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평]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야권연대

지역내일 2012-03-26
임석준 동아대 정치외교학 교수

당장 좌초될 것 같았던 야권연대가 복원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야권연대 복원을 강조하고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께서 크나큰 결단을 해주신 덕분에 얽힌 실타래가 풀렸다"며 "비온 다음 땅이 단단해지듯 우리의 야권연대는 이제 흔들릴 수 없는 연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나큰 결단이란 여론조사 응답 조작 사건으로 도덕성이 실추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자진 사퇴이다. 이제 야권연대는 과연 단단하고 "흔들릴 수 없는 연대"로 갈 수 있을까? 4·11 총선에서 과반수는 물론 연말 숙원인 정권교체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야권연대가 두 가지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본다.

야권연대의 탄생과 두 가지 모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선거공조를 하는 이유는 거대여당인 새누리당을 꺾고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작용한 까닭이다.

애당초 민주당이 구상했던 야권통합은 진보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통합보다는 '연대'의 대상으로써 노동운동권 계열의 당들을 선택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노동운동권 계열의 당이 가졌던 급진적 이미지를 끌어안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혼인신고를 해야 하는 결혼보다는 필요에 따라 합하고 불편하면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동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동거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 일으켰다. 첫째,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소위 주(主)와 종(從)이 바뀌는 현상이다. 현재 의석 89석으로 집권까지 노리는 민주당이 의석 7석의 진보당의 강수에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정희 대표는 막바지까지 사퇴를 완강히 거부했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상대 당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야권연대 자체를 깰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이정희가 사퇴한 자리를 경기동부연합이 승계하면서 통합진보당은 공천권을 유지하게 됐다.

둘째, 민주당과 진보당의 동거는 공약의 과격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미FTA 폐기'와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이다. 잘 알다시피, 두 사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프로젝트이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 놓고 반대 보다는 내심 찬성하는 세력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당은 완전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이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요구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보수 : 중도 : 진보가 4 : 3 : 3인 사회에서

우리나라 사회는 보수 40%, 중도 30%, 진보 30%로 구성된 이른바 4 : 3 : 3의 사회이다. 새누리당이건 민주당이건 대선에서 이기려면 중도적 3을 끌어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야권연합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선명성으로 과격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어 중도적 3이 이탈하고 있다. 정권교체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27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손학규 전 대표가 수도권 보수파와 중산층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분당에서 승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중도적 3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같은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는 참여당의 유시민 대표는 독선과 분열의 전략으로 자당의 후보를 챙겼지만 중도적 3의 이탈로 김태호 후보에게 패배했다.

불과 1년 전에 있었던 성공과 실패의 교훈이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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