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교수 정치학
총선이 끝났다. 야당의 완패였다. 하지만 이런 패배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민주통합당 입장에선 전열을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선거에 임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그리고 노동계의 동거가 화학적인 결합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공천을 해야 했고 공천 과정에서 또 다른 정당인 통합진보당과 연대를 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야권의 '연대와 통합'은 오히려 불안정성을 더해주는 꼴이 됐다. 이런 상태에서는 한명숙 대표가 아니라 세종대왕이 당대표를 맡아도 당 안팎의 문제를 수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명숙 대표가 전적으로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의 과제는 일단 당내 통합부터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기나름의 선명성만 강조해온 친노
그런데 지금 민주통합당은 문성근 체제로 갈 것 같다. 물론 당헌상 대표권한 대행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당연함'이 과연 지금 민주통합당에게 긍정적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사실상 이번 총선에서 가장 책임이 큰 집단은 바로 '친노'계이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따지자면 친노가 주류로 등장했을 때 17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거에서 패했다.
친노가 주류를 이루었던 열린우리당은 수차례 당명까지 바꾸면서도 결국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고 18대 총선 역시 그랬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주류로 부상했지만 총선에서 패하고 말았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친노계 당선자가 많았던 것은 틀림없지만 당시는 친노가 당내 주류였다고 볼 수 없었다.
이는 친노가 주류로 등장할 경우 언제나 나타나는 현상과 관계가 있다. 우선 친노가 주류로 등장하면 지역기반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물론 지역주의는 타파되어야 할 대상이지만 지역구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야권의 지역기반인 호남을 홀대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통계에 잡힐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선명성에 관한 부분이다. 친노가 등장하면 전략과 목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기 나름의 선명성만을 강조하는 데 이래가지고는 합리적 선택을 하는 중도 부동표를 흡수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 시절 대부분의 친노 인사들은 한미FTA에 목숨을 걸었다. 이런 인사들이 지금은 한미FTA를 결사반대하고 있으니 유권자들 입장에선 어리둥절하다. "우리 때 체결한 것과 이명박정권의 FTA는 다르다"고 아무리 외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전략적으로 잘 접근했어야 하는데 '자기 나름의 선명성' 때문에 결국은 중도층 흡수에 실패했다.
이런 '자기 나름의 선명성'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김용민 막말 발언이 나왔을 때 나꼼수 지지층을 의식하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는데 이 역시 선명성을 잘못 해석한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책임지고 양보하는 자세 보여야
어쨌든 이를 계기로 중도층은 다시 한번 야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총선의 실패는 한명숙 대표 혼자만이 아니라 공천과정부터 확실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친노그룹 전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지도부 전체가 총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또 다른 친노 인사가 당을 이끈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특히 앞으로 두 달이라는 시기는 당내 대선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일 뿐 아니라 당내 통합을 이루어야 하는 시기인데 친노가 앞장설 경우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지금 민주통합당 내에서 친노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스스로 책임지고 양보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면 12월 대선에서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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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났다. 야당의 완패였다. 하지만 이런 패배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민주통합당 입장에선 전열을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선거에 임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그리고 노동계의 동거가 화학적인 결합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공천을 해야 했고 공천 과정에서 또 다른 정당인 통합진보당과 연대를 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야권의 '연대와 통합'은 오히려 불안정성을 더해주는 꼴이 됐다. 이런 상태에서는 한명숙 대표가 아니라 세종대왕이 당대표를 맡아도 당 안팎의 문제를 수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명숙 대표가 전적으로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의 과제는 일단 당내 통합부터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기나름의 선명성만 강조해온 친노
그런데 지금 민주통합당은 문성근 체제로 갈 것 같다. 물론 당헌상 대표권한 대행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당연함'이 과연 지금 민주통합당에게 긍정적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사실상 이번 총선에서 가장 책임이 큰 집단은 바로 '친노'계이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따지자면 친노가 주류로 등장했을 때 17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거에서 패했다.
친노가 주류를 이루었던 열린우리당은 수차례 당명까지 바꾸면서도 결국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고 18대 총선 역시 그랬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주류로 부상했지만 총선에서 패하고 말았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친노계 당선자가 많았던 것은 틀림없지만 당시는 친노가 당내 주류였다고 볼 수 없었다.
이는 친노가 주류로 등장할 경우 언제나 나타나는 현상과 관계가 있다. 우선 친노가 주류로 등장하면 지역기반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물론 지역주의는 타파되어야 할 대상이지만 지역구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야권의 지역기반인 호남을 홀대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통계에 잡힐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선명성에 관한 부분이다. 친노가 등장하면 전략과 목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기 나름의 선명성만을 강조하는 데 이래가지고는 합리적 선택을 하는 중도 부동표를 흡수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 시절 대부분의 친노 인사들은 한미FTA에 목숨을 걸었다. 이런 인사들이 지금은 한미FTA를 결사반대하고 있으니 유권자들 입장에선 어리둥절하다. "우리 때 체결한 것과 이명박정권의 FTA는 다르다"고 아무리 외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전략적으로 잘 접근했어야 하는데 '자기 나름의 선명성' 때문에 결국은 중도층 흡수에 실패했다.
이런 '자기 나름의 선명성'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김용민 막말 발언이 나왔을 때 나꼼수 지지층을 의식하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는데 이 역시 선명성을 잘못 해석한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책임지고 양보하는 자세 보여야
어쨌든 이를 계기로 중도층은 다시 한번 야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총선의 실패는 한명숙 대표 혼자만이 아니라 공천과정부터 확실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친노그룹 전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지도부 전체가 총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또 다른 친노 인사가 당을 이끈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특히 앞으로 두 달이라는 시기는 당내 대선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일 뿐 아니라 당내 통합을 이루어야 하는 시기인데 친노가 앞장설 경우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지금 민주통합당 내에서 친노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스스로 책임지고 양보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면 12월 대선에서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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