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선의 초록희망] “왜 굳이 동계올림픽을 해야 합니까?”

지역내일 2012-06-26

언론인/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동계올림픽의 경제효과 20조, 60조 하는 숫자놀음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 경제와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실속올림픽'에 머리를 싸매야 할 때다.


지난 18일 산림과학원 중회의실에서 열린 5번째 '가리왕산 보존·복원을 위한 자문위원회'. 세 시간 가까이 계속된 회의 내내 막다른 골목으로 쫓기는 짐승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자문위원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는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 생명의 숲 유영민 정책실장, 영남대 산림자원학과 김용식 교수, 강원대 환경연구소 김휘중 교수도 표정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석 달에 걸친 대안 찾기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고, 가리왕산 산림유전자보호림을 훼손하는 올림픽 활강경기장 건설을 사실상 확정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3월께 산림청의 '가리왕산 보존·복원 자문위원회' 발족 소식을 들었을 때 우선 반가웠다. 가리왕산 '보존'을 위해 가능한 대안을 찾되, 대안이 없을 경우 가리왕산의 훼손을 '복원'할 최선의 방안을 자문한다고 했다. 대답 없는 강원도를 향해 '가리왕산 보존'을 외쳐온 환경단체와 산림학자들이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것은 어떻게든 대안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형식갖추기에 머물기 십상인 정부의 여늬 자문위원회와는 달리, 가리왕산 자문위원회는 꽤나 진지하고 성실하게 진행됐다. 대안을 찾아내려는 보존파 위원들과 가리왕산 강행파 위원들은 네댓 시간씩 격론을 벌이기 일쑤였고, 참관자 입장인 산림청 관계자는 참을성 있게 논쟁을 지켜보았다.

가리왕산 대안찾기 수포로 돌아가

말로 결론이 나지 않는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만항재 두위봉 상원산으로 가서,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그리고 논란이 되는 코스는 직접 현장을 밟으며 확인하기도 했다. 세 산의 대안 코스들은 모두 표고차 800m 이상, 슬로프 길이 3000m, 평균 경사도 17% 등 올림픽 활강경기장의 기본조건을 모두 갖춘 곳들이었다.

그러나 국제스키연맹과 대한스키협회 쪽의 자문위원들은 세 곳 모두에서 부적격 사유를 찾아냈다. 두위봉은 하반부의 완만한 구간이 너무 길고, 상원산은 결승점 부분에 작은 언덕이 있어서 걸림돌이었다. 폐광지역이어서, 활강경기장 조성과 폐광복원이라는 1석2조의 효과를 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던 만항재는 슬로프가 남사면이어서 오후에 눈이 녹아 설질이 떨어진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왜 굳이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을 해야 합니까?" 입 밖에 낼 수 없었지만, 자문위원회 내내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는 질문이었다. 동계올림픽이란 본래 산 높고 눈 많은 나라에서 하는 게임 아닌가?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강원도 평창은 2002년에 비해 2011년의 연평균기온이 0.6도 오르고 연평균 강설량은 10.8cm 줄었다고 한다. 잘못하면 '눈 없는 동계올림픽'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상청은 6년 뒤 그 날을 위해, 강설은 늘리고 강우는 줄이는 기상조절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도 문제지만, 그에 못지않은 걱정이 천문학적 재정투자와 그 뒷감당이다. 동계스포츠가 일반화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치르자니 모든 경기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 평창에 활강을 비롯한 알파인과 크로스컨트리스키장,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경기장, 강릉에는 실내 빙상경기장 5개를 지어야 한다. 그 뿐인가. 얼마 전 원주-강릉 복선전철공사를 착공했거니와, 춘천-속초에는 고속철도를 놓는다고 한다. 줄잡아 10조원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경제부담 최소화 '실속올림픽'으로

두 주일간의 화려한 잔치가 끝난 뒤, 그 뒤처리 또한 간단치 않다. 강릉시는 올림픽 폐막 후 빙상경기장을 컨벤션센터 체육관 수영장 등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국에서 놀고 있는 월드컵경기장을 보건대, 수백억원을 들여 전환공사를 한들, 제대로 활용되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유지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제, 동계올림픽의 경제효과가 20조네, 60조네 하는 허황된 숫자놀음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 90%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했다는 강원도민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기 위해서도, 경제와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실속올림픽'에 머리를 싸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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