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평] 김씨 왕조와 재벌 왕조

지역내일 2012-01-30
임석준 동아대 정치외교학 교수

제2차 세계대전 후 남북이 단독 정부를 수립하면서 민족이 분단된 지 60년이 넘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남과 북은 같은 조상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이질적으로 발전했다.

두 사회가 완전히 다른 '근대화'의 길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것은 남과 북에서 모두 왕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정치권력을 세습하는 김씨 왕조를, 남한은 경제권력을 세습하는 재벌 왕조를 건립한 것이다.

북한은 잘 알다시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내려오는 3대 세습을 단행했다. 이를 보고 세계의 언론은 북한이 "형식적으로만 공산주의 국가이며 사실상 '평양 김씨'가 지배하는 왕조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능력보다는 혈통에 의한 세습도 똑같아

북한이 김씨 왕조를 구축했다면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남한에서는 재벌 왕조가 건설되었다. 압축 성장과 정부의 각종 특혜로 형성된 재벌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제3대 세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치 및 경영 능력보다는 혈통에 입각해 권력을 세습하는 남북한은 닮은꼴 조직이다.

북한의 김씨 왕조가 법의 지배를 받지 않듯이, 재벌 역시 법 위에 존재한다. 그 동안 재벌의 총수나 그의 가족들은 탈세, 주가조작, 횡령, 변칙상속 등 경제범죄는 물론이고 폭행 등 형사범죄를 저질러도 쉽게 빠져나오거나 집행유예 정도의 가벼운 벌만을 받았다. 심지어 국가의 법을 수호해야할 대통령이 앞장서서 재벌 총수들을 사면해준다.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혹은 "국가적 행사인 올림픽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자본주의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폰지 사기꾼 버너드 매도프에게 사면 없는 150년형을 선고했고,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으로 파산한 에너지 그룹 엔론사 CEO에게는 24년형을 선고했다.

한국의 모 재벌 총수는 유사한 분식회계를 저질렀는데 불과 몇 개월만에 사면으로 풀려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재벌들을 사면해주는 나라"라고 풍자했다.

최근 재벌 2·3세들은 골목상권에 침투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막대한 자금과 계열사의 유통 및 판로를 이용해서 커피 베이커리 레스토랑 등의 외식사업, 더 나아가 순대 청국장 등 이른바 골목상권이라고 부르는 생계 관련 비즈니스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대통령이 나서서 재벌이 양극화만 부추기고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정권 초기에 재벌들을 사면했던 대통령이 말이다). 그러자 그 다음날로 하나 둘씩 재계가 꼬리를 내렸다.

정치인들은 재벌을 골목상권으로부터 철수시킴으로써 서민정책을 실현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선거철 여론을 의식한 재벌과 정치인들의 전략적 후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빵집이 아니라 상생이다.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로 99%의 보통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을 조정하고 연봉을 삭감하면서까지 일자리 나눔을 실현하려고 하는데, 부와 특권이 집중된 1%의 리더들은 이번 위기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

빵집과 청국장이 재벌들 비즈니스 영역인가

한국의 재벌이 왕조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기부, 상생, 이익 공유, 나눔, 소통, 인간중심경영' 등의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의 재벌은 물건 잘 만들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업가인지는 모르지만, 존경받는 리더는 아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부와 재능을 남을 위해서 쓸 줄 아는 진정한 리더라는 점이다. 그리고 아무도 기업을 물려줄 2세의 이름을 알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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