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지키려다 '역풍' … 새누리 '색깔론', 민주 'FTA폐기' 주장으로 자충수
산토끼(중도)만 좇던 여야가 토라진 집토끼(보수·진보)를 달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가 역풍에 직면했다. 어렵게 환심을 산 산토끼마저 놓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총·대선 승리를 위해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여야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총·대선 승리 관건은 중도 = 여야는 총·대선 승리의 관건은 중도층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여 왔다. 보수와 진보층은 이미 지지성향이 명확하기 때문에 부동성향이 강한 중도층을 잡는 게 승리의 전제조건이라고 본 것이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 3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을 물은 결과, 보수층(새누리당 56.6%, 민주당 17.4%)과 진보층(새누리당 9.9%, 민주당 42.3%)에 비해 중도층(새누리당 23.5%, 민주당 27.8%)은 한쪽 정당으로 치우치지 않고 무응답층(42.0%)이 많은 편이다.
새누리당은 당명과 정강정책까지 바꿔가며 '수구' 보수이미지를 벗으려 애썼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웠고 복지확대를 약속했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갔다. 무상보육·급식·의료와 반값등록금 '3+1' 보편적 복지로 중도층을 겨냥했다. 이명박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중도층의 마음을 흔들었다.
◆집토끼 잡다 산토끼 놓칠 판 = 문제는 집토끼에서 불거졌다. 여야가 산토끼를 잡겠다고 집을 비운 사이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집토끼를 달래려고 나설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사태는 여기서 더 악화됐다. 이번엔 집토끼를 달래려고 무리수를 뒀다가 애써 잡아둔 산토끼마저 달아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민주당은 한때 집토끼(진보)를 확실히 잡겠다는 생각에 한미FTA폐기와 제주해군기지 무효화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노무현정권 당시 시작된 사업이건만 충분한 설명없이 뒤집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한명숙 대표가 직접 나서 한미FTA폐기를 주장했고 미국대사관을 찾아갔다. 진보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는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표현했다가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은 뒤늦게 한미FTA와 해군기지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선수를 돌렸지만, 이미 중도층 일각에서 "불안한 세력" "말뒤집는 세력"이란 비난이 나온 뒤였다. 총선 목표치가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박선숙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3개월 동안 30석 정도를 잃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민주당의 헛발질에 반사이익을 누리던 새누리당도 26일 집토끼에 대한 초조한 심정을 내비쳤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정통보수 정당을 자임하던 새누리당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걸자, 보수 일각에선 "보수가치를 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절자'란 비판이 뒤통수에 꽂혔다.
결국 새누리당은 집토끼를 겨냥한 색깔론 카드를 끄집어냈다.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 흘리는 분들" "민주당 후보들의 종북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란 강도높은 표현이 당직자들 입에서 쏟아졌다.
새누리당의 색깔론은 보수층을 다독이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중도층과 수도권 20∼40대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선거 때마다 보수측에서 되풀이해온 색깔론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선 역풍을 부르면서 오히려 야권후보를 도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색깔론이나 한미FTA폐기는) 여야 전통적 지지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쇄신을 내건 새누리당은 이념공세를 통해 '과거 한나라당 이미지'로 회귀했다는 인상을 받게 됐고 민주당은 (한미FTA 폐기 주장으로) 중도층에서 운신의 폭이 협소해졌다"고 분석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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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중도)만 좇던 여야가 토라진 집토끼(보수·진보)를 달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가 역풍에 직면했다. 어렵게 환심을 산 산토끼마저 놓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총·대선 승리를 위해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여야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총·대선 승리 관건은 중도 = 여야는 총·대선 승리의 관건은 중도층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여 왔다. 보수와 진보층은 이미 지지성향이 명확하기 때문에 부동성향이 강한 중도층을 잡는 게 승리의 전제조건이라고 본 것이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 3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을 물은 결과, 보수층(새누리당 56.6%, 민주당 17.4%)과 진보층(새누리당 9.9%, 민주당 42.3%)에 비해 중도층(새누리당 23.5%, 민주당 27.8%)은 한쪽 정당으로 치우치지 않고 무응답층(42.0%)이 많은 편이다.
새누리당은 당명과 정강정책까지 바꿔가며 '수구' 보수이미지를 벗으려 애썼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웠고 복지확대를 약속했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갔다. 무상보육·급식·의료와 반값등록금 '3+1' 보편적 복지로 중도층을 겨냥했다. 이명박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중도층의 마음을 흔들었다.
◆집토끼 잡다 산토끼 놓칠 판 = 문제는 집토끼에서 불거졌다. 여야가 산토끼를 잡겠다고 집을 비운 사이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집토끼를 달래려고 나설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사태는 여기서 더 악화됐다. 이번엔 집토끼를 달래려고 무리수를 뒀다가 애써 잡아둔 산토끼마저 달아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민주당은 한때 집토끼(진보)를 확실히 잡겠다는 생각에 한미FTA폐기와 제주해군기지 무효화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노무현정권 당시 시작된 사업이건만 충분한 설명없이 뒤집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한명숙 대표가 직접 나서 한미FTA폐기를 주장했고 미국대사관을 찾아갔다. 진보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는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표현했다가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은 뒤늦게 한미FTA와 해군기지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선수를 돌렸지만, 이미 중도층 일각에서 "불안한 세력" "말뒤집는 세력"이란 비난이 나온 뒤였다. 총선 목표치가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박선숙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3개월 동안 30석 정도를 잃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민주당의 헛발질에 반사이익을 누리던 새누리당도 26일 집토끼에 대한 초조한 심정을 내비쳤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정통보수 정당을 자임하던 새누리당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걸자, 보수 일각에선 "보수가치를 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절자'란 비판이 뒤통수에 꽂혔다.
결국 새누리당은 집토끼를 겨냥한 색깔론 카드를 끄집어냈다.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 흘리는 분들" "민주당 후보들의 종북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란 강도높은 표현이 당직자들 입에서 쏟아졌다.
새누리당의 색깔론은 보수층을 다독이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중도층과 수도권 20∼40대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선거 때마다 보수측에서 되풀이해온 색깔론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선 역풍을 부르면서 오히려 야권후보를 도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색깔론이나 한미FTA폐기는) 여야 전통적 지지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쇄신을 내건 새누리당은 이념공세를 통해 '과거 한나라당 이미지'로 회귀했다는 인상을 받게 됐고 민주당은 (한미FTA 폐기 주장으로) 중도층에서 운신의 폭이 협소해졌다"고 분석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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