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주율 60% 넘는데, 소방서가 없다?
전국 40여 시군에 없어 … 서울도 강북·성동·금천구에 설치 안돼
소방인력도 턱없이 모자라 … 아파트 화재시 질식사 막는 대피 중요
지난 2006년 10월 28일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4명 가운데 3명이 숨졌다. 조씨 일가족 4명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살려달라며 버티다 치솟는 불길로 인해 차례로 뛰어내렸다. 15㎞ 떨어진 의정부 소방서에서 인명구조용 고가 사다리차와 에어매트가 도착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당시 양주에는 소방서가 없었다
6년전 일이지만, 당시 양주시처럼 아직도 소방서가 없는 곳이 있다. 경기도는 양주 아파트 화재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지난 2007∼2008년에 소방서가 없던 의왕시와 양주시, 연천군, 화성시, 가평군에 소방서를 개소했다. 경기도내 31개 시군에 소방서를 모두 설치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시·도는 소방서가 없는 시군이 적지 않다. 전국 228개 시군 중 40여 시군에 소방서가 없다. 특히 전남은 11개 시군, 경북은 8개 시군에 소방서가 없는 실정이다.
◆소방서 없으면 아파트 등 대형건물 화재진압 어려워 = 소방서가 없는 지역에는 119안전센터가 설치돼 있다. 안전센터에는 화재진압 전문차량인 펌프차와 구급차, 구조차 등과 각종 진압장비가 배치돼 있어 대형 화재를 제외하고는 화재 진화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아파트나 고층건물 화재 진압에 쓰이는 굴절 및 고가사다리차나 고성능화학 소방차 등은 없다. 보통 사다리차는 소방서당 1대 정도 있다. 해당시군에 소방서가 없으면 아파트 화재진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 거주율이 60%를 넘는 조건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소방인력과 장비가 가장 많다고 하지만, 공교롭게도 강북지역인 강북구와 성동구, 금천구에는 소방서가 없다. 지난 1월말 현재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소방인력은 소방서 22개소에 6051명으로 전국 최고다. 소방서가 34개소에 달하는 경기도보다 100여명이 더 많다.
경기도 인구가 서울보다 200여만명 많고 면적이 17배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 소방인력은 적지 않은 규모다.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소방서를 신설할 수 있는 여건인 것이다. 그나마 7년 전부터 추진해온 강북소방서가 올 5월 개서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중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소방행정과 주낙동 팀장은 "이들 지역은 인구가 40만명이 안되고 화재발생 위험도가 높은 대형 건축물이 많지 않은 곳이라 소방서 신설이 늦었다"며 "강북소방서가 개서하면 2015년에는 성동소방서, 그 후에는 금천소방서를 개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 시도 소방지원 예산 고작 500억원 = 하지만 서울소방재난본부 계획이 너무 한가롭다는 지적이다. 본부는 행정절차를 밟고 토지매입을 거쳐 소방서를 신축, 개서하는데 최소한 4~5년 이상 걸려 시기를 무작정 앞당길 수 없다는 반응인데 반해, 구청과 주민들은 신속한 개서를 원하고 있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 모(40 여)씨는 "안전센터가 있고 인근 광진구에 소방서가 있기는 하지만, 화재가 났을 때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며 "경기도처럼 1~2년 안에 소방서를 신설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원활한 화재진압을 위해서는 적정 규모의 소방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경찰에 이어 소방조직도 소방관의 근무여건 개선을 3교대를 하고 있지만, 대규모 인력 충원 없이 실시하는 관계로 각 안전센터마다 출동인력이 줄었다. 예전에 2교대를 할 때는 화재진압을 위해 8~9명이 출동했다면 현재는 7명이 출동하고 있다. 화재발생 위험도가 높은 서울은 10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충원 인력을 승인해주지 않으면 줄여야 한다.
지난 1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3교대 비율은 87%에 달한다. 그러나 안전센터가 없는 읍면 지역의 지역대에는 1~2명이 근무해 3교대를 할수 없다. 전국적으로 지역대만 394개에 이른다.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과 김문용 계장은 "행정인력을 줄여 출동인력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3교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진한 데가 있다"며 "화재진압에 영향을 주지 않고 3교대를 하려면 2만5000여명이 필요한데, 올해 시도 소방재난본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500억원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6개 시·도 소방재난본부의 예산은 2조65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국비는 473억원이 전부였다. 예산 대비 국비 비중이 1.8% 정도로 선진국의 50%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올 2월부터 주택에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 의무화 = 화재진압은 소방서에 기댄다지만, 대피는 주민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매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주택과 아파트 화재에서는 대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피를 하려면 화재를 감지해야 한다.
화재발생 사실을 알려주는 경보설비에는 비상경보설비와 단독경보형감지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시각경보기, 자동화재속보설비, 가스누설경보기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아파트에는 비상경보설비나 자동화재탐재설비,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한다.
특히 올 2월부터는 단독주택 등에도 의무적으로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연기로 인한 질식사를 막기 위해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이홍섭 팀장은 "아파트에는 경보설비가 설치돼 있지만, 바깥에 있기 때문에, 방마다 2만원 안팎의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면 연기 질식사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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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0여 시군에 없어 … 서울도 강북·성동·금천구에 설치 안돼
소방인력도 턱없이 모자라 … 아파트 화재시 질식사 막는 대피 중요
지난 2006년 10월 28일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4명 가운데 3명이 숨졌다. 조씨 일가족 4명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살려달라며 버티다 치솟는 불길로 인해 차례로 뛰어내렸다. 15㎞ 떨어진 의정부 소방서에서 인명구조용 고가 사다리차와 에어매트가 도착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당시 양주에는 소방서가 없었다
6년전 일이지만, 당시 양주시처럼 아직도 소방서가 없는 곳이 있다. 경기도는 양주 아파트 화재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지난 2007∼2008년에 소방서가 없던 의왕시와 양주시, 연천군, 화성시, 가평군에 소방서를 개소했다. 경기도내 31개 시군에 소방서를 모두 설치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시·도는 소방서가 없는 시군이 적지 않다. 전국 228개 시군 중 40여 시군에 소방서가 없다. 특히 전남은 11개 시군, 경북은 8개 시군에 소방서가 없는 실정이다.
◆소방서 없으면 아파트 등 대형건물 화재진압 어려워 = 소방서가 없는 지역에는 119안전센터가 설치돼 있다. 안전센터에는 화재진압 전문차량인 펌프차와 구급차, 구조차 등과 각종 진압장비가 배치돼 있어 대형 화재를 제외하고는 화재 진화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아파트나 고층건물 화재 진압에 쓰이는 굴절 및 고가사다리차나 고성능화학 소방차 등은 없다. 보통 사다리차는 소방서당 1대 정도 있다. 해당시군에 소방서가 없으면 아파트 화재진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 거주율이 60%를 넘는 조건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소방인력과 장비가 가장 많다고 하지만, 공교롭게도 강북지역인 강북구와 성동구, 금천구에는 소방서가 없다. 지난 1월말 현재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소방인력은 소방서 22개소에 6051명으로 전국 최고다. 소방서가 34개소에 달하는 경기도보다 100여명이 더 많다.
경기도 인구가 서울보다 200여만명 많고 면적이 17배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 소방인력은 적지 않은 규모다.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소방서를 신설할 수 있는 여건인 것이다. 그나마 7년 전부터 추진해온 강북소방서가 올 5월 개서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중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소방행정과 주낙동 팀장은 "이들 지역은 인구가 40만명이 안되고 화재발생 위험도가 높은 대형 건축물이 많지 않은 곳이라 소방서 신설이 늦었다"며 "강북소방서가 개서하면 2015년에는 성동소방서, 그 후에는 금천소방서를 개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 시도 소방지원 예산 고작 500억원 = 하지만 서울소방재난본부 계획이 너무 한가롭다는 지적이다. 본부는 행정절차를 밟고 토지매입을 거쳐 소방서를 신축, 개서하는데 최소한 4~5년 이상 걸려 시기를 무작정 앞당길 수 없다는 반응인데 반해, 구청과 주민들은 신속한 개서를 원하고 있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 모(40 여)씨는 "안전센터가 있고 인근 광진구에 소방서가 있기는 하지만, 화재가 났을 때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며 "경기도처럼 1~2년 안에 소방서를 신설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원활한 화재진압을 위해서는 적정 규모의 소방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경찰에 이어 소방조직도 소방관의 근무여건 개선을 3교대를 하고 있지만, 대규모 인력 충원 없이 실시하는 관계로 각 안전센터마다 출동인력이 줄었다. 예전에 2교대를 할 때는 화재진압을 위해 8~9명이 출동했다면 현재는 7명이 출동하고 있다. 화재발생 위험도가 높은 서울은 10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충원 인력을 승인해주지 않으면 줄여야 한다.
지난 1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3교대 비율은 87%에 달한다. 그러나 안전센터가 없는 읍면 지역의 지역대에는 1~2명이 근무해 3교대를 할수 없다. 전국적으로 지역대만 394개에 이른다.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과 김문용 계장은 "행정인력을 줄여 출동인력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3교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진한 데가 있다"며 "화재진압에 영향을 주지 않고 3교대를 하려면 2만5000여명이 필요한데, 올해 시도 소방재난본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500억원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6개 시·도 소방재난본부의 예산은 2조65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국비는 473억원이 전부였다. 예산 대비 국비 비중이 1.8% 정도로 선진국의 50%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올 2월부터 주택에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 의무화 = 화재진압은 소방서에 기댄다지만, 대피는 주민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매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주택과 아파트 화재에서는 대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피를 하려면 화재를 감지해야 한다.
화재발생 사실을 알려주는 경보설비에는 비상경보설비와 단독경보형감지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시각경보기, 자동화재속보설비, 가스누설경보기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아파트에는 비상경보설비나 자동화재탐재설비,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한다.
특히 올 2월부터는 단독주택 등에도 의무적으로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연기로 인한 질식사를 막기 위해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이홍섭 팀장은 "아파트에는 경보설비가 설치돼 있지만, 바깥에 있기 때문에, 방마다 2만원 안팎의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면 연기 질식사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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