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할아버지 114명 순찰 활동
청소년 안전귀가 돕는 자원봉사단
"자, 허리 쫙 펴고 이제 갑시다."
3월 26일 저녁 8시 서울 강서구 화곡3동 화곡푸르지오아파트 경로당. 아파트 주민이자 경로당 회원인 최상곤(78) 할아버지와 안수옥(73) 김정석(72) 할머니가 거리로 나섰다. 옛 포졸 옷차림에 술 달린 모자를 쓰고 경찰이 사용하는 경광봉에 호루라기까지 들고 있다. 가슴에는 큼지막하게 '강서 실버순라군'이란 글씨가 쓰여 있다.

<강서구가 청소년과="" 여성="" 등="" 안전귀가를="" 위해="" 순라군을="" 운영="" 중인="" 가운데="" 화곡3동="" 순찰대가="" 학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학생들을="" 만나=""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강서구="" 제공="">
순라군은 구에서 청소년과 여성들 안전귀가를 돕기 위해 꾸린 노인자원봉사단. 조선시대 밤에 도둑이나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해 도성 안팎과 궁궐 담장 밖을 순시하던 순라군을 본떠 만들었다. 벌써 3년째 순라군 활동을 하며 조장을 맡고 있는 최 할아버지가 앞장서고 올해 처음으로 합류한 안 할머니와 김 할머니가 나란히 걸음을 재촉한다. 이날 순찰은 바탕골놀이터와 미리내공원을 중심으로 하기로 했다.
순찰대는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걸으며 청소년들이 눈에 띄면 한마디씩 건넨다. "어디 가는 길이니?" "집에 빨리 가거라. 엄마 기다리신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은 이색적인 복장을 한 노인들에게 "뭐하시는 분들이냐" 질문을 던진다. "조선시대 경찰이야."
미리내공원에서는 순찰대에 관심을 보이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에게 붙들려 옛 순라군과 현대판 순라군 역할, 여학생들 또래문화, 집안에서의 대화 등에 대해 얘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순라군 옷차림을 보며 청소년들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1세대와 3세대간 대화도 안전한 거리환경을 만드는 예방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청소년은 주로 중학생. 초등학생은 귀가가 이르고 고등학생은 학교와 학원에 잡혀있느라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담배 피우는 애들이 있지만 크게 야단도 못해요. 버려진 담배꽁초 주우면서 '몸에 나쁘다, 안피우는 게 낫지 않겠냐' 얘기하는 정도죠. 반항심에 아예 튕겨나가버리면 안되잖아요."
최 할아버지 얘기다. 순찰대가 위기상황이나 청소년 폭력 현장에 휘말릴 경우에 대비해 구는 사전 교육을 진행, 대처법을 숙지하도록 했고 휴대전화에 강서경찰서 지구대 전화번호를 입력, 발신단추만 누르면 인근 지역을 순찰하던 경찰이 바로 출동하도록 했다.
아파트단지 후문에서 출발한 순찰대는 9시쯤 정문으로 돌아왔다. 단지 안에서 큰 소리를 내는 청소년 무리가 싸움을 벌이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작업으로 순찰일정을 마무리했다. 강서구 내 20개 동에서 이들을 포함, 114명이 지난달부터 순라군 활동을 시작했다. 주 2~3회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 주택가 취약지역을 순찰하며 어린이 청소년 여성 노인 등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살피는 한편 청소년 선도활동을 펼친다. 2009년 137명을 시작으로 2010년 124명, 지난해 113명이 활동했다.
"옷차림하고 경광봉이 위력은 있어요. 평소에도 아이들을 만나면 얘기를 하지만 그때는 그냥 무시하거든요. 순라군 옷을 입고 있으면 직접 말을 하지 않아도 슬슬 눈치를 살펴요."
최상곤 할아버지는 "(순라군 활동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는 것 같다"며 "저녁 후에 산책 삼아서 한바퀴 돌면 건강에도 좋고 또 좋은 일 한다니까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건강이나 이사문제로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참여를 원할 정도로 인기"라며 "매년 자체 평가를 하는데 참가자 대부분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점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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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안전귀가 돕는 자원봉사단
"자, 허리 쫙 펴고 이제 갑시다."
3월 26일 저녁 8시 서울 강서구 화곡3동 화곡푸르지오아파트 경로당. 아파트 주민이자 경로당 회원인 최상곤(78) 할아버지와 안수옥(73) 김정석(72) 할머니가 거리로 나섰다. 옛 포졸 옷차림에 술 달린 모자를 쓰고 경찰이 사용하는 경광봉에 호루라기까지 들고 있다. 가슴에는 큼지막하게 '강서 실버순라군'이란 글씨가 쓰여 있다.

<강서구가 청소년과="" 여성="" 등="" 안전귀가를="" 위해="" 순라군을="" 운영="" 중인="" 가운데="" 화곡3동="" 순찰대가="" 학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학생들을="" 만나=""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강서구="" 제공="">
순라군은 구에서 청소년과 여성들 안전귀가를 돕기 위해 꾸린 노인자원봉사단. 조선시대 밤에 도둑이나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해 도성 안팎과 궁궐 담장 밖을 순시하던 순라군을 본떠 만들었다. 벌써 3년째 순라군 활동을 하며 조장을 맡고 있는 최 할아버지가 앞장서고 올해 처음으로 합류한 안 할머니와 김 할머니가 나란히 걸음을 재촉한다. 이날 순찰은 바탕골놀이터와 미리내공원을 중심으로 하기로 했다.
순찰대는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걸으며 청소년들이 눈에 띄면 한마디씩 건넨다. "어디 가는 길이니?" "집에 빨리 가거라. 엄마 기다리신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은 이색적인 복장을 한 노인들에게 "뭐하시는 분들이냐" 질문을 던진다. "조선시대 경찰이야."
미리내공원에서는 순찰대에 관심을 보이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에게 붙들려 옛 순라군과 현대판 순라군 역할, 여학생들 또래문화, 집안에서의 대화 등에 대해 얘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순라군 옷차림을 보며 청소년들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1세대와 3세대간 대화도 안전한 거리환경을 만드는 예방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청소년은 주로 중학생. 초등학생은 귀가가 이르고 고등학생은 학교와 학원에 잡혀있느라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담배 피우는 애들이 있지만 크게 야단도 못해요. 버려진 담배꽁초 주우면서 '몸에 나쁘다, 안피우는 게 낫지 않겠냐' 얘기하는 정도죠. 반항심에 아예 튕겨나가버리면 안되잖아요."
최 할아버지 얘기다. 순찰대가 위기상황이나 청소년 폭력 현장에 휘말릴 경우에 대비해 구는 사전 교육을 진행, 대처법을 숙지하도록 했고 휴대전화에 강서경찰서 지구대 전화번호를 입력, 발신단추만 누르면 인근 지역을 순찰하던 경찰이 바로 출동하도록 했다.
아파트단지 후문에서 출발한 순찰대는 9시쯤 정문으로 돌아왔다. 단지 안에서 큰 소리를 내는 청소년 무리가 싸움을 벌이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작업으로 순찰일정을 마무리했다. 강서구 내 20개 동에서 이들을 포함, 114명이 지난달부터 순라군 활동을 시작했다. 주 2~3회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 주택가 취약지역을 순찰하며 어린이 청소년 여성 노인 등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살피는 한편 청소년 선도활동을 펼친다. 2009년 137명을 시작으로 2010년 124명, 지난해 113명이 활동했다.
"옷차림하고 경광봉이 위력은 있어요. 평소에도 아이들을 만나면 얘기를 하지만 그때는 그냥 무시하거든요. 순라군 옷을 입고 있으면 직접 말을 하지 않아도 슬슬 눈치를 살펴요."
최상곤 할아버지는 "(순라군 활동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는 것 같다"며 "저녁 후에 산책 삼아서 한바퀴 돌면 건강에도 좋고 또 좋은 일 한다니까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건강이나 이사문제로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참여를 원할 정도로 인기"라며 "매년 자체 평가를 하는데 참가자 대부분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점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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