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푸랴 국뜨랴, 훈훈한 ‘구슬땀’

지역내일 2012-04-30
예탁원 밥퍼봉사 현장 … 김범곤 목사 "노숙인 천덕꾸러기 취급 안 돼"

26일 저녁 7시 서울역 뒷편에 위치한 예수사랑 선교회에서 운영하는 기독교긴급구호센터. 허기를 채우러 온 노숙인들로 이미 가득찼다. 술기운이 도는 거친 혈색에 빛바랜 코트를 입은 이들이 길게 줄을 섰다. 그 사이로 노란색 KSD해피메이커스 조끼를 입은 열댓 명 남짓한 예탁원 직원들이 밥 푸고 국 뜨랴, 딸기 나눠주랴, 정신이 없다.

선교회 관계자 한 명은 "예탁원 분들이 오는 날은 잔치 분위기"라면서 "평소엔 밥과 국뿐이지만, 이 날은 과일에 떡에 음료수까지 챙겨오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그러고 보니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노숙인들은 한 손에 제법 무거워보이는 노란 딸기봉지가 들려 있었다.



"김경동 사장(상단 사진 맨 왼쪽)은 옛날 우리금융에 계실 때부터 인연이 됐죠. 그때도 항상 직접 오는 걸 보고 봉사를 하셔서 특이한 분이다 했어요. 사실 첫 날만 오시고 빠지는 분들도 많거든. 그런데 이 분이 예탁원 가서도 봉사활동을 이어서 하시고, 항상 직접 오시고 하니까 밑에 직원들은 아주 죽을 맛일 거야. 봉사 빠지려고 해도 빠질 수가 없잖아. 허허."

김범곤 목사(사진)는 예탁원과 김 사장에 대한 고마움을 '특이하다'는 표현으로 에둘러 말했다. 식사하고 나가는 노숙인들에게 인사하고 신경 쓰느라 정신 없어 보이는 김 목사의 시간을 잠시 빌렸다.

김 목사는 89년부터 20년 넘게 노숙인에게 밥퍼 봉사를 해왔다. 스스로도 삶의 무게에 눌려 알콜중독과 노숙경험이 있는 김 목사인지라 노숙인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데 한 끼당 300~500명 이상이 모여들다 보니 많으면 하루에 1000명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김 목사는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어린이나 장애인, 그리고 요즘엔 다문화가정에 대해선 기관들의 지원이나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노숙인들은 천덕꾸러기야. 봉사를 해도 그림도 안 되고 별 티가 안 나서 그런지 별 관심이 없어. 그런데 이 사람들이야말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사람들이거든. 이 사람들 80%가 알콜중독자고 정신적으로 장애인들야. 국가적으로도 더 신경을 써야 된다고. 휴우. 안타까울 따름이지."

가끔씩 기관들의 도움이 있기는 하지만 지속적이지 않다 보니 항상 재정이 빠듯하다.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찾아와주는 예탁원 직원들의 도움이 너무나 고마운 이유다. 예탁원은 또 최소한 쌀은 책임지겠다며 매달 800만원씩 들어가는 쌀값을 지원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없는 평소에는 교육받은 노숙인들이 밥퍼봉사를 한다. 김 목사는 밥만 주고 끝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자체적인 노숙인 훈련 프로그램을 짜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센터 2층에 소박하게 마련한 거처가 교육장이다. 올라가 보니 짜투리 목재로 만든 침대와 책상이 눈에 띈다. 정식 교육센터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부족해 몇년째 계획만 하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센터 문을 나서는 한 노숙인에게 조심스레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 이야기를 제가 왜 합니까"라며 손사래를 친다. 오랫동안 외부에 문을 닫고 살아온지라 대화 자체가 낯선 듯한 그는 딸기봉지를 꼭 쥔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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