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동 칼럼] 또 한번의 ‘실망연습’

지역내일 2011-12-29
김진동 본지 논설고문

2011년의 해가 저문다. 실망의 해가 진다. 올해는 유난히도 무더웠다. 유난히도 추웠다. 답답한 가슴으로 또 한 해를 보낸다. 아무리 되짚어봐도 환하게 웃었던 날이, 밝게 웃겼던 일이 있었던가 싶게 씁쓸히 한 해를 마감한다. 연초에 당차게 설계했던 희망이 무너지고 올해는 좀 사는 형편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깨지는 아픔을 끝내 추스리지 못한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축 늘어진 어깨를 펴보지 못하고 아쉬움으로 점철된 마지막 달력을 접는다. 역시 올해도 '실망연습'을 한 해가 되고 말았다.

실망의 주인은 먼저 경제실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MB정부가 호기롭게 추진했던 성장위주 정책과 성장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선택한 안정정책도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저성장 고물가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불황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거시 미시 할 것 없이 경제흐름을 알리는 지표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투자와 소비심리는 이미 혹한기에 접어든 느낌이다.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MB정부의 친서민, 공정사회, 공생발전정책은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는 구호목록에서나 찾아야 할 것 같다. 국면돌파용으로 즉흥적으로 제시한 정책, 거기다 실천의지도 불분명한 정책의 허구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는 이유다.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이자 글로벌 화두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발 월가 점령시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유럽 재정위기는 1년 내내 한국경제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다. 우리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날로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그 충격파가 금융위기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고 있는 탓이다. 더욱 걱정스럽고 분명한 것은 세계경제에 대재앙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유로존의 붕괴까지 거론되는 것은 위기의 진정이 아니라 위기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비책은 '예의 주시'가 고작이다.

국민들의 삶 갈수록 팍팍해져

월가 점령시위의 저변에는 신자유주의 폐해에 대해 반성 없는 무한경쟁의 시장경제에 대한 엄중한 경종이 깔려 있다. 금융자본의 탐욕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세계를 휩쓴 월가 점령시위는 한국을 비껴가지 않았다. 1%대 99%로 상징되는 빈익빈 부익부, 심화되는 양극화는 한국의 고질병으로 시위의 표적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반응은 냉냉했다. 1%의 입은 침묵했고 정부도 뜨거운 감자를 보듯 외면했다.

버핏세 도입논의가 미국과 유럽을 달구고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을 때도 한국의 부자들의 입은 무거웠다. 오히려 부자감세 철회에 불만을 터뜨렸다. 시위가 잠잠해지자 정치권도 부자증세안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분명해 보이는 것은 월가 점령시위와 부자증세의 동인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라 안으로부터 경고 메시지도 튀어나왔다. 반값 등록금 시위와 자영업의 붕괴에서 절박한 서민경제에 대한 경고를 읽을 수 있다. 한국을 일으킨 것은 교육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교육열에 제동을 건 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 등록금이다.

많은 예비 인재들이 거액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려 향학에 전념하지 못한다. 교육은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한다. 부담의 한계를 넘은 등록금은 곧 계층상승을 위한 공정한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자영업의 붕괴는 실업자를 양산하고 서민층을 빈곤층으로 내몰게 된다. 고용없는 성장 시대에 더하여 베이비 부머의 대거 은퇴로 자영업의 경쟁이 심화된 데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7만7000여명의 자영업자가 시장을 떠났다. 자영업이 무너지면 고용시장 기반이 무너지고 경제 사회기초가 흔들리게 된다. 그 증세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우울한 세밑에서도 자선냄비 속에서 희망을 본다. 자선냄비가 예년보다 풍성하고 사랑의 온도도 예상외로 높게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서로 돕는 한국인의 성정을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국민들 절박한 기도에 정부 대답해야

허나 자선냄비 속을 들여다보면 부자들의 통큰 기부는 별로 보이지 않고 서민들의 작은 손이 모여서 일군 큰 결과임을 알게 된다. 역시 독식을 좋아하는 한국의 부자들은 짜고 인색한 모양이다.

'잃어버린 1년'의 끝자락에서 생활에 찌든 국민들은 기도한다. 20대는 "백수를 면하여 기를 펴고 결혼할 수 있게 해주소서." 30대는 "아이를 많이 낳을 테니 걱정 없이 잘 기르게 해주소서." 40대는 "실업공포와 빚더미에서 탈출하게 해주소서." 그리고 50대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준비하게 해 주소서." 이런 절박한 기도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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