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 비례대표 힘내라

지역내일 2012-05-21
임석준 동아대 교수 정치외교학

민주통합당 김상희 의원과 새누리당의 나성린, 김을동, 노철래 의원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은 18대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가 19대 총선에서 지역구로 출마해 당선된 사람들이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 54명 중 이들 4명만이 재선에 성공했으니 비례대표의 생존율은 7%이다. 이는 246명의 지역구 의원 중 149명이 재선 이상이었던 것에 비하면 극히 낮은 비율이다. 같은 금배지이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한다.

지역구 의원들은 의정활동과 유권자 관리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 연임에 성공할 수도 있지만, 비례대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우선 지역구가 없어서 서럽다. 국회의원은 틈틈이 지역주민과 만나 현안을 경청하고, 지역행사에 참가해 축사를 하며 폼 잡는 맛이 있는데 비례대표는 "전국"을 무대로 하다 보니 상대할 유권자가 없다.

아직도 전진국 수준에는 크게 못 미쳐

지역구 의원이 직접 장병을 지휘하는 사단장이라면 비례대표는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참모라고나 할까. 비례대표가 서러운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이 소수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중 지역구는 246명, 비례대표는 54명이다. 약 18%만이 비례대표 의원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묻혀 버리고 당 실세의 눈치만 살핀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원의 비율이 거의 50:50인데, 이러한 이유로 비례대표는 활동의 범위도 넓고 실질적 세력화가 가능하다.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이다. 또한 힘이 없는 약소 정당들도 의원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두 부류의 사람들이 비례대표로 추천된다. 첫째는 그 사회의 약자(장애인), 소수자(외국인이주자), 직능(과학자, 노조대표)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며, 둘째 부류는 정당에 돈으로 혹은 머리로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다.

이들과 더불어 최근 우리나라는 비례대표 여성할당제가 적용되어 후보자 중 절반은 여성으로 추천하되 홀수 순위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 덕분에 18대에서 41명, 그리고 이번 19대에서는 47명(16%)의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이는 2000년 16대 의회가 출범할 당시 여성 의원이 21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지만, 아직도 선진국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비율이다. 북유럽 구가들은 여성 의원이 42.0%나 되며,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16%)은 유럽(22.6%), 아메리카(22.6%), 심지어 아프리카(20.4%) 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여성이 서로 돕지 않으면 지옥에 자리가 마련돼 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채용 시장 곳곳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서고 있다. 20대 고용 시장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고, 최근 사법·행정·외무고시 등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전체 취업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올라가지만, 기업체 CEO와 정부 고위관료 등 높은 자리에 오르는 여성의 비율은 현저히 낮다. 여성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다른 여성을 돕지 않는 여성을 위해 지옥에 마련된 자리가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여성끼리 돕고 뭉쳐야 한다는 말이다. 그녀는 세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23년을 가정주부로 살았고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고 정치에 입문해 1997년에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 되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여성의원 27명의 평균연령은 49.8세이다. 이들은 당의 노선이나 이념 보다 자신들이 여성임을 먼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로 돕지 않으면 지옥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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