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도시마을’ 모범 만든다

지역내일 2012-02-22
도봉구, 유형별 공동체 18개월 실험
'주민이 나서야하는 이유' 공유 성과

"동네축제 홍보물을 돌리는데 때론 잡상인취급도 당했어요. 주민들이 준비하는 축제는 처음이라 '사람들이 올까' 하는 불안감이 컸구요."

서울 도봉구 창4동에서 지난해 가을 주민 주도로 첫 마을잔치가 열렸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축제 당일 참가자는 2000여명. 어지간한 구청행사 규모였다. 주민들은 이날 마을기금 70만원을 적립하는 성과도 거뒀다. 최소영 창4동 마을만들기추진단 부단장은 "처음에는 '왜 우리가 축제를 준비해야 하나' 의문을 갖던 주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도봉구 주민들이 '살고싶은 도시마을' 모범 만들기에 나섰다. 마을 유형별로 주민들이 주체가 된 도시공동체 회복 시범사업을 시작한지 1년 6개월. 서서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도봉지역에 적합한 도시마을 만들기 사업 출발은 2010년 7월. 첫단계는 공무원 조직에서 사업 필요성 공유하기. 이동진 구청장은 "공무원들이 정해진 업무만 해왔지 민·관 협치를 해본 적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며 "지방자치는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돌이켰다.

삼개월여 방향을 구상한 끝에 그해 가을 '좋은 마을 만들기 기본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본격적인 사업은 지난해 초 마을만들기 강좌를 열면서 시작됐다. 이어 구 전체를 5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한 '찾아가는 강좌'까지 거쳐 창4동과 방학2동이 시범마을로 선정됐다.

창4동은 주택 99%가 아파트단지로 구성된 전형적인 도시마을이고 방학2동은 일반 주택으로 구성된 대표적 자연부락이다. 주민 공모로 '마을만들기추진단'을 뽑은 결과 방학2동에서 27명, 창4동에서 34명이 관심을 보였다. 구는 추진단을 대상으로 '마을만들기 씨앗뿌리기 강좌'를 6주간 운영했다. 지역문제와 마을과제를 찾고 주민들 욕구조사, 마을의제 선정과 마을사업 찾아내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도봉보다 앞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는 곳 견학도 했다.

추진단은 지역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방학2동은 '문화로 서로 어울리는 마을'을 의제로 정한 뒤 도깨비공원 재생, 안방학동 마을길 조성, 교육 문화탐방 등 청소년 문화사업 3가지를 하기로 했다. 창4동은 '깨끗한 녹색마을' '마음이 통하고 공간에서 소통하는 마을' 두가지를 마을 의제로 정했다. 세부 사업은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1번출구 환경개선,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 친환경 공간조성, 차없는 거리 축제, 마을카페 운영 4가지.

사업목표를 모두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얼굴도 모르던 주민들이 명절에 떡을 나누고 벼룩시장을 겸한 마을잔치를 열기도 했다. 따뜻한 차 한잔과 수다를 나눌 수 있는 마을다방을 차렸고 알콩달콩 이야기가 있는 마을길을 찾아냈다. 수십년간 방치돼온 지하철역사 하부공간을 단장했고 친환경 쓰레기집하장도 설치했다. 두 마을 주민들은 올해는 마을길에 이야기 덧칠하기, 마을카페 공간 물색 등 지난해보다 한걸음 나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소영 창4동 부단장은 "주민들간 시련과 갈등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와 우리, 마을을 알게 됐다"며 "또다시 마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도봉구는 이들 두 마을에 더해 서울시에서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방학천 주변 마을 주민들과 또다른 형태의 시범사업을 구상 중이다. 단독주택지인 쌍문2·방학1동, 공동주택지인 쌍문4·방학3동 주민들 의견을 설계와 시공에 반영하기 위한 주민협의체는 그 시작. 마을만들기추진단을 꾸리고 씨앗뿌리기 강좌를 진행, 자율적 주민조직을 세울 방침이다.

이동진 구청장은 "주민들이 처음에는 '구청은 뭔가 해주는 곳'이라고만 생각하고 일회적인 사업이나 돈을 쓰는 사업만 구상했다"며 "지금까지 오면서 처음에 참여하지 않았던 주민들도 동참하고 추진단은 '주민이 나서야 하는 이유'를 공유하게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구청장은 "의도적으로 사업을 확산시키기보다 주민들 스스로 시범마을이 잘 꾸려진 것을 보고 움직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적자원을 발굴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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