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시리아, 시위대 학살로 내전 임박

지역내일 2012-02-06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지난 12월 말 유엔은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3월 이후 10개월 동안에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가 시위 참가자 5000명을 살해하고 1만4000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수는 새해 들어 6000명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가 바샤르 독재를 규탄하는 이유다.

바샤르는 리비아의 카다피와 대비되는 독재자다. 카다피 독재가 유엔과 나토의 군사개입으로 무너진 지금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데 있어서 카다피보다 무자비한 바샤르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유가 뭔가? 많은 사람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리비아와 시리아의 지정학적 상황이 다른 것도 원인의 하나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태도다.

러시아와 중국은 리비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는 미국 프랑스 등과 함께 찬성했지만 시리아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에는 반대하고 있다. 왜? 리비아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토 국가들에게 실익 추구의 기회를 빼앗긴 경험이 작용했을 수 있다. 시리아에 연간 7억달러(2010년)의 무기를 판매하는 러시아는 국익상 바샤르 정권 편을 들게 됐다는 관측도 있다. 국제적으로 G2의 지위에 오른 중국도 중동문제에 독자적인 발언권을 주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계산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그제 4일에 있었던 유엔 안보이사회 시리아 결의안 투표 결과였다.

결의안은 이날 아랍연맹에서까지 비판을 받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고 그의 권한을 부통령이 인계받아 시리아에 민주선거를 실시할 거국정부를 구성하도록 하자는 것이 주요한 골자이다. 현재 거의 내란 상태에 빠진 시리아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시리아가 속한 아랍연맹이 만들어 낸 합리적인 내용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서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다.

중·러, 바샤르 퇴진 결의안에 거부권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이 결의안을 부결시켜버렸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10월에도 유사한 시리아 결의안을 비토했다. 강대국의 이기주의와 오만이 세계 평화의 기회를 내팽개친 것이다. 결의안 비토가 있기 바로 하루 전 바샤르 정부가 반정부 시위 참가자 200명 이상을 '학살'하는 대참극을 벌였다는 사실이 주목을 끈다. 작년 3월 첫 반정부 시위가 벌어난 이후 가장 많은 시위 참가자가 희생된 학살이었는데도 그 바로 다음날 학살의 주범인 바샤르의 퇴장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부결된 것이다. 안보리가 바샤르의 탄압을 묵과한다고 오해할 수 있게 하는 결정이었다. 바샤르가 안보리의 사임 결의안 거부에 고무돼 반정부 시위에 자신감을 갖고 탄압을 계속해도 좋다는 허가증을 받은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게 하는 결정이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안보리의 결의안 부결이 유엔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바샤르 정권의 가장 중대한 범죄는 정부군이나 경찰에게 민주화를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 군중을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이러한 반인륜적인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탈영한 군대 조직이 자유시리아군이다. 이들은 평화적인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시위 참가자에게 발포하는 정부군과 싸운다.

이들은 정부군을 향해 시위 군중에 대한 발포를 거부하고 탈영해서 자유시리아군에 합류하라고 설득작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군을 탈영하는 병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군을 떠나 자유시리아군에 합류한 무스타파 아메드 알 세히크 장군은 1월 1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군에서 자유시리아군에 합류한 병사의 수가 2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정부 자유시리아군 세력 2만명

현재 장군 계급에서 탈영한 군인도 두 명이나 된다. 주로 하급 장교와 병사로 구성된 자유시리아군은 전국에 분산돼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 근교에도 자유시리아군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정부군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다. 자유시리아군은 비행기의 타격대상이 되기 쉬운 장갑차 이용을 기피하고 주로 A-47 같은 경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탱크를 이용하는 부대도 출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4일 베를린 기자회견에서 강대국들이 함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리아는 결국 내전으로 치닫지 않겠느냐며 내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안보리 결의안을 반대한 러시아도 그런 위험을 인정한다. 라브로프 외상은 안보리가 지구상의 유일한 외교 장소는 아니라면서 시리아 위기 탈출구를 찾기 위해 7일 경 바샤르와 회담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를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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