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쟁을 넘어 협력을 통한 균형발전

지역내일 2012-05-24

이동진/서울 도봉구청장

출근 시간이면 시내로 들어가는 지하철과 버스에는 사람들이 빼곡해 서있을 틈이 없다. 텅 빈 채 운행되는 반대방향 노선들을 바라보며 매일 아침 '출근전쟁'을 치르는 사람들. 바로 지하철 4호선으로 이어지는 서울 노원 도봉 강북 성북 이른바 '동북4구'에 사는 직장인들이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평균 일자리가 약 18만개인데 비해 동북4구 평균 일자리는 8만2000개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 인구의 17.5%인 18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곳에 일자리는 서울시 전체의 7.3%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46%인 데 비해 동북4구는 28.9%에 불과하다. 매일 아침 출근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유, 그리고 동북4구가 '잠자리도시'로 불리는 이유를 보여주는 간단한 통계다.

'변방의 시민'이라는 오랜 박탈감

동북4구 주민들은 오랫동안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 살면서도 '변방의 시민'이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살아왔다. 이런 현실을 자치구간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개선하려는 첫 시도로 '동북4구발전협의회'가 지난 15일 첫걸음을 내디뎠다.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던 도봉구 강북구 노원구 성북구가 손을 잡고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성북구를 모태로 1973년 도봉구, 1988년 노원구, 1995년 강북구까지 순차적으로 분구됐던 이 지역이 다시 한 마음으로 뭉치게 됐다.

지금까지 각 지방정부는 개별 지역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협력을 통한 상생과 공동 발전보다 경쟁위주의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동북4구 구청장은 이러한 발전전략이 취약한 재정여건과 낙후된 환경이라는 공통된 현실을 안고 있는 동북4구에는 부적절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번 협약은 경쟁 일변도였던 자치구끼리 협력을 통한 상생을 도모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그 의미를 더욱 드높이기 위해서는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4개 자치구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사회 학계 등 전문가, 그리고 서울시와의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동북4구 발전협의회는 시민사회와 학계 등 전문가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고 서울시 역시 이미 협의회 활동을 뒷받침하는 전담반을 구성할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흔히 동북4구를 낙후된 지역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는 지역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동북지역에는 서울에 있는 37개 종합대학 중에서 14개가 위치할 만큼 풍부한 인적자원이 있다.

또한 풍부한 근현대 역사문화자원이 존재하고 있고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고, 저개발로 인한 활용가능한 대규모 부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어 민관협력을 통한 창조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돼있다.

공동체적 삶을 보존하는 변화 추구

우리는 변화를 갈망한다. 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이 서민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게 만드는 과거와 같은 막개발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는 서민적 정서를 공유하면서 이 지역에서 터 잡고 살아온 사람들을 중심에 두는 변화이어야 한다.

그런 변화를 위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좁은 지역적 경계를 뛰어넘는 대승적 협력을 통해 공동의 발전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더디 가더라도 오래감으로써 서울 동북부 지역이 서민 정서에 기반한 공동체적 삶의 향기를 보존하면서도 살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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