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성공회대 경제학 교수
뉴욕의 한 사업가가 동남아의 한 섬에서 천연진주를 채취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물론 잠수를 잘하는 원주민을 고용해서다. 친구들을 설득해서 자금 모집에 성공한 그는 의기양양해서 물색해 둔 섬으로 떠났다. 한참 만에 뉴욕에 돌아온 그는 투자가들에게 기대만큼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양해를 구한다.
한 투자가가 임금을 얼마나 주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랑스럽게 일당으로 3일치 생활비를 줄 정도로 얼마나 원주민들에게 잘 해주는지 설명했다. 그때 그 투자가가 말하기를 일당으로 하루 살기 좀 모자라게 줘보라고 조언한다. 야자숲 개발권과 어업권도 따내서 원주민들이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섬으로 떠난 그 사업가가 재차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큰 돈을 만지고 있었다.
이전에 일당으로 3일치 생활비를 번 원주민은 하루만 일하고는 이틀 동안은 일할 필요가 없기에 친구들과 어울려 쉬고 놀았다. 이제는 하루 일해서 하루 생활비를 벌지 못하니 잔업에 나서서라도 모자라는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가불도 피할 수 없었다. 80년대 초에 어느 유명 외국잡지의 가십란에 실린 내용이다.
90년대 후반 런던에 머물 때 하숙을 치며 살아가던 한 영국 아주머니가 어느 날 학생들과 다투던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달 전기료가 몇 파운드 정도(당시 1파운드는 1500원 내외였다) 더 나왔단다.
제발 전기 좀 아껴쓰라고, 그 돈 메우려면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던 아주머니의 잔소리는 끝내 하소연으로 마무리되었다. 나중에 그 아주머니가 당시 영국 총리 이름을 모르고 있어서 약간 당황했던 기억도 난다
일반서민들은 '배고픈 절망의 시대'
만약 이 이야기들이 민주화 이후 시장이 지배하는 상태에서 우리 사회 경제체제가 대다수 서민과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장치나 기제(메카니즘)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일자리가 사라지고 청년실업이 늘고,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빚은 쌓이고, 결혼하고 아이 가지려 해도 그게 모두 다 빚이다.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항상 생계를 유지하기 빠듯하거나 모자라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누구나 부러워한다는 어느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밤샘 작업을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잔업수당이 줄면 어쩌나 전전긍긍한다.
작년에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40대의 경우에도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하다는 비율은 무려 62.7%에 이른다. 청년은 고사하고 우리 사회의 허리라는 40대조차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 생활할 수 없다. 흔히들 과거에 가난했을 때는 배고픈 희망의 시대였는데, 오늘은 배부른 절망의 시대라고 말한다. 경제전체로 보면 그럴듯한 말이지만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는 턱도 없다. 오히려 배고픈 절망의 시대다.
민주당의 일반 선거인단이 64만명에 달했다 한다. 40대 이상의 참여자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는 모바일 등록을 할 수 있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먹고 살기 바쁜데 어떻게 참여하겠냐고 했다. 이 참여가 아직은 희망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배고픈 절망의 시대에 나타나는 부산물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의 영국 아주머니처럼.
독점구조 해결할 '복안' 제시해야
많은 이들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복지는 이미 더 이상 야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여야 공유물이 되었다. 그러기에 야권이 집권을 꿈꾼다면, 복지를 넘어서야 한다. 끊임없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빚에 묶이게 하고, 일상에 매여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게 만드는 이 커다란 사회적, 체제적 통제의 메카니즘을 어떻게 완화시킬 수 있는지 복안을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재벌체제, 언론의 독점체제, 관료의 행정권력 독점의 체제들을 어떻게 이완시킬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숨을 쉬고, 그래야 이른바 창조강국이 되든 지식경제가 되든 바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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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 사업가가 동남아의 한 섬에서 천연진주를 채취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물론 잠수를 잘하는 원주민을 고용해서다. 친구들을 설득해서 자금 모집에 성공한 그는 의기양양해서 물색해 둔 섬으로 떠났다. 한참 만에 뉴욕에 돌아온 그는 투자가들에게 기대만큼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양해를 구한다.
한 투자가가 임금을 얼마나 주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랑스럽게 일당으로 3일치 생활비를 줄 정도로 얼마나 원주민들에게 잘 해주는지 설명했다. 그때 그 투자가가 말하기를 일당으로 하루 살기 좀 모자라게 줘보라고 조언한다. 야자숲 개발권과 어업권도 따내서 원주민들이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섬으로 떠난 그 사업가가 재차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큰 돈을 만지고 있었다.
이전에 일당으로 3일치 생활비를 번 원주민은 하루만 일하고는 이틀 동안은 일할 필요가 없기에 친구들과 어울려 쉬고 놀았다. 이제는 하루 일해서 하루 생활비를 벌지 못하니 잔업에 나서서라도 모자라는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가불도 피할 수 없었다. 80년대 초에 어느 유명 외국잡지의 가십란에 실린 내용이다.
90년대 후반 런던에 머물 때 하숙을 치며 살아가던 한 영국 아주머니가 어느 날 학생들과 다투던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달 전기료가 몇 파운드 정도(당시 1파운드는 1500원 내외였다) 더 나왔단다.
제발 전기 좀 아껴쓰라고, 그 돈 메우려면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던 아주머니의 잔소리는 끝내 하소연으로 마무리되었다. 나중에 그 아주머니가 당시 영국 총리 이름을 모르고 있어서 약간 당황했던 기억도 난다
일반서민들은 '배고픈 절망의 시대'
만약 이 이야기들이 민주화 이후 시장이 지배하는 상태에서 우리 사회 경제체제가 대다수 서민과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장치나 기제(메카니즘)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일자리가 사라지고 청년실업이 늘고,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빚은 쌓이고, 결혼하고 아이 가지려 해도 그게 모두 다 빚이다.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항상 생계를 유지하기 빠듯하거나 모자라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누구나 부러워한다는 어느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밤샘 작업을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잔업수당이 줄면 어쩌나 전전긍긍한다.
작년에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40대의 경우에도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하다는 비율은 무려 62.7%에 이른다. 청년은 고사하고 우리 사회의 허리라는 40대조차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 생활할 수 없다. 흔히들 과거에 가난했을 때는 배고픈 희망의 시대였는데, 오늘은 배부른 절망의 시대라고 말한다. 경제전체로 보면 그럴듯한 말이지만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는 턱도 없다. 오히려 배고픈 절망의 시대다.
민주당의 일반 선거인단이 64만명에 달했다 한다. 40대 이상의 참여자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는 모바일 등록을 할 수 있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먹고 살기 바쁜데 어떻게 참여하겠냐고 했다. 이 참여가 아직은 희망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배고픈 절망의 시대에 나타나는 부산물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의 영국 아주머니처럼.
독점구조 해결할 '복안' 제시해야
많은 이들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복지는 이미 더 이상 야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여야 공유물이 되었다. 그러기에 야권이 집권을 꿈꾼다면, 복지를 넘어서야 한다. 끊임없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빚에 묶이게 하고, 일상에 매여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게 만드는 이 커다란 사회적, 체제적 통제의 메카니즘을 어떻게 완화시킬 수 있는지 복안을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재벌체제, 언론의 독점체제, 관료의 행정권력 독점의 체제들을 어떻게 이완시킬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숨을 쉬고, 그래야 이른바 창조강국이 되든 지식경제가 되든 바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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