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오후 3시, 부천 활박물관 2층 부천정에 네 명의 남성이 모였다. 활을 쏘기 위해 매일 부천정에 온다는 이들은 활과 화살을 갖추고 편사에 나섰다. 편사는 편을 갈라 활쏘기 재주를 겨루는 일이다. 이 날은 지는 팀에서 우승 팀을 대신해서 과녁을 향해 쏘아놓은 활을 치우로 합의했다. 바람이 불고 날씨는 추웠지만 아랑곳하지 않던 이들은 대열을 갖추고 사대에 서서 활을 잡아 당겼다.
자기 수양 키우는 호국 무예
최근 병자호란 당시 신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최종 병기 활’로 국궁(또는 궁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옛날 전쟁 무기로 쓰였던 국궁은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생활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이 날 편사에 나선 안준영(66), 정인배(64), 이두형(61), 손세국(60) 씨는 매일 부천정을 찾는다고 했다. 활과 화살을 들고 사대에 선 이들은 사정거리 145m의 과녁을 향해서 활을 쏘았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과녁에 명중할 때마다 이들이 지르는 탄성은 눈 앞에 보이는 원미산을 향해 날아갔다. 2002년 개장한 부천정 의 창립 멤버인 안 씨는 “국궁을 배우는 것은 나의 모자란 점을 닦아가는 자기 수양의 방편”이라 했다. 송 씨는 “개인운동이지만 싫증낼 수 없는 중독성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라고 전했다. 이 씨는 “많은 운동을 해봤지만 제일 좋다. 과녁에 맞았을 때의 스릴과 쾌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했고 정 씨는 “마음을 정화하는 운동으로 최고”라고 말했다. 이호형 강사는 “전국의 산성에 있는 활터에서 나라를 지켜온 것이 활”이라며 “국궁은 인을 행하고 예를 지키며 덕을 살피는 호국무예”라고 설명했다.
건강 체형 만들고 마음 다스려 볼까
국궁을 배우려면 활 잡는 법, 당기는 법, 바르게 서는 법, 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평소의 우리 몸 상태로는 활을 쏠 수가 없다. 몸이 한 쪽으로 기울거나 뒤틀렸기 때문이다. 이 강사는 “활 쏘는데 적당한 몸은 3개월 정도 걸려야 만들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4일 정도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활을 배우면 체형이 똑바로 만들어지면서 몸이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국궁을 배우면 이득이 많다. 활을 쏘려고 준비하는 순간, 몸의 중심은 단전 쪽으로 잡힌다. 그로 인해 저절로 복식호흡을 하기 때문에 건강해진다. 또한 화살이 과녁에 맞으려면 겸손한 마음을 배워야 해서 자신도 모르게 몸가짐이 발라진다. “활터에 오기 전에 기분이 안 좋으면 활이 잘 안 쏘아지므로 남과 다투지 않는 습관도 만들어진다”고 이 강사는 말했다. 회원들은 활터에 올라가서 활을 쏘는 순간은 바깥의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진다고 했다. 하루를 안 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안 쏘면 벗이 알며 삼 일을 안 쏘면 누구나 다 안다고 할 만큼 항상 연습이 필요한 운동이라는 것이다.
심신 수련에 더없이 좋은 운동
부천정은 전국 국궁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실력이 만만찮은 궁사들이 모여 있다. 33명의 회원들은 매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시간을 내서 활쏘기를 연습한다. 일주일에 3~ 4회 찾아와서 심신을 단련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다. 학기 중 CA 시간에는 학생들도 찾아온다. 활쏘기가 집중력을 길러줘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활을 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생각보다 무서운 살상력이 있어서 항상 조심해야 하고 쏠 수 있을 때까지는 화살을 걸고 쏘면 절대로 안 된다.
“활을 잡고 화살을 당겨 조준할 때까지는 의식적이고, 과녁을 조준한 뒤 3~ 4초의 시간 동안 무아지경에서 활을 쏘는 것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라며 “활 쏘는 사람은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균형 감각을 길러야 비로소 과녁에 명중시킬 수 있다”고 이 강사는 전했다.
부천정 사두 남과현 씨는 “궁도 9계훈만 있으면 법 없이도 산다. 그만큼 국궁은 심신을 수련하는 데 좋은 운동”이라고 밝혔다.
TIP 부천 국궁체험은 여기서
부천의 활터는 부천정(원미구 춘의동)과 성무정(소사구 심곡본동) 두 곳이 있다. 두 곳에서는 국궁체험교실이 열리고 있다. 부천정의 동절기 국궁 체험교실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다. 해마다 4월에 열리는 진달래꽃 축제 때는 시민활쏘기체험을 무료로 할 수 있다.
문의 부천정 032-665-1070, 성무정 032-662-7755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