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 한국시장 이탈할까(미즈엔관련기사)

기업·금융 구조조정 이후 셀-바이코리아(Sell-buy Korea)‘저울질’

지역내일 2000-11-03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8월말 이후 10월말까지 1조50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했다. 11월 들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지만 하루 평균 수십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퇴출기업 발표가 임박했던 3일 1000억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 했다. 그러나 한국시장을 결코 낙관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금융권 구조조정 등 한국정부의 개혁 의지를 좀더 지켜본 후 판단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인 듯 하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던 때와 완전 다른 모습이다. 한국시장을 떠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저울질 하는 모습이다. 특히 순매도 순매수 포지션을 비슷하게 유지하면 단타를 날렸던 선물시장 역시 ‘팔자’로 입장이 바뀌었다. 나스닥 폭락으로 국내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10월 중순 대폭락의 장본인 역시 외국인이었다. 불과 한달 여만에‘BUY KOREA’에서 ‘SELL KOREA’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외국인 매도공세는 물론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다. 부정적인 반도체 경기전망이 주원인이다. 지난 8월 38만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16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변함없이 실적이 좋고 고점에 비해 싸다는 발표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리스크가 커진 한국시장에서 일단 비중을 줄여 놓고 보자는 속셈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외국인투자가 일부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왜 파나=이유는 간단하다. 많이 샀기 때문이다. 반도체경기가 좋을 때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집중적을 끌어 모았다. 시가총액 3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유통주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차지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 논쟁이 불거진 8월 이후 한국증시는 물론 미국증시에서 보유한 반도체주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지난 2월과 3월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집중적으로 샀고 반도체 경기가 불투명하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자 비중축소에 나섰다”지적했다. 강연구원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외에 일부 개별주를 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삼성전자에 집중된 탓에 삼성전자를 팔면 한국증시를 모두 파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이탈로 이어질까=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증시에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SELL KOREA’로 단정짓기엔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고 볼수 있지만 여전히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건설 처리에 정부가 원칙을 적용해 과감한 구조조정 압박을 가했을 때부터 미국 장기펀드들은 물타기 차원의 매수에 들어오고 있었다.
도이치증권 고명섭 이사는 “최근 경기침체와 성장률 저하 등으로 주가가 크게 빠져있지만 ‘패닉’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며 “OECD국가중 한국시장 여건이 가장 나쁜 건 사실이지만 외국인들은 아시아국가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누리투자증권 최진식 전무는 “세계적으로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는 추세며 한국증시 비중을 축소하는 이유도 리스크헤지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가 최근 투자자들을 위해 만든 보고서 역시 한국은 일본 대만 태국 등 보다 지수하락폭이나 환율불안에서 사정이 나은 상황이라고 분석한 것으로 아려졌다.

◇곳곳에 SELL KOREA 악재=우선 증시 내부에 외국인이 털어 내는 물량을 받아줄 세력이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외국인이 반도체주식만을 판다고 해도 지수 영향력이 워낙 커 매물소화는 곧 지수방어인 탓이다. 주가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매도공세가 되풀이 되는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물론 아직은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이 전체 보유주식의 5% 이하로 미미하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되면 외국인들이 일순간 자금을 빼 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외변수 역시 한국엔 불리하다. 고유가는 일본 다음으로 경제에 큰 충격을 받을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PC수요 감소 등 전자제품 시장 축소에 따른 타격도 대만 다음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대만이 고유가와 PC제품 축소로 큰 폭으로 주가가 빠졌다는 점은 우려되는 변수들이다.
전문가들은 IMF때와 상황은 많이 다르다고 강조하면서도 기업경영 불투명, 정부 구조조정 지연 우려 등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변수로 꼽고 있다. 환란은 없지만 외국인 불신은 상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진식 전무는 “삼성전자 매도배경엔 반도체경기 문제 말고도 부실 계열사인 전기 주식매입과 삼성차 추가 부실 떠안기 같은 불합리한 기업경영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총생산(GDP) 대비 공적자금이 비중이 가장 큰 나라라는 점도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발을 뺄 지 말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IMF 때처럼 환란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외국인이 한국을 떠나게 만들 수 있는 악조건들은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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