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권력투쟁 막 올랐다 | ⑥보시라이 사건 정변으로 조사 확대 조짐

지역내일 2012-04-16
공청단-태자당 투쟁에서 반좌파 투쟁으로 전환
홍콩언론 "보시라이와 군 인사 간 연계 조사 중"
시진핑, 후진타오-원자바오의 보시라이 제거 가세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시 서기와 관련된 사건이 단순 형사사건을 넘어 '정변(政變)'에 준하는 사건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보시라이 전 서기를 정치국 위원 정직처분을 내리면서 밝힌 내용은 △'심각한 규율 위반'에 개입한 혐의 △부인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살해 혐의 등이다.

하지만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에서 파견된 5개 조사팀이 보시라이와 청두(成都)군구 고위 인사들 간 연계 여부를 조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청두의 한 소식통을 인용 "5개 조사팀이 청두 군구에 파견됐으며 보시라이 사건에 고위 군부 인사나 군대가 연계돼 있는지, 연계돼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특히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 기지를 둔 제14부대의 고위 인사들이 중앙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강하게 돌고 있다고 전했다. 쿤밍의 제14부대는 보시라이의 아버지인 보이보(薄一波)가 창설한 부대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공산당이 이달 초 당원에게 회람시킨 내용에는 규율위반 뿐만 아니라 군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최근 밝혔다.

◆후진타오, 군부와 당 충성맹세 받는 이유는? = 중국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은 단순한 형사사건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군부와 공산당이 전면에 나서 후진타오 주석 등 지도부에 대한 충성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27일 후진타오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국정(國情)과 당의 상황에 변화가 발생할 때 부대는 당의 지휘를 따라야 한다'는 논평에서 "부대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당 중앙과 중앙군사위원회 및 후 주석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에도 "군인들은 모든 잘못된 사상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며 소란에 동요되지 않고 소문에 영향을 받지 않고 후 주석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왕리쥔 사건이 발생한 후 군사위원회 부주석 궈보슝(郭伯雄)과 쉬차이허우(徐才厚) 등이 앞장서서 후진타오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가운데 각급 군부 수뇌들이 앞 다퉈 군에 대한 당의 지휘를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구(軍區)와 각 대군구(大軍區), 집단군(集團軍) 수뇌들은 물론 정치위원들에 이르기까지 앞 다퉈 후진타오에 대한 충성을 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지방 주요간부들도 입장표명을 가세하고 있다. 또한 중공 성위원회 조직부 부부장과 시위원회 조직부장들까지 합동연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원자바오 총리의 경호를 책임진 중앙경위국(中央警衛局) 부국장 리룬톈(李潤田)의 해임 소식도 주목할 만하다. 홍콩 애플데일리는 원 총리의 경호원인 리룬톈 중공중앙 판공청 경위국 부국장이 돌연 경질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당국은 리 부국장을 해임시킨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경호원들이 보시라이와 내통, 고위층 정보를 유출했다는 소문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권력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직은 군부이다.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里出政權)"고 했다. 덩샤오핑은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내놓고도 중앙군사위 주석직만 유지하면서 전권을 행사했으며 장쩌민 전 주석도 후 주석에게 당 총서기직은 2002년 11월, 국가주석직은 2003년 3월 넘겼지만 당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는 2004년 9월에야 물려 줬다.

중앙경위국은 더욱 민감한 곳이다. 1976년 화궈펑의 지시에 따라 사인방을 전격 체포하고 문화대혁명을 종식시킨 부서가 중앙경위국이다. 장쩌민은 자기의 개인 경호원인 여우시구이(由喜貴)를 발탁해 중앙경위국 국장으로 임명했으며, 퇴임 이후에도 잔류시켜 후진타오를 감시하고 견제했다. 중앙경위국은 청와대 경호실과 유사하며 군대관할도 공안관할도 아니며 중앙판공청에서 지휘하는 부서이다. 현재 중앙판공청 주임은 후진타오의 오랜 심복인 링지화(令計劃)가 맡고 있다.

◆ 보시라이 2년내에 시진핑 강제로 퇴진 계획 = 최근 보시라이는 가족과 측근 비위 문제를 넘어 정변에 준하는 혐의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시라이와 관련 해외 화교 언론은 "저우융캉이 상무위원이 보시라이와 베이징, 충칭, 청두에서 5차례 회담을 갖고 보시라이를 정법위 서기로 승진시킨 뒤 2년 내에 시진핑을 압박해 강제로 끌어내릴 계획을 꾸몄다"고 최근 폭로했다. 홍콩 아주주간은 보시라이가 좌파 인터넷 사이트와 해외 언론 등을 동원해 원자바오 총리의 실정을 비판하고,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을 무능한 지도자로 공격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12일자 최신호에서 전했다.

아주주간은 또한 "보 전 서기가 측근인 왕리쥔을 시켜 충칭을 방문하는 최고지도자들을 도청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2010~2011년 충칭을 방문한 시진핑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허궈창(賀國强)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 등을 도청했고, 이 과정에서 중요 기밀을 파악해 보 전 서기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또 왕리쥔은 중앙경위 요원을 포섭해 최고지도자들의 행적과 기밀도 정탐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중순 이후 저우융캉 상무위원, 량광례 국방부장 등 당·정·군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좌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후진타오가 외국을 방문 중이던 3월 31일 베이징일보는 "총서기는 당의 중앙조직을 능가하는 최고기구가 아니며 집단지도를 강조해야 한다"는 사설을 발표해 후진타오를 공격했다. 이 사설은 곧 삭제되긴 했지만 베이징의 1인자인 당서기 류치가 장쩌민계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이와 함께 2011년은 '마오쩌둥기치망(毛澤東旗幟網)'을 거점으로 한 '극좌파'와 '오유지향(烏有之鄕)' 사이트를 근거지로 한 '전통좌파', '민성망(民聲網)'과 '독점망(獨家網)'을 기지로 한 '신좌파' 등이 서로 연합해 후진타오-원자바오의 개혁을 흔들었다. '오유지향' 사이트의 선동 아래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남방보(南方報)' 그룹의 신문과 잡지를 불태우는 과격 행동이 계속 일어났었다. '남방보' 그룹은 줄곧 중국의 자유주의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허난(河南) 뤄양(洛陽)에서는 마오쩌둥파가 우파 인물을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진핑 후진타오와 이해관계 일치 = 보시라이 조사 과정에서 후진타오의 공청단과 태자당이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보시라이가 중국 8대 원로 중 한명인 보이보의 아들로 태자당의 대표 격이기 때문이었다. 후진타오는 공청단 시절 태자당의 집중 견제를 받아 1988년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당서기로 좌천당했는데, 보시라이 부친 보이보의 영향이 컸다. 원자바오 총리는 보시라이의 부총리 승진을 강력히 반대해 충칭시 당서기로 좌천시켰다. 리커창 부총리는 랴오닝성 서기 재직 시 랴오닝성 성장을 지낸 보시라이의 약점과 자료를 수집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보시라이가 다롄시장과 랴오닝성장을 지내는 동안 엄청난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내 화교 언론에 따르면 그는 범죄조직과 결탁해 반대파를 공격했고, 권력을 앞세워 친척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 그의 아내 구카이라이는 보시라이의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이익을 빼앗는 행적을 보였다.

9명의 중앙상무위원 중 보시라이의 충칭을 방문해 충칭모델을 지지하지 않은 인물은 후진타오-원자바오-리커창 뿐이었다.

사건 초기와 달라 현재는 후진타오-원자바오의 보시라이 제거에 시진핑이 가세한 모양새이다. 차기 총리인 리커창 역시 보시라이를 견제하는 입장이어서 현직과 차기 수뇌부가 연합해 보시라이 등 좌파세력을 제거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원자바오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보시라이 관련 발언을 하기 직전 열린 정치국 중앙상무위원회에서 시진핑이 조사에 동의했다.

시진핑이 조사에 동의한 것은 정권을 이어받은 후 보시라이의 행동이 위협이 되거나 방해가 될 것이라고 염려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임기가 1년 남은 후진타오와 원자바오가 나서 부담스러운 존재인 보시라이를 제거하는 데 동의한 것이다.

후진타오와 시진핑이 일시적인 동맹을 맺을 만한 공통분모도 만만치 않다.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은 후야오방 총서기가 정치개혁을 시도하다 실각할 때 홀로 지지했고, 이것이 화근이 되어 한직으로 물러나게 됐다. 후야오방은 후진타오를 발탁하고 지원한 후견인이었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는 시중쉰 가문에 호감을 갖고 있으며 태자당 시진핑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 또 후진타오와 시진핑은 칭화대 동문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중국에서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투쟁이 정변의 수준으로 치닫는 것은 후계자 지명 방식과 관련이 있다. 중국공산당이 후계자를 지명하는 방식은 마오쩌둥에서 시작되어 덩샤오핑에 의해 계승되었다. 그러나 이는 특수한 시대의 산물이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과 같이 절대적인 개인적 권위를 갖춘 특수한 인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후진타오 이후 후계자는 '정치 게임'을 통해 지명된다. 각 계파가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의 리더십을 가진 후계자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치열한 권력투쟁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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