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례의 발차기] 없어져야 할 ‘꿈’들

지역내일 2012-07-17

언론인·번역가

지난주에 전국적으로 가장 통쾌한 펀치를 불의를 향해 날린 사람은 바로 시인 안도현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학교 국어 검인정 교과서 16종에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시와 산문 작품을 수록한 출판사들에게 작품의 삭제를 권고하자 그는 "내 시도 교과서에서 빼라"며 강력 항의한 것이다.

'접시꽃 당신'으로 널리 알려진 도종환시인의 서정시들이 10여년간 많은 교과서에 무사히 실려있다가 이제와서 정치적으로 문제된다면,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부터 고교 교과서까지 수십 종에 실린 자기의 '연탄 한 장' '연애편지'등 십여편의 시도 빼달라고 안도현 시인은 주문했다.

한국 민주주의 투쟁사에서 시인들은 언제나 반독재투쟁의 일선에 섰다. 하지만 정치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서정시를 쓴 시인들이 한 몸이 되어 말도 안되는 교과서 탄압(?)에 맞섰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문인보다도, 문인협회나 한국작가회의 같은 문인단체들의 항의보다도 안 시인의 주문은 한층 돋보였다.

평가원의 삭제권고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그 배후라는 점에서 19대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도종환 시인을 타깃으로 삼은 '문학에 대한 정치폭력'이었다는 여론의 질타에 나도 동의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출판검열을 정권에 대한 충성심으로 평가받기를 바라는 어떤 교육관료들의 꿈은 다행히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은 희극적 '헛소동'으로 끝났다.

우리 시대 현실의 음울한 풍경을 생기발랄한 생활밀착형 작품으로 내놓던 리얼리즘 작가 고(故)박완서씨의 90년대 히트작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이래 우리는 꿈의 상실, 꿈을 잃은 청년들, 꿈꿀 권리의 회복같은 말에 들어있는 '좋은 꿈'의 복원을 기대해왔다.

도종환 시 교과서 삭제기도는 희극

하지만 어떤 사람들, 어떤 힘있는 소수자의 불량한 꿈의 제거, 뻔뻔한 꿈의 제압, 무도한 꿈의 퇴치 없이는 "좋은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1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런 악성 꿈의 샘플을 국민과 전세계에 내보인 창피스러운 희비극의 한 장면이었다.

무수한 의혹과 부적격 논란에도 대통령의 강력한 '임명의지'하나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되었던 현병철씨의 연임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국가권력이나 '힘센 자'들에게 짓밟히는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설치된 독립기구인 인권위가 정부에 속한다는 견해를 밝혀 "인권위의 독립성과 불편부당성에 의문을 갖게 한 부적격자"라는 국제엠네스티 성명까지 나오게 했다.

교수임용 특혜의혹, 논문표절 의혹, 아들의 병역기피와 근무지배정 특혜 의혹 등 끝없는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는데도 의자를 지키려는 그의 철벽같은 꿈은 더 이상 이뤄져서는 안된다. 인권위 직원들까지 위원장을 인권위에 제소했던 희비극은 이제 끝내야 한다.

또 한사람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을 후끈 달궜던 사람은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였다. 대법관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재판부의 사법적 판단이 '정의'가 되도록 최종판단을 하는, 공정하고 신뢰받는 최고의 재판관이 있어야할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 그는 저축은행 비리수사 개입의혹, 부동산 투기의혹과 다운계약서 작성등 법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너무도 많아 법관들 사이에서조차 "이런 사람이 대법관 후보로 오른 것 자체가 부끄럽다"는 의견이 비등한다.

인사청문회장의 '부끄러운 얼굴들'

'평검사 시절부터 검사장까지 처신이 일관되게 부적절한' 그의 대법관을 향한 꿈은 몰수돼야 한다.

대법관 한자리를 검찰 몫으로 두고 있는 관행이 "왜 이런 인물을 대법원에 받아야 하나"라는 법조계 내의 여론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 관행도 폐기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범죄행위를 "당시의 관행"이니 "그땐 아직 위법이 아니었다"고 강변하는 야무진 출세에의 꿈은 국민의 대변자인 19대 국회의원들이 분쇄해야 한다.

"그렇게도 인물이 없나"하고 국민이 개탄하게 만드는 요직의 부끄러운 후보자들, 이 나라가 그런 사람들의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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