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되려 권력 줄대는 현실 서글퍼”

지역내일 2012-04-27
금감원 임원 인사 앞두고 내부 비판

"국장이 되면 국회의원 한두명은 잘 알아야하고, 임원이 되려면 여기저기 줄을 대야하는 현실, 또 그런 현실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서글프다."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금융감독원 한 직원은 최근 인사풍토와 관련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실력과 성과보다 정치적인 고려나 연줄 등이 우선시되면서 조직 질서가 흔들리고 금융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전문성마저 훼손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 2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부원장 인사가 확정되는 대로 조직개편과 함께 임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았지만 금감원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인사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자질과 능력, 실적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인사에서 새로 선임되는 임원자리는 3곳. 금융투자협회로 옮긴 박원호 부원장 후임과 부원장 승진에 따라 공석이 되는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보, 또 은행연합회로 이동한 김영대 부원장보 후임자리 등이다.

부원장 후보로는 김건섭 금융투자 부원장보와 정연수 공시·조사 부원장보가 올라갔고, 이 둘중 한명이 부원장으로 승진해 비게 되는 금융투자 권역 부원장보 후보로는 박영준 국제협력국장과 이은태 은행감독국장이 추천됐다. 또 은행권역 부원장보 후보에는 이기연 총무국장과 김영린 거시감독국장이 올랐다.

당초 올해 금감원 인사는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로 금감원 직원들의 금융회사 재취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인사 시점을 금융회사의 주주총회 시즌인 3월 이후로 늦출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개편 문제를 놓고 총리실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와 협의가 지연되면서 인사도 늦어졌고,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직후인 지난 12일에서야 청와대에 검증을 위한 후보 명단이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총선 결과가 임원 후보 명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게 금감원 직원들의 시각이다.

실제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보 후보 1순위로 이름을 올린 박영준 국장은 외부 경력직으로 2008년 금감원에 들어오기 전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캠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행부문 부원장보 후보 1순위인 이기연 국장은 박 위원장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헌 의원의 친척인 점이 고려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국장은 "이 의원과 친인척이 아니다"며 "왜 이 의원과 연결해서 얘기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금감원 내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최근 노조소식을 통해 "임원 인사가 직원을 좌절시켜서는 안된다"며 '퍼즐맞추기'식 인사를 비판했다. 특히 "전문성도 조직에 대한 열정도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임원으로 선임하는 행위는 직원에 대한 모욕이며 원장 개인의 보신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수위를 높였다.

사실 금감원 인사의 난맥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A원장은 인사철이 되면 '이제부터 인사를 한다'고 발표만 하고 한달 동안 전화만 받았다고 한다. 외부 청탁에 따라 인사를 하면서 개인 '보신'에 활용했다는 얘기다. 또 한 임원은 관료출신 국회의원의 선거를 도와주고 임원이 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감원 한 직원은 "초창기만 해도 부원장보 자리는 조직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올라갈 수 있는 자리였지만 지금은 국장 승진을 하는 데에도 외부에 줄을 대야한다"며 "그러니 누가 열심히 일을 하려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인사가 정치권력에 흔들리기 시작하면 금융감독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가장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금감원 임원에 대한 청와대 검증작업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최종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뒤늦게 학교편중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유력후보인 박영준 국장과 이기연 국장은 모두 연대 출신으로 기존 조영제 부원장보까지 포함하면 연대출신이 3명이나 된다는 것. 이 때문에 총선 직후 급하게 올리다보니 학교안배를 빠뜨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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