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주민·학생 손잡고 쓰레기 문제 해결 나서
"주민들의 고충이 이 정도인 줄 몰랐어요."
지난 5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시 대학동(사3동)의 한 카페에서 지역주민들과 대학생들이 열띤 논의를 하고 있다. 회의 주제는 대학동 성당길의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방안'.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옛 안산캠퍼스) 정문 앞에 위치한 대학동의 최대 골칫거리인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주민과 대학생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날 회의를 통해 주민들과 학생들은 성당길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학생대표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학생들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주민들과 공동으로 위원회의 활동내용을 집주인과 학생들에게 홍보하기로 했다.
◆주민이 쓰레기함 만들어 설치 = 대학동은 자취·하숙생들이 밀집한 단독주택지역이다. 몇 년 전부터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주민들은 안산시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 때뿐이었다. 결국 주민들은 "문제를 느끼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은 몇 해 전 주택가의 고질적인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과 분리수거 정착을 위해 '대학동 환경지킴이단'을 꾸렸다.
지난해에는 안산시 좋은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단독주택 쓰레기 문제해결을 위한 실천사업'을 벌였다. 우선 상습적으로 쓰레기 무단투기가 이뤄지는 가로수마다 쓰레기함을 설치하기로 했다. 좋은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전문가도 동참했다. 주민들은 전문가와 간담회, 주민회의 등을 거쳐 쓰레기함을 직접 디자인하고 설치할 위치를 결정했다. 건물 앞 가로수 옆에 설치한 쓰레기함은 건물주인의 동의를 거쳐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쓰레기를 버리는 상가이용 시민들과 대학생들의 참여 및 의식개선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현선 안산시좋은마을만들기 사무국장은 "집주인들이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주 거주자들인 학생들의 참여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지원센터는 대학생 환경지킴이단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학기 중에 대학생들이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여명의 학생들이 모임에 참여했다. 지난달 말 주민·학생 공동 워크숍에 40명이 참여해 밤새 대화를 나눴다. 이현선 사무국장은 "막상 만나보니 서로가 원하던 일임을 알 수 있었고 서로를 위해 뭘 해줘야 할까 고민하는 즐거운 교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대표인 김규식(4학년)씨는 "주민들이 쓰레기 문제로 겪는 고충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며 "집주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두 친 어머니 같다"고 말했다. 주민 박춘자(64)씨는 "공부하고 취업준비하기도 벅찬 학생들이 동참해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마을이 생긴 이래 역사에 없던 일이라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
◆"작은 변화가 도시발전 원동력" = '마을만들기로 가장 달라진 점이 뭐냐'는 질문에 박춘자씨는 "전에는 누구 자녀가 박사 됐다, 집샀다 등의 얘기만 하던 주민들이 이 길은 어떻게 바뀔까, 우린 뭘 해볼까라는 얘기를 나눈다"며 "수다의 개념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센터와 주민들은 대학측에 대학생들의 마을만들기 활동을 자원봉사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할 생각이다. 경기도와 안산시도 대학동의 실험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주택가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화할 수 있는 행정혁신사례도 나올 수 있다"며 "마을의 작은 변화가 안산시를 바꿀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안산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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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고충이 이 정도인 줄 몰랐어요."
지난 5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시 대학동(사3동)의 한 카페에서 지역주민들과 대학생들이 열띤 논의를 하고 있다. 회의 주제는 대학동 성당길의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방안'.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옛 안산캠퍼스) 정문 앞에 위치한 대학동의 최대 골칫거리인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주민과 대학생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날 회의를 통해 주민들과 학생들은 성당길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학생대표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학생들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주민들과 공동으로 위원회의 활동내용을 집주인과 학생들에게 홍보하기로 했다.
◆주민이 쓰레기함 만들어 설치 = 대학동은 자취·하숙생들이 밀집한 단독주택지역이다. 몇 년 전부터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주민들은 안산시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 때뿐이었다. 결국 주민들은 "문제를 느끼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은 몇 해 전 주택가의 고질적인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과 분리수거 정착을 위해 '대학동 환경지킴이단'을 꾸렸다.
지난해에는 안산시 좋은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단독주택 쓰레기 문제해결을 위한 실천사업'을 벌였다. 우선 상습적으로 쓰레기 무단투기가 이뤄지는 가로수마다 쓰레기함을 설치하기로 했다. 좋은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전문가도 동참했다. 주민들은 전문가와 간담회, 주민회의 등을 거쳐 쓰레기함을 직접 디자인하고 설치할 위치를 결정했다. 건물 앞 가로수 옆에 설치한 쓰레기함은 건물주인의 동의를 거쳐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쓰레기를 버리는 상가이용 시민들과 대학생들의 참여 및 의식개선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현선 안산시좋은마을만들기 사무국장은 "집주인들이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주 거주자들인 학생들의 참여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지원센터는 대학생 환경지킴이단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학기 중에 대학생들이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여명의 학생들이 모임에 참여했다. 지난달 말 주민·학생 공동 워크숍에 40명이 참여해 밤새 대화를 나눴다. 이현선 사무국장은 "막상 만나보니 서로가 원하던 일임을 알 수 있었고 서로를 위해 뭘 해줘야 할까 고민하는 즐거운 교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대표인 김규식(4학년)씨는 "주민들이 쓰레기 문제로 겪는 고충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며 "집주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두 친 어머니 같다"고 말했다. 주민 박춘자(64)씨는 "공부하고 취업준비하기도 벅찬 학생들이 동참해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마을이 생긴 이래 역사에 없던 일이라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
◆"작은 변화가 도시발전 원동력" = '마을만들기로 가장 달라진 점이 뭐냐'는 질문에 박춘자씨는 "전에는 누구 자녀가 박사 됐다, 집샀다 등의 얘기만 하던 주민들이 이 길은 어떻게 바뀔까, 우린 뭘 해볼까라는 얘기를 나눈다"며 "수다의 개념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센터와 주민들은 대학측에 대학생들의 마을만들기 활동을 자원봉사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할 생각이다. 경기도와 안산시도 대학동의 실험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주택가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화할 수 있는 행정혁신사례도 나올 수 있다"며 "마을의 작은 변화가 안산시를 바꿀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안산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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