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직·현장공무원 고충, 구청장이 직접 듣는다

지역내일 2012-03-30
은평구 '구청장-새내기공무원 대화'
격무부서 실무직원과는 '원탁회의'

"재개발 문제는 구청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습니까. 그런데도 지나치게 나오는 분들은 솔직히 받들어야 할 대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공무원도 당연히 감정이 있지만 폭발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 준비돼있으면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주민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우회적으로 지적해야 하구요."


20일 열린 '구청장과 새내기공무원 대화'에서 김우영(맨 오른쪽) 은평구청장이 직원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은평구 제공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평문화예술회관 대회의실. 2009년 이후 임용된 7~9급 새내기 공무원 123명이 김우영 은평구청장과 마주 앉았다. '구청장과 새내기공무원 대화' 자리다. 구청장은 행정을 펼쳐가는 기본 철학을 들려주고 직원들은 평소 구청장에게 궁금했던 사항을 묻거나 업무상 어려움을 토로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김 구청장이 대화 물꼬를 텄다. 그는 "공무원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원칙"이라며 "원칙을 견지하면서 주민들 어려움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따뜻한 원칙을 실천하는 가운데 청렴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경우 판단기준은 양심. 시골 면사무소에 근무하던 아버지를 돌이키며 건넨 얘기에 김유석 총무과 주무관이 "신규 공무원이라 청렴부분은 가장 지키기 쉬운 것 같다"고 받았다. 김 구청장은 스물여덟에 국회 6급 비서로 공직사회와 인연을 맺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청렴을 새삼 강조했다.

"시간이 지나 실질적인 정책을 다루게 되자 이해관계자 면담요청이 늘고 가까운 지인들조차 로비 비슷한 요구를 해요. 그때 생각한 게 있어요.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 청렴은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지키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인사제도나 업무처리과정에서 느낀 어려움 등 새내기공무원들 질문이 이어졌다. 하선정 불광1동주민센터 주무관은 좁은 공간에서 주민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주민센터 근무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희망했고 박지숙 주택과 주무관은 대부분 금요일에 이루어지는 인사발령 시기를 앞당기면 월요일에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동신 감사담당관 주무관은 "7층 건물에서 떨어졌는데 목격자는 나방"이라고 주장하는 만취한 주민과 실랑이를 했던 복지담당 부서 근무시절 얘기를 털어놔 회의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격무부서와 일반 부서간 2년 단위 순환근무, 승진때 기피부서 직원 고려, 복지를 포함한 분야별 전문 공무원 양성 등 구청장 선에서 가능한 해법을 제시했다.

대화가 무르익으며 서로가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송승현 세무1과 주무관은 "격식이나 형식을 싫어한다고 알고 있다"며 "좀더 자유로운 자리에서 진행했더라면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 구청장은 "1대 다수, 구청장으로서가 아니라 직원들 속에서 형처럼 어울리고 싶다"며 "소통과 혁신을 중시하지만 솔직히 소통하려면 겁이 나서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겨우 한다"고 털어놨다.

구청 최고위직과 하위직 공무원들 대화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가량 이어진 뒤 마무리됐다. 입사한지 두달 됐다는 강영욱 건축과 주무관은 "별다른 기대 없이 왔는데 친근감이 느껴졌다"며 "청렴 관련해 들려준 경험담이 가장 좋았다"고 평했다.

김지숙 대조동주민센터 주무관은 "(구청장이) 평소 형식이 중요치 않다거나 소통을 강조했고 (민선5기 들어) 동 신년인사회도 보고형식에서 토론으로 바뀌는 등 달라지고 있다"며 "오히려 부서별 소통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영 구청장은 28일 생활경제과를 시작으로 사업부서·동주민센터 실무직원들과 '원탁회의'를 진행 중이다. 각 부서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자유로운 대화시간을 가진 뒤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부서별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 구청장은 "(새내기·실무직원은) 가장 말단이지만 상상력과 재기가 넘치고 생동감 있는 행정을 하고 있다"며 "구청장에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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