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논설고문
부패가 경제성장을 갉아먹었다는 사실이 실증되어 새삼스럽지 않게 충격을 던졌다. 경제성장률이 해마다 쪼그라드는 원인을 대외불확실성 탓으로만 돌리는 정부에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성장률 추락에 대한 외부변수 타령은 공허한 핑계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 정도만 청렴도를 끌어올려도 4%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1995~2010년 OECD 국가의 부패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부패로 인해 경제성장 손실이 컸다고 분석했다.
국제투명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지난해 5.4점을 기록했다. 183개 국가 중 43위로 한해에 4단계나 추락했다. 부탄 몰타 푸에리토리코에도 밀렸다.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로 최하위권이다. 아시아에서도 꼴찌권을 면치 못했다. 홍콩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 조사에서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아시아 16개국 중 11위, 태국 캄보디아만도 못한 나라로 전락했다.
부패지수는 세계은행과 세계경제포럼 등이 실시한 공무원과 정치인의 청렴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수치다. 0에 가까울수록 부패가 심하고 10에 가까울수록 청렴함을 나타낸다.
지난해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10점 만점에 5.4점이었다. 지난 5년간 평균치는 4.7점으로 OECD 평균 7.0보다 훨씬 낮다. 16년 동안 4점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005년 들어 5점대로 진입한 후 2008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5.6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10년이 넘도록 '절대부패' 수준으로 평가되는 5점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주목할 대목은 이명박정부 들어 2년 연속 0.1점씩 하락해왔다는 점이다. MB정부에서 부패가 더 심해졌다는 얘기다. 수출 규모 세계 9위, GDP 규모 세계 11위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는 나라로서는 매우 창피하고 낯뜨거운 모양이 아닐 수 없다.
MB정부 들어 부패 더 심해져
OECD 회원국이나 태평양시대의 허브국이니 하며 명함을 내밀기에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문제는 부패지수가 낮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부패문제만 해결해도 성장률의 4%선을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정책뱡향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가 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OECD평균에 올라서면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138.5달러, 성장률은 0.65%p 추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현재 3%대까지 떨어진 성장률이 4%대로 상승한다는 뜻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불공정과 부정비리가 창궐할수록 사회 전체의 신뢰와 투자가 감퇴하고 공공투자계획과 관련된 정책결정을 왜곡시켜 성장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부패로 인해 국제사회의 시각도 나빠져 대외신인도와 외국인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패추방 없이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없다. 소득이 늘고 수출강국이 된다고, G20개최국이 됐다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선진국다운 품격을 갖춰야 선진국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기에는 아직 멀었다. 공직자 부패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어서다. 그것도 힘 있는 기관, 힘 있는 자리일수록 심하고 부정 규모도 크다.
우리나라에는 부패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을 비롯, 고위 공직자 비리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터졌다 하면 커넥션 급이다. 공직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감사원, 검찰, 법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비교적 먹을거리가 없다던 기상청에서까지 구정물이 나왔다.
정치인도 나을 게 없다. 홍콩의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는 정치지도자를 부패를 심화시킨 주범으로 꼽았다. 재계인들 독야청청할 수 없다. 종소기업은 대기업 접대하고 대기업은 공무원 접대해야 한다. 부패의 사슬이 정경유착이라는 이름으로 뿌리내린 지 오래다. 이제 관행이라며 공공연히 부정이 자행되고 있다. 법도 관행엔 관대하다.
상설 부패감시기구 만들어야
그래놓고서는 툭하면 언론 탓을 한다. 부
패지수가 하락한 이유가 고위공직자 부패사건을 언론이 집중보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심한 의식수준이다.
경제가 커지고 글로벌화하면 사회가 투명해지는 법인데 우리나라에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부패도 잦고 커지고 있다. 부패는 민중의 분노를 폭발시키기 마련이다. 중동의 재스민혁명은 말단 공무원의 부패에서 촉발됐다. 시위에는 거의 부패척결 현수막이 걸린다. 부패공화국의 딱지를 뗄 때도 됐다. 상시적으로 권력주변의 비리를 감시 추적할 강력한 반부패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도 부패에 대해 관용없이 행동하는 저항의지를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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