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휘문고 교사, 전국진학 지도협의회 연구위원장
이제 올해 대학입시의 대장정이 마무리되고 있다. 2012입시 중 가장 큰 이슈는 수시모집에서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23.3대 1이었던 연세대가 33.5대 1, 37.1대 1이었던 고려대가 40.7대 1로 튀어 올랐다.
특히 고려대 의과대학 일반전형은 21명 모집에 3319명이 지원해 158대 1을 기록했다. 전국 의예과 모집인원 1300여명의 3배에 가까운 지원자가 고려대 의예과에 지원한 것이다. 중상위권 대학은 상위권 대학보다 훨씬 높은 경쟁률을 보였는데, 경희대와 건국대, 한양대 등이 48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와 같이 경쟁률이 높았던 것은, 첫째로 수험생들의 불안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수능이 쉬워지면서 한 두 문제만 틀려도 학과가 아니라 대학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했다. 어떤 수험생은 복권 사듯이 수십여 장의 원서를 쓴 경우도 있으며, 최상위권 수험생들도 예년과 달리 여러 장의 원서를 썼다. 서울대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연세대나 고려대에도 원서를 넣어 이들 대학의 경쟁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 반증이다.
둘째는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 경쟁 때문이다. 어떤 수험생은 같은 대학에 2~4회나 지원했다. 대학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수시 1차, 수시 2차, 특별전형 등 전형유형이 십수가지가 된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원하는 대학에 반드시 합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지원자격만 된다면 몇번이라도 지원하고 싶어한다. 대학들은 수험생의 이러한 심리를 적극 이용했다.
셋째는 언론도 큰 역할을 했다. 6등급이 H를 합격하고, 4등급이 Y대를 합격했다고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물론 충분히 뉴스거리가 될 수 있고, 중위권이나 중하위권 수험생들에게는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없다.
수험생 불안심리 이용하는 대학
이런 사례를 자주 접하다보면 일반화되어 자신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연세대 창의인재전형은 30명을 선발하는 데 1817명이나 지원했다. 성적과 무관하게 선발한다고 연일 보도하니 수많은 수험생들이 모여든 것이다.
이렇게 경쟁률이 높으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패배의식만 심어주게 된다. 21명을 선발하는데 3319명이 지원한 고려대 의과대학. 합격생 21명을 제외한 3298명은 원서를 내놓고, 논술 준비로 학교와 학원에서 밤을 지새우며 공부했으며, 전국 각처에서 KTX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모여 논술시험을 치렀다. 합격을 기다리며 노심초사 하던 이들 중 대부분은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 것이다.
2013년 입시에서는 수시모집 지원 횟수를 6회로 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2012입시부터 시행하려고 했으나 대학 측의 반발이 심해 시행하지 못했다. 6회로 지원한다 해도 지난 경쟁률보다는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인기 있는 대학의 모집인원은 2만명 정도로 한정되어 있고 전국에는 60만명이 넘는 수많은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지원 횟수를 제한하기 이전에 중요한 것이 있다. 수험생이 지원할 대학에 합격 가능성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이 있는데, 이 전형은 지난 6년 간 경쟁률 4대 1을 넘겨본 적이 없다. 고교에서 추천을 받아야 하고, 예년 합격선을 진학지도 교사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수험생
대입경쟁은 누구나 전력투구를 하기 때문에 원초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쟁일수록 룰이 단순해야 하고 정보도 투명해야 한다. 복잡한 전형제도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 수험생들, 잘못된 정보 때문에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 재수생이 24%에 달하는 것도 그 결과이다.
대학은 전형 과정뿐만 아니라 합격과 불합격의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현장에서 진학지도를 하는 교사들도 진학 결과를 공유해 대학이 발표한 자료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대학에 압력을 행사하고 진학교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정보가 투명해야 대입 실패자를 한명이라도 줄일 수 있으며, 지원경쟁을 학습경쟁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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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해 대학입시의 대장정이 마무리되고 있다. 2012입시 중 가장 큰 이슈는 수시모집에서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23.3대 1이었던 연세대가 33.5대 1, 37.1대 1이었던 고려대가 40.7대 1로 튀어 올랐다.
특히 고려대 의과대학 일반전형은 21명 모집에 3319명이 지원해 158대 1을 기록했다. 전국 의예과 모집인원 1300여명의 3배에 가까운 지원자가 고려대 의예과에 지원한 것이다. 중상위권 대학은 상위권 대학보다 훨씬 높은 경쟁률을 보였는데, 경희대와 건국대, 한양대 등이 48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와 같이 경쟁률이 높았던 것은, 첫째로 수험생들의 불안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수능이 쉬워지면서 한 두 문제만 틀려도 학과가 아니라 대학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했다. 어떤 수험생은 복권 사듯이 수십여 장의 원서를 쓴 경우도 있으며, 최상위권 수험생들도 예년과 달리 여러 장의 원서를 썼다. 서울대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연세대나 고려대에도 원서를 넣어 이들 대학의 경쟁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 반증이다.
둘째는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 경쟁 때문이다. 어떤 수험생은 같은 대학에 2~4회나 지원했다. 대학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수시 1차, 수시 2차, 특별전형 등 전형유형이 십수가지가 된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원하는 대학에 반드시 합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지원자격만 된다면 몇번이라도 지원하고 싶어한다. 대학들은 수험생의 이러한 심리를 적극 이용했다.
셋째는 언론도 큰 역할을 했다. 6등급이 H를 합격하고, 4등급이 Y대를 합격했다고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물론 충분히 뉴스거리가 될 수 있고, 중위권이나 중하위권 수험생들에게는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없다.
수험생 불안심리 이용하는 대학
이런 사례를 자주 접하다보면 일반화되어 자신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연세대 창의인재전형은 30명을 선발하는 데 1817명이나 지원했다. 성적과 무관하게 선발한다고 연일 보도하니 수많은 수험생들이 모여든 것이다.
이렇게 경쟁률이 높으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패배의식만 심어주게 된다. 21명을 선발하는데 3319명이 지원한 고려대 의과대학. 합격생 21명을 제외한 3298명은 원서를 내놓고, 논술 준비로 학교와 학원에서 밤을 지새우며 공부했으며, 전국 각처에서 KTX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모여 논술시험을 치렀다. 합격을 기다리며 노심초사 하던 이들 중 대부분은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 것이다.
2013년 입시에서는 수시모집 지원 횟수를 6회로 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2012입시부터 시행하려고 했으나 대학 측의 반발이 심해 시행하지 못했다. 6회로 지원한다 해도 지난 경쟁률보다는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인기 있는 대학의 모집인원은 2만명 정도로 한정되어 있고 전국에는 60만명이 넘는 수많은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지원 횟수를 제한하기 이전에 중요한 것이 있다. 수험생이 지원할 대학에 합격 가능성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이 있는데, 이 전형은 지난 6년 간 경쟁률 4대 1을 넘겨본 적이 없다. 고교에서 추천을 받아야 하고, 예년 합격선을 진학지도 교사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수험생
대입경쟁은 누구나 전력투구를 하기 때문에 원초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쟁일수록 룰이 단순해야 하고 정보도 투명해야 한다. 복잡한 전형제도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 수험생들, 잘못된 정보 때문에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 재수생이 24%에 달하는 것도 그 결과이다.
대학은 전형 과정뿐만 아니라 합격과 불합격의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현장에서 진학지도를 하는 교사들도 진학 결과를 공유해 대학이 발표한 자료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대학에 압력을 행사하고 진학교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정보가 투명해야 대입 실패자를 한명이라도 줄일 수 있으며, 지원경쟁을 학습경쟁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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