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유의존도 낮추지 않으면

지역내일 2012-05-22

류종성/안양대 교수/해양생명공학

'석유시대의 종말'은 뜨거운 주제다. 최근 저명 학술지 네이처지가 원유생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주목된다("Oil's tipping point has passed").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1988년부터 2005년까지 상대적으로 저유가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원유소비가 늘면 공급도 따라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지금까지 7년 동안에는 소비가 증가해도 공급이 전혀 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평균을 내면 지난 7년간 원유가격이 해마다 15%씩 올랐다.

미국인들은 매일 3200억원 어치 휘발유 소비

원유생산이 정점을 지났는지 여부는 학계에서도 여전히 논쟁 중이다. 원유업계는 전 세계 원유매장량 추정량이 계속 늘고 있어 정점은 아직 멀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 세계 매장량은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게다가 국영기업들의 경우 원유매장량은 특급 기밀이며, 실적 과시를 위해 일반적으로 부풀려서 발표하곤 한다.

매장량과는 달리 생산량은 통계가 나와 있다. 2005년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약 7200만 배럴을 기록했다. 문제는 그 이후 7500만 배럴을 넘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30년까지 원유생산이 30%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은 예측에 불과하다. 현재 가동중인 유전에서 매년 5%씩 생산량이 준다고 가정해보자. 2030년 생산량을 지금보다 30%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생산능력이 6400만 배럴에 달하는 새 유전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오늘날 전 세계 원유 생산능력에 맞먹는 양이다. 가능한 일일까.

캐나다와 베네수엘라에서 풍부한 타르샌드가 원유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캐나다 타르샌드는 2035년까지 하루 470만 배럴을 생산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타르샌드는 하루 생산량이 200만 배럴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유가격의 급등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경제 불황이다. 에너지 지출비용이 높으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제회복이 더디게 된다. 과거에는 원유가격이 급등하면 1년 이내에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미국과 유럽은 원유수입에 매일 1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를 지불하고 있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은 2010년에 리터당 75센트(한화 약 900원)였지만, 2011년에는 95센트(한화 약 1180원)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이 매일 소비하는 휘발유의 양은 약 14억 리터로 알려져 있다. 2011년 한해 동안 미국인들은 매일 2.8억달러(한화 3200억원) 어치의 휘발유를 쓴 셈이 된다. 이 비용으로 다른 생활필수품을 구매했더라면 미국 경제는 쉽게 회복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로존 무역수지 나빠진 가장 큰 원인은 고유가

이탈리아는 1999년에 무역흑자가 220억달러(약 24조원)에 달했다. 그 후 무역수지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해 작년에는 무역적자가 360억달러(약 44조원)에 육박했다. 무역수지가 나빠진 가장 큰 원인은 원유가격 급등이다.

작년 이탈리아의 원유수입량은 1999년에 견줘 약 40만 배럴이 감소했다. 반면 원유수입 비용은 1999년 총 120억달러에서 작년에는 총 550억달러로 늘어나 4배나 증가했다.

최근 경제학자들은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원유가격 급등을 꼽고 있다. 원유 공급량 감소에 대비하지 않는 국가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나 곡물가격 폭등을 경험하기 훨씬 전에 이미 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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