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웅 칼럼] 통곡의 정치, 통곡의 문화

지역내일 2012-02-29
본지 논설고문

북한의 절대권력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상을 떠난 지 두달여 지났다. 절대권력자가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 권력의 공백이 생기고 얼마간 혼란이 따르는 게 상례다. 권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그 공백을 즉시 메우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독재자 스탈린이 사망한 소련은 말랜코프, 후루시초프를 거쳐 브레즈네프에 와서 안정기를 맞았다. 마오쩌둥이 떠난 중국도 허궈펑, 4인방 제거라는 정변을 거쳐 덩샤오핑시대에 안정에 이르렀다.

북한은 이제 겨우 두달을 넘긴 짧은 기간이긴 하나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조용하게 굴러가고 있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김정은 세습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한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세습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는 있을수 있지만 누가 권력자가 될 것인가의 문제는 없었던 것이다.

'김일성왕조' 체제가 무너지면 공멸한다는 북한 기득권 권력층의 집단이기주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각설하고 김일성, 김정일 사망때 지켜봐야 했던 그 처절했던 북한사람들의 통곡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그 통곡과 김정은 세습은 무관한 것일까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당시 북한주민의 통곡을 전하며 "남보다 잘 우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가슴을 치며 우는 모습을 TV에서 보았는데 북한사람들이 미치기라도 했단 말인가"고 썼다.

한국사람들 눈에도 매우 생경했는데 미국사람 눈에 어떻게 보였을지는 쉽게 짐작이간다. 많은 사람들이 '통곡'에 대해 자기나름의 해석을 하고 분석을 내놨는데 그 중 '다윈의 정원' 장대익씨가 한 신문에 쓴 칼럼 '북한주민들 통곡, 연기일까 진짜일까'가 재미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에겐 복종본능과 순응본능이 있다. 그는 복종본능과 순응본능은 심리학에서 이미 실험을 통해 입증돼 있다며 그 실험결과들을 소개했다.

북한의 통곡 연기일까 진짜일까

정치권력에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알아본 한 실험에서는 정상적인 사람들도 특수한 상황에서는 보편적 도덕규범과 이성적 판단을 무시하고 명령에 따라 끔찍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나치 독일에서 독일이 보여준 유대인 학살이 바로 그런 사례가 아닌가 한다.

지금 세계 어느 국민과 비교해도 건전하고 합리적인 독일국민들이 히틀러 치하에서 어떻게 "미쳐버렸던가"를 상상해보면 오늘의 북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지도 모른다.

다른 한 심리학자는 인간이 자기판단과 관계없이 어떻게 대세를 따르는가를 실험했다. 10명을 모아놓고 그 중 9명과 짜고 길이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긴 직선과 짧은 직선 두개를 보여준다.

다수가 짧은 게 길다고 말하게 한 다음, 남은 한사람을 바꿔가며 어느 직선이 더 긴지 물었더니 놀랍게도 75%가 다른 9명과 같은 대답을 했다. 독재자는 이런 대중의 심리를 이용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우리에게는 통곡을 충(忠)과 효(孝)의 척도로 보는 또다른 문화가 있다. 왕이 붕어하면 백성들은 왕궁을 향해 곡(哭)을 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얼마나 슬피 우느냐가 효심의 잣대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부잣집에서는 상을 당하면 곡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사서 장례기간 내내 집안에서 곡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했다. 그런 세뇌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김일성정권이 들어선 지 64년이 됐다.

64세 이하는 모두 '위대한 수령' 시대에 태어났다. 태어난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위대한 영도자'를 찬송하며 살아왔다. 그들에게 위대한 영도자가 떠난 세상은 가슴을 치며 통곡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그들이 미망에서 깨어났을 때 어떻게 허망하게 될지는 다음의 문제다.

북쪽의 통곡을 기이하게 본 남쪽에도 통곡 문화가 남아 있다. 걸핏하면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여인의 모습을 우리도 자주 목격한다.

북한사회의 통곡정치는 아마도 생존에의 본능, 세뇌, 인습이 버무려진, 그 모든 것의 합(合)일지도 모른다.

세뇌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통곡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세조의 왕위찬탈 소식을 듣고 3일 밤낮을 울다 머리를 깎고 세상을 유랑한 매월당 김시습의 통곡은 분노의 통곡이었을 것이다. 한일합방 때 도 '매국노'만 있었던 게 아니다. 분노의 통곡도 있었다.

며칠 전 신문에 지난 12월 중국땅에서 12살난 아들이 북한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멀리서 무력하게 지켜보며 통곡을 했던 한 탈북여성의 기사가 실렸다. 그 여인의 통곡은 순수하고 인간적인 한 여인의 본능적 통곡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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