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영어교육 열풍 어느 정도인가
‘고액과외’ ‘조기유학’ ‘해외연수’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영어학원이나 학습지 전단을 챙겨들고야 마는 우리 주부들. 아이가 우리말 뿐 아니라 영어도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엄마들의 바람은 그들 자신의 삶까지 180도 변화시키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영어교육정보를 찾아 인터넷의 늪에서 허우적대보지 않은 엄마라면 조기영어교육에 대해 논할 자격도 없다. 폐업처분 하는 비디오가게를 돌아다니며, ‘나홀로 집에’ 같은 비디오 테이프를 1000원∼2000원에 사다가 마르고 닳도록 보여주고, 그것도 모자라 아이들 때문에 미국 가겠다고 미용기술을 배우고, 조리학원에 다니는 엄마들도 등장했다.
아이를 외국 친척집에 보내는 일은 이미 여름, 겨울방학생활의 필수코스. 왕복 항공료에 체류경비까지 한번 다녀오면 몇 달씩 적자살림을 감수해야 하는데도 내심 부러워하는 엄마들이 많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70년대 생 엄마들 중에는 아예 영어로 태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엄마는 영어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소신(?) 아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영어 테이프로 태교를 시작한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영어테이프를 틀어놓고 젖을 먹이고, 생후 6개월부터는 시간을 정해 영어비디오테이프를 보여준다. 두 돌 무렵부터는 외국인 선생님이 가르치는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켜 본격적인 영어교육을 시작한다.
언제 어떻게 배우는 게 좋은가
10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영어교습연령이 요즘은 5세에 시작해도 늦는다는 얘기를 듣는다. 실제로 0개월∼12개월의 자녀를 데리고 학원을 찾아와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하는 엄마들이 많고, 영어유치원에서도 24개월 이하 유아반이 생겨날 정도다.
그러나 과도한 조기 영어교육이 영어 조기습득은 커녕 언어지체나 주의력 산만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증에 걸려 피부과를 찾는 어린이환자가 늘고 있고, 발음교정을 위해 혀 길이를 늘리는 수술까지 받는다는 얘기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영어 등 제2 외국어학습의 적기는 초등학교 2학년∼3학년.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모국어를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을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2세 미만의 아기에게는 영어 비디오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단다. 젖먹이 아기의 뇌는 엄마의 사랑이 담긴 말을 배운 뒤 이 말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회로를 만드는데, 이 회로가 제때에 만들어지지 않으면 뇌회로망 전체가 뒤죽박죽이 돼 평생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아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영어 조기교육에는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언어환경이 중요하다. 어릴 때는 외국인들을 자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두려움을 없애 문화적 정서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일면 수긍이 간다. 전문가들은 영어학습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놀이나 노래 등을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어린이영어학원 어떻게 고를까
종전 외국어학원이 사무실들이 밀집한 도심이나 대학가에 많이 있었던 것과 달리 어린이 영어학원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성업 중이다. 또 학교나 유치원이 학원에 인접해 있을수록 수강생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에 한 학교 앞에 학원이 서너개 씩 들어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에 있는 대학들과 계약을 맺고 교육프로그램을 그대로 도입해 운영하는 학원들이 늘고 있다. 일종의 지점형태로 운영되는 이들 학원에서는 일체의 교재와 교육프로그램을 지원 받아 운영된다. 원장과 강사들의 교육자료를 표준화해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강사의 소득에 따르는 세무문제 처리방법을 표준화해 매뉴얼을 제공할 정도다.
어린이영어학원을 선택할 때는 우선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인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조기영어교육의 효과를 가늠 짓는 주요한 요인으로 교육프로그램과 강사의 자질을 꼽는다.
문화와 정서가 다른 외국인 강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완성되지 않은 아이의 뇌를 수동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학원에서는 1시간 짜리 수업의 경우 내국인 강사와 외국인강사가 30분씩 번갈아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검증해보는 것이 좋다. 자질 있는 선생님이 진행하는 영어수업이라도 그것이 체계적이지 않으면 짜임새 있게 진행되기 어렵다. 검증된 외국 프로그램을 수입해 쓰는 학원이 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미국, 영국 등에서 들여온 프로그램이나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우리 아이들에게 적합한지 검증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고액과외’ ‘조기유학’ ‘해외연수’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영어학원이나 학습지 전단을 챙겨들고야 마는 우리 주부들. 아이가 우리말 뿐 아니라 영어도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엄마들의 바람은 그들 자신의 삶까지 180도 변화시키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영어교육정보를 찾아 인터넷의 늪에서 허우적대보지 않은 엄마라면 조기영어교육에 대해 논할 자격도 없다. 폐업처분 하는 비디오가게를 돌아다니며, ‘나홀로 집에’ 같은 비디오 테이프를 1000원∼2000원에 사다가 마르고 닳도록 보여주고, 그것도 모자라 아이들 때문에 미국 가겠다고 미용기술을 배우고, 조리학원에 다니는 엄마들도 등장했다.
아이를 외국 친척집에 보내는 일은 이미 여름, 겨울방학생활의 필수코스. 왕복 항공료에 체류경비까지 한번 다녀오면 몇 달씩 적자살림을 감수해야 하는데도 내심 부러워하는 엄마들이 많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70년대 생 엄마들 중에는 아예 영어로 태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엄마는 영어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소신(?) 아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영어 테이프로 태교를 시작한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영어테이프를 틀어놓고 젖을 먹이고, 생후 6개월부터는 시간을 정해 영어비디오테이프를 보여준다. 두 돌 무렵부터는 외국인 선생님이 가르치는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켜 본격적인 영어교육을 시작한다.
언제 어떻게 배우는 게 좋은가
10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영어교습연령이 요즘은 5세에 시작해도 늦는다는 얘기를 듣는다. 실제로 0개월∼12개월의 자녀를 데리고 학원을 찾아와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하는 엄마들이 많고, 영어유치원에서도 24개월 이하 유아반이 생겨날 정도다.
그러나 과도한 조기 영어교육이 영어 조기습득은 커녕 언어지체나 주의력 산만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증에 걸려 피부과를 찾는 어린이환자가 늘고 있고, 발음교정을 위해 혀 길이를 늘리는 수술까지 받는다는 얘기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영어 등 제2 외국어학습의 적기는 초등학교 2학년∼3학년.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모국어를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을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2세 미만의 아기에게는 영어 비디오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단다. 젖먹이 아기의 뇌는 엄마의 사랑이 담긴 말을 배운 뒤 이 말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회로를 만드는데, 이 회로가 제때에 만들어지지 않으면 뇌회로망 전체가 뒤죽박죽이 돼 평생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아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영어 조기교육에는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언어환경이 중요하다. 어릴 때는 외국인들을 자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두려움을 없애 문화적 정서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일면 수긍이 간다. 전문가들은 영어학습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놀이나 노래 등을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어린이영어학원 어떻게 고를까
종전 외국어학원이 사무실들이 밀집한 도심이나 대학가에 많이 있었던 것과 달리 어린이 영어학원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성업 중이다. 또 학교나 유치원이 학원에 인접해 있을수록 수강생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에 한 학교 앞에 학원이 서너개 씩 들어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에 있는 대학들과 계약을 맺고 교육프로그램을 그대로 도입해 운영하는 학원들이 늘고 있다. 일종의 지점형태로 운영되는 이들 학원에서는 일체의 교재와 교육프로그램을 지원 받아 운영된다. 원장과 강사들의 교육자료를 표준화해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강사의 소득에 따르는 세무문제 처리방법을 표준화해 매뉴얼을 제공할 정도다.
어린이영어학원을 선택할 때는 우선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인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조기영어교육의 효과를 가늠 짓는 주요한 요인으로 교육프로그램과 강사의 자질을 꼽는다.
문화와 정서가 다른 외국인 강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완성되지 않은 아이의 뇌를 수동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학원에서는 1시간 짜리 수업의 경우 내국인 강사와 외국인강사가 30분씩 번갈아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검증해보는 것이 좋다. 자질 있는 선생님이 진행하는 영어수업이라도 그것이 체계적이지 않으면 짜임새 있게 진행되기 어렵다. 검증된 외국 프로그램을 수입해 쓰는 학원이 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미국, 영국 등에서 들여온 프로그램이나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우리 아이들에게 적합한지 검증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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