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우면산과 강원 춘천 등에서 최악의 산사태가 일어났다. 2011년 정부 공식집계로만 43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는 언제든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피해면적은 80대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그만큼 예방과 대응이 중요해졌다. 내일신문은 앞으로 우리나라 산사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지성 집중호우 해마다 증가 … 정부대책 여전히 미흡
"우르릉 꽝"
순식간이었다. 2011년 7월 27일 0시 8분쯤 감당할 수 없는 흙과 돌, 나무가 4개의 펜션을 덮쳤다.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소양강댐 인근 야산에 퍼졌다. 전날 자원봉사차 춘천을 찾은 인하대 학생들을 비롯해 수십명의 사람들이 흙더미에 묻혔다. 이미 전날 오후부터 산사태 조짐이 있었지만 누구도 경고하지 않았다. 이날 사고로 인하대생 10명을 비롯 모두 13명이 숨졌다.
그로부터 8시간이 지난 27일 오전 8시 45분. 참혹한 춘천 산사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출근길 국민들에게 알려질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주변에선 이또다른 산사태가 일어났다. 우면산 부근은 생지옥으로 변했다. 수십대의 차량이 흙더미에 묻혔고 인근 아파트 3층까지 흙과 나무가 밀려들었다. EBS가 방송을 중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날 산사태로 16명이 숨졌다.
27일 하루에 경기도 포천 파주 등에서도 산사태가 발생,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1년 한해 정부 공식집계만 43명이 산사태로 숨졌다.
◆집중호우가 산사태 원인 = 산림청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우리나라 산사태 피해 면적은 7789㏊. 복구비용만 1조132억원이 투입됐다.
우리나라가 산사태에 취약한 원인은 연평균 강우량의 대부분이 하절기에 집중되고 산지사면이 급경사를 이룬 곳이 많기 때문이다. 지질도 응집력이 낮은 마사토로 이뤄져있고 암반 역시 산사태가 쉽게 일어나는 화강암이 70%를 이루고 있다. 채석이나 광산 개발, 골프장 건설 등 난개발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0년 단위로 발생규모를 분석하면 1980년대 연평균 231㏊였던 피해면적은 2000년대 이후 713㏊로 3배 증가했다. 특히 태풍과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가 산사태 주요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1980년대 연 10.6회였던 국지성 집중호우는 2000년대 들어 14.4회로 증가했다.


산림공학회장인 마호섭 경상대 교수는 "비 지진 화산 등이 주요 산사태 원인이지만 우리나라는 비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 강우량을 기록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최악의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은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연속강우량 587.5㎜가 내렸다.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록이다. 경기 동두천, 전북 정읍, 경기 문산, 경남 진주, 전북 임실 5개 지역 강우량도 기상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도 산사태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산사태 예방 및 대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산사태 이후 발표했던 대책과 비교하면 여전히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사방댐 건설 등 사방사업은 도시·생활권 우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사방댐 695개소와 계류보전사업 416㎞가 추진되고 있다. 700㎞의 산길 구조개량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매년 사방댐 1000개소, 계류보전사업 600㎞와 비교하면 훨씬 못 미친다.
◆산림청 전담부서 감감무소식 = 재해방지 조림 역시 당초 2012년 2400㏊가 목표였지만 실제는 60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방지 조림은 뿌리가 깊어 산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활엽수종으로 나무를 바꾸는 사업이다.
산림청 내 전담부서를 설치하겠다는 약속도 없던 일이 되고 있다. 산사태 집중시기인 7월을 2개월 앞두고 있지만 현재 산사태는 산림청 치산복원과에서 다른 일과 함께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2012년 내에 효율적인 산사태 대응을 위해 예방 대응 복구를 총괄하는 산사태 전담부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와 산림과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는 정부재정 형편상 당초 약속을 못 지켰지만 내년부터는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