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설은 함께 즐기는 파티의 의미가 강하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즐거운 날, 즐겁게 벌이는 파티! 그리고 그에 걸 맞는 음식을 맛있게 즐기는 날이다.
‘먹기 위해 산다’는 프랑스인들과는 반대로 ‘살기 위해 먹는다’는 네덜란드인들은 새해에 무얼 먹을까? 올리볼렌은 문자 그대로 오일 볼, 즉 과일을 넣은 반죽을 기름에 튀긴 도넛을 말한다. 12월에 접어들면 네덜란드 길거리 곳곳에서 이 올리볼렌 튀기는 냄새가 진동을 하며 새해가 임박했음을 알린다. 온 가족이 갓 튀긴 뜨거운 도넛을 나눠 먹으며 한 해의 평안과 행운을 기원한다.
그리스의 새해 첫날은 성자 바질을 경축하기 위한 축제가 열린다. 이날은 커피와 함께 바실로피타라는 케이크를 먹는데, 이것은 카스텔라와 비슷한 맛과 모양을 가진다. 바실로피타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면 안에 동전을 넣는 관습 때문. 동전이나 장신구를 넣은 조각을 먹는 이에게는 한 해 동안 행운이 깃든다는 속설이 있다.
미국의 새해음식으로는 ‘호핑 존’이 있다. 남부 지방의 가난한 노예들이 먹던 음식에서 유래한 호핑존은 검은 콩, 쌀, 돼지고기에 남는 야채를 몽땅 쓸어 넣어 끓여 만든다. 독특한 유래 때문인지 재료 하나하나가 부를 기원하는데, 검은 콩은 동전을 상징하며 실제 동전을 그릇 아래나 바닥에 넣기도 한다. 바실로피타와 비슷하게 동전을 차지하는 사람이 한 해 행운을 가져간다. 또한 지폐를 상징하는 푸른잎 채소들을 넣기도 한다.
코테치노 콘 렌티치는 이탈리아의 새해음식으로 돼지발로 만든 소시지에 렌즈 콩을 얹는 음식이다. 채소, 우유, 와인을 넣은 물에 돼지 발을 삶아 뼈를 제거한 후 껍질과 고기를 잘게 썰어 소시지로 만들고 여기에 올리브오일에 볶은 야채, 향신료, 토마토 등과 졸여 볶은 렌즈 콩을 얹는다. 이탈리아 말로 ''scratch(긁는다)''에는 ''궁핍하게, 가까스로 살아간다''라는 뜻이 있어, 땅을 긁지 않는 동물, 돼지를 먹어 한 해를 풍요롭게 보내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떡국과 만두를 빚어 먹으며 새해를 맞이하며 서로에게 복을 기원하듯이 서양에서도 각국 특유의 새해 음식문화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양도 맛도 다양한 각국의 음식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바로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를 기원하고, 준비하는데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다양한 세계의 음식만큼 온갖 복들이 함께하길 바란다.
디누보 최병우 조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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