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 물가관리 대안될까

지역내일 2012-03-08
안정기금으로 배추·돼지·쌀 가격 조절
배추·구제역 파동때 가격변동폭 줄여 … 영리추구 못해 생산자-소비자 윈윈전략 가능

생활협동조합(생협)이 서민들의 식료품 물가를 안정시키고 의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생협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일 김동수 공정위원장이 방문한 생협 분당 아이쿱매장은 제법 넓고 다양한 품목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친환경 농산물과 축산류, 생선, 과자류가 주를 이뤘다.

직거래로 변동성 줄이는 게 최고 = '물가잡이'로 나선 김동수 위원장은 배추 파동이 일었던 2010년과, 반대로 폭락했던 지난해의 김장배춧값에 대한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2010년 생산자 출하가격과 소비자가격이 2000원과 1만5000원이었으나 아이쿱생협에서는 1400원과 2000원에 사고 팔았다.

지난해에는 200~300원에 출하되고 600~1000원에 소비자에게 넘어갔지만 아이쿱 생협에서는 1000원에 사들여 1300원에 팔았다.

2010년과 2011년간 일반시장에서 출하가격은 8배, 소비자구입가격은 25배나 차이가 났으나 아이쿱생협은 생산자 출하가격이 1.4배, 소비자구입가격이 1.5배에 그쳤다.

소비자는 비싸게 사는 데 생산자는 싸게 공급해 중간유통단계에서 너무 높은 마진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생협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2010년 일반시장에서는 생산자 출하가격이 소비자가격의 13.3%였으나 생협은 70.0%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일반시장과 생협의 차이는 25.0~50.0%, 76.9%였다.

아이쿱생협 김장배추는 친환경인증을 받은 것으로 백화점이나 친환경 전문점에 비해 20%가량, 홈플러스 온라인몰에 비해서는 30%가량 싸다는 게 생협측의 설명이다.

이중곡가제로 쌀 수매 = 2010년부터 아이쿱생협은 쌀에 대해 이중곡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친환경 쌀을 생산자에게는 일반가격보다 비싸게, 소비자에게는 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올해는 또 10대 가격안정품목을 정해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해당품목은 쌀 밀가루 유정란 두부 콩나물 닭고기 감자 양파 배추 김장채소 등이다.

이같이 비싸게 사고 싸게 팔 수 있었던 것은 유통구조를 직거래로 단순화해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줄인 것과 함께 가격안정기금을 만든 덕이 크다.

가격안정기금은 2010년에 9억9070만원을 조성해 배추 무 등 김장채소 가격안정에 4억3789만원을 썼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금액을 추가로 조성해 4억원정도를 축산물 채소 쌀 가격을 잡는 데 사용했다. 가격안정기금은 조합원의 경우 올해부터 지난해보다 50원 올린 350원씩 적립하고 생산자는 출하액의 1%를 기금에 넣어 만들어진다.

안정적인 계약재배를 위한 선수금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파종하기 전에 구매계약을 맺고 영농자금을 미리 지급하는 방식이다.




항생제 처방 일반의원의 5분의 1 수준 = 391개 생협 중 의료생협은 225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상반기 항생제 처방비율이 일반의원은 전국평균 53%인데 반해 생협은 10%수준이었다. 대표적인 의료생협인 안산의료생협은 일반 내과 이외에 한의원을 운영, 진료서비스 중 상당부분을 의료 취약계층인 독거노인 장애인 등에 무료 방문진료를 해주고 있다. 요양시설도 함께 운영 중이다.

임종한 의료연합회 회장은 "의료생협은 조합원에 대한 개인 주치의 수준의 건강관리 서비스, 노인 장애인에 대한 무료방문진료, 진료 요양 양로 등 토탈서비스가 가능하고 과잉진료 문제와 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윤 추구하지 않는다 = 유통생협은 이익이 생겨도 50%이상 배당할 수 없다. 의료생협은 배당 자체가 안 된다. 생협법에서도 '비영리목적'으로 못박았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다보니 수익보다는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아이쿱 성남분당생협은 조합원이 5002명으로 마을모임 19개와 동아리 9개를 지원해주고 있다. 섬유유연제 천연삼푸 등 친환경제품을 직접 만들고 벼룩시장이나 의료생협 강좌를 열기도 한다. 아토피 엄마모임, 실버모임도 챙긴다. 설탕 커피 초콜릿 올리브유 후추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물품은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다. 공정무역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생산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구매방법이다. 아이쿱은 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밀의 10%에 해당되는 4500톤을 소비해 밀의 자급력을 높였다. 우리 밀 산업의 육성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의료생협 역시 항생제를 적게 사용하거나 무료 방문진료를 해주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합원 더 늘려야 = 생협은 조합원만 이용할 수 있다. 매장은 많지 않다. 온라인 주문은 가능하다.

생협 조합원이 지난해말 현재 63만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의 3%에 지나지 않은 수준이다. 일본은 1036개 생협에 6334만명이 가입해 있다. 전체세대의 47%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탈리아 소매유통업 생협은 시장점유율이 1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의 양대생협인 미그로와 코프스위스의 소매시장점유율은 34%이며 식품시장은 47%를 가지고 있다.

신복수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회장은 "비조합원들도 생협 제품을 써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조합원이 많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제외한 스위스 이탈리아 등 대표적인 생협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비조합원보다 비싼 값으로 생협제품을 조합원에게 판매토록 허용하고 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법으로 조합원에 한해 판매토록 한 만큼 현재 법을 준수하면서 조합원을 늘리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일본과 스위스, 이탈리아의 조합원 확보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비조합원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여지를 남겼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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