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 칼럼] 중국이 한국 ‘패션산업’을 따라잡으려면

지역내일 2012-06-14

베이징저널 발행인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가 발행하는 '중국경제시보(中國經濟時報)'는 최근 한국 패션산업을 취재하고 돌아온 한 기자의 기사를 게재했다. 판위엔(范媛)이란 여기자가 쓴 '중-한 패션산업의 비즈니스 시차(時差)'라는 글이다. 서울 '동대문상가'의 패션업계를 주로 다룬 이 기사는 날로 치열해지는 한국과 중국의 산업경쟁력 '경쟁'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일본 고객이 동대문패션시장에서 주문한 상품이 납품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일 미만이었다. 그것이 현재는 판매상이 견본을 선정하고 공장에 주문하면 20시간 이내에 상품을 받을 수가 있다. 이는 패션 쾌속 제작으로 이름난 스페인의 'ZARA'가 흉내낼 수 없는 속도다. ZARA가 아무리 서두른다 해도 디자인으로부터 제품 완성까지 최소한 15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란다.

세계 패션계의 간판 기업인 ZARA든 동대문 패션업계든 성공의 핵심 요인은 산업체인의 형성과 관리에 있다는 것이 이 신문의 결론이다. 동대문상가의 경우 1㎢의 상가 면적에 옷감, 보조재료, 상품기획 및 디자인, 유통 등에 종사하는 각종 작업장과 기업들이 밀집돼 상류에서 하류까지 일관된 산업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또 각 분야마다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이곳에서 모두 충당할 수가 있다. 동대문상가가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빠른 속도로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의 상업부동산 개발 전문가인 황버샤오(黃伯效) 사장은 일찌감치 동대문상가의 '시장산업화' 성공신화에 착안, 지린성(吉林省) 창춘(長春)에 '타이구(太古)광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동대문시장의 비즈니스모델을 속속들이 파악한 후 동대문 경영모델을 이곳에 접목시키겠다는 것이 황 사장의 발상이다.

주문 후 20시간만에 상품 받아

2000개에 달하는 상가 분양이 거의 끝나고 올해 춘제(春節=설)를 지낸 후 황 사장은 상가 입주자들을 전세기에 태우고 동대문상가를 찾아 상담을 벌였다. 그 결과 무려 500억원에 달하는 수출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출발한 중국의 패션산업은 지난 20년간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렸지만, 저가 제조업의 약소한 이윤을 견디지 못해 오늘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쩌쟝성(浙江省)에서 중형 위탁생산 공장을 경영했던 사(沙) 사장은 주문생산업체의 고뇌를 이렇게 피력했다.

"사치품 주문생산을 10여년 하다 금융위기 이후 파산했습니다. 전에 위탁생산 공장을 할 때는 주문을 받기 위해 그동안 번 돈으로 설비를 들여다 공장을 확장했습니다. 그래야 끊임없이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닥치자 주문이 줄어들고 설비는 노는데 공원의 임금은 계속 오르니 버틸 도리가 없었습니다."

중국 패션산업은 다시 집단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를 표방해야 한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브랜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 더불어 패션제조업에서 세계일류 수준을 자랑한다. 헌데, 한국의 패션브랜드만 세계 각국의 인정을 받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제조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패션 디자인과 함께 색깔에 대한 심미안과 응용이다. 바로 여기에서 커다란 차이가 나는 것이다.

동대문패션상가는 패션 디자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제품의 70∼80%는 디자이너의 브랜드이고 근 70%는 직영점으로 운영된다. 디자인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타이구광장을 건설한 황버샤오 사장은 패션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타이구광장은 이미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 및 동대문패션관광특구와 '중-한 패션창의디자인센터'의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30여명의 우수한 한국 디자이너들을 선발해 패션디자인작업실을 개설했다.

제조기술보다 중요한 건 패션 디자인

이와 동시에 타이구광장은 지린대·지린사범대 등의 패션전공학과와 제휴해 디자인 인재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패션 분야는 한국에 겨우 평균 2.5년 뒤졌다는 중국의 기술력(교육과학기술부의 '2010년 국가별 기술수준 평가결과')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아 다소 안도하게 된다.

아니, 우리가 이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기에 따라서는 장기적으로 중국에 앞서가는 '한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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