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불안 정부가 부추겨 … 과장광고 사과 없이 변명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생하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에서는 "즉각적인 수입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광우병 파동당시 정부가 언론사 광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수입중단 조치를 이번에 취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는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며 "사실호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논란이 커지는 만큼 국민의 불안과 불신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장광고' 사과가 먼저 =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정부는 그해 5월 8일 농림수산식품부 명의로 주요일간지 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이 광고 사진이 26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정부의 약속위반을 질타하는 여론도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은 전혀 다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부가 약속을 안 지킨다고 하는데 사실 관계는 정확히 얘기해야지 국민 건강을 놓고 (사실을) 호도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또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 담화문에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조항을 언급하며 "무조건 수입 중단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 소의 품종이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젖소이고 월령도 30개월 이상이라는 점을 들어 "우려하는 것처럼 국민 건강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될 징후는 아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광고 문구에는 육우는 포함되고 젖소는 예외라는 문구는 전혀 없다.
박 대변인은 과장광고 논란에 대해서도 "광고 문구는 생략되고 축약되는 부분이 있지만 총리 담화에 정확한 내용이 있으니 그 부분을 갖고 약속을 어겼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국민 건강이 달려 있는 문제이니 보도도 조심해야 하고 인터넷에서 괴담식으로 퍼뜨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8년 6월에 정부가 합동으로 낸 보도자료에는 여전히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명시돼 있어 당시 정부가 혼선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한미쇠고기협상을 주도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6일 모 일간지와 통화에서 "당시 광고도 냈고, 국회 청문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을 하겠다고 약속도 했다"면서 "빨리 검역을 중단하든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현 정부관계자들은 혼선을 준데 대한 사과는 커녕 변명으로 일관하고 '괴담'까지 운운하는 실정이다. 농림부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광우병 발병소식이 전해진 25일에는 하루 종일 '검역중단'과 '검역강화' 등을 오락가락하며 혼선만 가중시켰다. 또 26일에는 서규용 농림수산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를 통해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논리만 폈다. 서 장관 역시 2008년 과장 광고에 대해서는 사과나 유감표명조차 없었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26일 광우병 감염 소 발견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발표는 서규용 농림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으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나라가 단 한 곳도 없다"고 강변하던 도중에 전해져 서 장관을 더욱 무색하게 만들었다.
◆"미국 입장만 늘어놓아서야…" =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26일 "4년 전 약속을 지키라는 국민의 요구에 국무총리 담화문은 꼼꼼하게 다 읽어봤느냐는 윽박지르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의 요구에는 젖소타령이나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청와대가 이런 한가한 소리 늘어놓고 국민들의 순진함을 탓할 시간에 수입중단 및 관련대책을 세우는 기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즉각적 검역중지 및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고 쇠고기 수입 관련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해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나마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사회단체는 5월2일 촛불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가중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톰 빌색 미국 농림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 등이 현시점에서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이유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미국정부의 감사인사보다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것이 제2의 촛불사태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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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생하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에서는 "즉각적인 수입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광우병 파동당시 정부가 언론사 광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수입중단 조치를 이번에 취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는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며 "사실호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논란이 커지는 만큼 국민의 불안과 불신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장광고' 사과가 먼저 =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정부는 그해 5월 8일 농림수산식품부 명의로 주요일간지 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이 광고 사진이 26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정부의 약속위반을 질타하는 여론도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은 전혀 다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부가 약속을 안 지킨다고 하는데 사실 관계는 정확히 얘기해야지 국민 건강을 놓고 (사실을) 호도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또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 담화문에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조항을 언급하며 "무조건 수입 중단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 소의 품종이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젖소이고 월령도 30개월 이상이라는 점을 들어 "우려하는 것처럼 국민 건강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될 징후는 아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광고 문구에는 육우는 포함되고 젖소는 예외라는 문구는 전혀 없다.
박 대변인은 과장광고 논란에 대해서도 "광고 문구는 생략되고 축약되는 부분이 있지만 총리 담화에 정확한 내용이 있으니 그 부분을 갖고 약속을 어겼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국민 건강이 달려 있는 문제이니 보도도 조심해야 하고 인터넷에서 괴담식으로 퍼뜨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8년 6월에 정부가 합동으로 낸 보도자료에는 여전히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명시돼 있어 당시 정부가 혼선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한미쇠고기협상을 주도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6일 모 일간지와 통화에서 "당시 광고도 냈고, 국회 청문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을 하겠다고 약속도 했다"면서 "빨리 검역을 중단하든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현 정부관계자들은 혼선을 준데 대한 사과는 커녕 변명으로 일관하고 '괴담'까지 운운하는 실정이다. 농림부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광우병 발병소식이 전해진 25일에는 하루 종일 '검역중단'과 '검역강화' 등을 오락가락하며 혼선만 가중시켰다. 또 26일에는 서규용 농림수산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를 통해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논리만 폈다. 서 장관 역시 2008년 과장 광고에 대해서는 사과나 유감표명조차 없었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26일 광우병 감염 소 발견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발표는 서규용 농림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으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나라가 단 한 곳도 없다"고 강변하던 도중에 전해져 서 장관을 더욱 무색하게 만들었다.
◆"미국 입장만 늘어놓아서야…" =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26일 "4년 전 약속을 지키라는 국민의 요구에 국무총리 담화문은 꼼꼼하게 다 읽어봤느냐는 윽박지르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의 요구에는 젖소타령이나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청와대가 이런 한가한 소리 늘어놓고 국민들의 순진함을 탓할 시간에 수입중단 및 관련대책을 세우는 기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즉각적 검역중지 및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고 쇠고기 수입 관련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해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나마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사회단체는 5월2일 촛불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가중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톰 빌색 미국 농림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 등이 현시점에서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이유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미국정부의 감사인사보다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것이 제2의 촛불사태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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