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밭/김동호 지음/2만원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외로운 작업이다. 특히 현재와 연결고리가 묶여 있는 현대사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 경제사'는 우리나라 대통령 8명의 경제정책과 성과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저자 김동호 씨는 중앙일보의 경제전문기자다.
기자는 속성상 스토리텔러다. 독자를 염두에 두고 말을 하듯 상황을 설명하고 전망, 분석하고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수다스럽지 않으면서도 망원경과 현미경을 오가며 두루 비춰주는 장점이 있다.
'대통령 경제사'는 기자의 눈을 십분 발휘한 흔적을 여기저기서 느낄 만큼 간결하면서 핵심을 짚어내고 있다. 캐리커처처럼 각 대통령들의 숨겨진 특징들을 잘도 찾아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본주의 기틀을 세운 인물로 묘사됐다.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화폐개혁, 농지개혁을 단행했으며 종국엔 민주혁명을 수용했다는 평가도 내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과 뗄 수 없다. 새마을 운동과 5개년 개발계획에 의한 경부고속도로와 포철의 꿈, 북한보다 앞선 경제를 이뤄냈다. 개발독재에 눈을 질끈 감게 할 정도다.
전두환 대통령은 3저 호황의 덕을 톡톡히 봤다. 서울올림픽 유치와 부실기업 정리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호황의 부작용을 그대로 받아안았다. 민주화 바람에 부동산 열풍, 묻지마 주식투자 까지 경제전반이 몸살을 앓았다.
신경제구상과 금융실명제는 김영삼 대통령의 치적이지만 OECD를 가입하겠다는 욕심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악재였다. 김대중 '경제대통령'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금융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했으나 IT버블과 신용카드 버블을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기억됐다.
성장과 분배의 기로에 선 노무현 대통령은 신용대란을 수습하고 부동산 시장과 균형 발전을 앞세워 동반성장과 분배로 눈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임기가 채 1년이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했을까. 김동호씨는 "저성장 함정에 갇혔다"고 서술했다. MB노믹스로 통한 성장위주의 747공약은 시대정신과 엇나가 결국 좌초했다. 자원외교는 비리로 얼룩졌다. 김동호씨는 공과를 균형있게 잡으려 애썼다. 시각과 비중을 신경써 배치했다.
그러나 역사는 결국 눈으로 보는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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