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쪽방촌, 벽화마을로 변신 … 서울시 '길통맘통 프로젝트' 진행
"이전에 시커먼 골목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어요. 어두운 동네가 환해지고 깔끔해졌네요."
서울의 5대 쪽방촌 밀집지역 가운데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영등포 쪽방촌이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가득 찬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영등포 쪽방촌의 한 주민이 농악대가 합주하는 장면을 그린 벽화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6일과 12·13일 미술전문가와 자원봉사자 200여명의 재능기부를 받아 영등포 쪽방촌에서 벽화그리기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서울시는 지난 5~6일에 이어 12~13일 영등포 쪽방촌 담벼락과 건물에 벽화를 그려 어둡고 칙칙한 골목을 화사하게 꾸미는 '길과 길이 통하는 동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마을 프로젝트(길통맘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쪽방촌 벽화그리기는 사람들이 지나는 길과 골목의 특성, 위치, 동선 등을 고려해 영등포의 역사, 거주민의 삶과 희망 메시지, 미래의 꿈과 희망을 주제로 마을 구석구석 모두 23개의 벽화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민 정책제안 사업인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젊은 미술인 모임인 '핑퐁아트'가 제안해 이뤄졌다. 핑퐁아트 소속 작가 중심으로 미술전공자 100여명과 비전문가인 자원봉사자 등 모두 200여명의 재능 기부를 통해 쪽방촌의 담벼락이 화려한 그림으로 바뀌었다.
김현민 핑퐁아트 대표는 "그림 하나가 이분들에게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었는데 왜 여지껏 음식과 쌀만 나눠줬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 소외되고 있었던 쪽방촌 주민들에게 작지만 큰 힘을 줄 수 있는 선물을 해드릴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벽화작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거주민들은 작업 기간 내내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할 경우 자발적으로 사다리를 제공하고, 각종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등 간식거리도 제공했다.
쪽방촌 김영미(42) 통장은 "어두운 벽에 그림이 그려지면서 동네가 많이 변한 것 같다"며 "특히 그림이 희망을 상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더욱 좋다"고 말했다. 또 거주민 성차주(61)씨는 "예전 시커먼 골목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고 동네가 환해지고 깔끔해졌다"며 "그림을 잘 알지는 못해도 무척 잘 그린 것 같다"고 기뻐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서 어려운 분들에게 이웃이 있다는 희망을 주고 밝고 쾌적한 거주 환경을 선물할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행정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월 말 현재 서울시내 쪽방촌은 종로구 2개 지역(돈의·창신동)과 중구·용산구·영등포구 모두 5개 지역에 걸쳐 있으며, 3471개 쪽방에 31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번 벽화그리기 작업이 진행된 영등포 쪽방촌에는 541개 쪽방과 617명의 거주민이 있다.
서울시는 영등포 쪽방촌 벽화그리기 작업을 다른 쪽방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젊은 미술인들의 벽화그리기 재능기부로 쪽방지역 분위기를 새롭게 함으로써 생활의 고단함을 잊고 조금이라도 삶의 활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벽화그리기 작업을 다른 쪽방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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