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권력의 법칙, 자석과 쇠붙이

지역내일 2012-05-14
뷰스앤뉴스 편집국장

"이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완전히 끝났다."

저축은행업계 랭킹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을 필두로 한 대형저축은행들의 무더기 퇴출을 지켜본 대형건설사의 간부가 한 말이다.

그는 이런 판단을 하는 이유로 "PF는 일반적으로 은행 7, 저축은행 2, 시행사 1의 비율로 자금을 조달한다"며 "저축은행의 비중이 2할에 불과하나 이들이 후순위채 등을 소화해주는 까닭에 이들이 빠지면 PF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F가 힘들어지면 저축은행이 설땅도 더 좁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호황 시절에 PF와 저축은행은 동전의 앞뒷면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려나가던 시절에 시행사들은 두자리 숫자 고리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을 마구 끌어다 썼다. 아파트 고가분양을 통해 저축은행에 고리를 지불하고도 크게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발발, 세계적 규모로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좋은 시절이 끝나고, 저축은행과 중소형 건설사들이 함께 줄줄이 쓰러져갔다.

다시 부동산 호황시대가 도래하면 극적 반전의 기회가 도래할지도 모르나 그런 기대를 하는 이들은 적다. 지금 세계경제는 'L자형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으며, 국내 소비자들은 아직도 부동산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F와 저축은행은 동전의 양면

여기에다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년층의 유일한 자산인 부동산이 생계비 조달차원에서 곧 시장에 무더기로 쏟아져나올 것이란 전망까지 가세하고 있다. 저축은행 시대는 종언을 고해가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요즘 들어서는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의 존재를 크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끝나면 저축은행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회귀시키는 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DJ정권 말기인 1992년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예금보험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회귀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수신고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벼랑끝에 몰린 저축은행에 대해 사실상의 사형선고를 내리려 하고 있는 셈이다.

상호신용금고가 저축은행으로 바뀐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오너의 전횡, 감독기구인 금융당국의 유착 등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예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듯 몬도가네식 오너의 전횡이 10년씩이나 되풀이될 수 있었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저축은행과 금융당국간 유착이 유일한 원인일까. 그보다는 '권력'이다.

상호신용금고가 은행법의 저촉을 받지 않으면서도 저축은행이란 이름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도 권력과의 물밑거래 때문이었다. 정당이나 지역 정치인 가운데 저축은행에서 자유로운 곳은 드물다. 저축은행이 지역 내 최대돈줄이자 후원조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오너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거대권력과의 줄대기에 급급했다. 최근 퇴출된 저축은행의 사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심지어 이들은 대통령이 다니는 대학원 과정이나 교회에까지 파고들었다.

저축은행에서 자유로운 정치인 드물어

이들은 그후 이렇게 맺은 '연'을 120% 활용했다. 금융당국조차 이들의 기세에 주눅들어 아는 의원들에게 제발 이들을 솎아달라고 하소연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니 그들이 얼마나 권력의 연을 앞세워 위세를 부려왔는지 미뤄 짐작할 만하다.

권력은 흔히 자석에 비유된다. 가만히 제자리에 앉아 있어도 전국의 쇠붙이가 알아서 몰려든다는 것. 이렇다 보니 타락한 권력이 되느냐, 깨끗한 권력이 되느냐는 권력의 의지이자 선택 문제인 것이다.

불행하게도 깨끗한 길을 택한 권력은 많지 않다. 저축은행이 초법적 권력으로 군림하다가 결국 애꿎은 국민들에게 천문학적 혈세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권력의 책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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