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중국 권력투쟁 막 올랐다] ⑤ ‘충칭정변’ 종료, 태자당 보시라이 낙마

지역내일 2012-03-16
상하이방-태자당 극좌노선 지지로 명분상실
"좌편향 방지하라" 덩샤오핑 유훈과 정반대로 움직여
개혁개방 부작용 해소하려다 문화대혁명 찬양 '좌향좌'

중국 공산당이 차세대 지도자 중 한명인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를 해임했다. 이로써 보 서기의 측근인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의 배신으로 촉발된 권력투쟁이 38일만에 일단락됐다. 보 서기의 후임에는 장더장(張德江) 국무원 부총리가 임명됐다. 장 신임 충칭시 당서기는 1946년생으로 연변대 조선어학과를 졸업한 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대표적인 '한반도통'이다.

보시라이의 해임으로 공청단과 상하이방-태자당이 벌인 권력투쟁의 1막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오는 10월 중앙상무위원 9명 중 7명을 선출하는 '베이징대첩'이 시작 됐다.

상하이방-태자당은 전통적인 우파 =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자인 덩샤오핑은 "우편향은 경계하지만 좌편향은 방지하라"고 강조했다. 문화대혁명을 '극좌적 오류'였다고 평가한 덩샤오핑은 후대에 '좌편향 방지'를 각별히 주문했다.

중국 정치파벌 중 상하이방이나 태자당은 모두 덩샤오핑 개혁개방의 수혜자들이다. 이념적 좌표는 우파에 가깝다. 선부론(先富論)에 입각한 불균형발전, 연해 중심, 수출 중심 경제의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가 역할 강화를 통한 균형발전을 강조한 보시라이가 중국 좌파들의 영웅으로 부상하자 일제히 지지하고 나섰다. 상하이방인 우방궈, 자칭린, 리장춘, 태자당인 허궈창 저우융캉 등 중앙상무위원들이 잇따라 보시라이의 충칭모델을 지지했다. 지난 2010년 12월에는 시진핑 부주석이 충칭을 방문해 보시라이의 업적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시 부주석이 집권하면 태자당이 차기 지도부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충칭모델'이 통치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은 분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상하이방과 태자당은 '자기부정'과 '자기모순'에 빠졌다.

충칭모델은 국유기업의 이윤을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 등에 대폭 투입하고, 범죄조직과 결탁한 부정부패 관리들에게 철퇴를 가하며, 농민들을 도시인으로 받아들이는 정책 등이 중심이다. 당과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 덩샤오핑 모델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문제의식과 출발점은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대혁명의 재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보시라이가 주도해온 홍색가요 부르기, 마오쩌둥 어록 외우기 등 '홍색 캠페인'이 문화대혁명과 마오쩌둥에 대한 위험한 향수를 일으켰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범죄조직과 부패 관리들을 처벌하면서 사법절차를 무시한 자의적 처벌을 해 법치를 훼손했다고 비판을 받았다.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보시라이="" 전="" 당서기(맨왼쪽).="" 승리자가="" 된="" 장더장="" 신임="" 충칭당서기(오른쪽="" 두번째)와="" 왕양="" 광둥성="" 당서기(오른쪽)="" 연합뉴스="">

공청단, 좌파에서 우파로 밀려나 = 공청단은 개혁개방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여 평가하고 이에 대한 극복을 주장하는 쪽, 즉 개혁개방의 피해계층을 대변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균부론에 입각한 균형발전, 내륙 중심, 내수 중심 경제를 주장했다. 보시라이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후진타오 주석의 '오른팔'로 꼽히는 왕양 광둥성 당서기는 '광둥모델'을 통해 이를 구체화시켰다. 그는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자는 입장이지만 관주도보다는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고, 임금 인상과 첨단산업 발전 등을 통해 성장의 질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보시라이의 충칭모델이 등장하면서 공청단의 '좌파성향'은 중국에서 우파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좌우가 뒤바뀐 것이다.

공청단 계열인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충칭모델과 거리를 두었다. 중앙상무위원 대부분이 충칭을 방문하는 것을 지켜보며 공개적인 지지나 반대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침묵했다. 우파가 자기 진영을 버리고 '좌파노선'을 지지하는 자기부정에 빠지는 것을 방치한 뒤 자중지란에 빠지자 일거에 공격하는 마오쩌둥의 '유인 포위섬멸전'을 구사한 것이다. 15일 원자바오 총리는 '문화대혁명 재현 우려' 발언을 쏟아내며 보시라이와 충칭모델에 사형을 선고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기자회견을 택한 것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었다.

난득호도(難得糊塗).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로 '총명함을 감추고 바보인 척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뜻이다. 후진타오 주석에 대해 개혁에 소극적이며 지나치게 신중하고 유약하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서 후진타오야말로 난득호도의 달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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