"고 주장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은 그나마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서민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가 됐을 뿐"이라며 "4년째 독단과 꼼수로 일관한 신년 연설을 접하며 주어진 기회의 마지막 끝자락마저 포기하는 이명박 정부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혹평했다.
◆참모진이 대신한 대통령 사과 =
이 대통령의 모호한 사과가 논란이 일자 청와대 참모진들이 나섰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국정연설의 배경설명을 하면서 대통령 뜻은 분명한 사과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최 수석은 "측근 문제에 대한 전체적인 얼개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이 되는 대로 다시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 스스로 관련된 문제와 친인척 및 측근이 관련된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스스로에 관련된 내용은 내곡동 사저문제가 대표적이고, 측근과 친인척 비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져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대통령의 사촌처남이 제일저축은행 구명 로비의혹으로 구속됐고,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보좌관과 비서들의 괴자금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또 청와대에서도 핵심참모였던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3일자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자 멘토로 꼽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측이 거액의 로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측근·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올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더구나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은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적도 있다.
이런 마당에 사과를 하려면 화끈하게 해야지 굳이 두 줄 짜리 모호한 사과로 반감만 더 부르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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