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풀뿌리자치연구소 상임대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다. 지난 26일 경선에 돌입한 새누리당은 8월 20일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경선은 박근혜 후보의 선출이 거의 확정적이다. 오늘 밤 8명의 출마자를 5명으로 압축하는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보다 한달 늦은 9월 23일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9월 23일 이후에도 넘어야 할 고개가 남아 있다. '당 밖의 남자'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후보단일화 문제도 있고, 혼돈에 빠진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문제도 있다.
민주통합당이 후보를 선출한 뒤에도 야권단일화 문제에 매달려야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는 여유 있게 앞서나갈 것이다. 이명박정부 아래서 박근혜 후보는 부동의 '미래 권력'이었다. 안철수 교수의 급부상으로 대세론이 흔들리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선거의 여왕' 신화마저 깨졌지만 그의 지위는 여전했다. 4·11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대세론은 극적으로 되살아났고 추대론까지 나오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으로 재편되었고, 박근혜 후보의 앞을 가로막을 장애물이 적어도 새누리당에는 없다.
현단계 한국정치 끌어가는 강력한 힘
새누리당 경선은 국민의 관심을 못 끌고 있다.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해서 재미도 없고 하나마나한 경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세론은 현 단계 한국정치를 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흔들린 적도 있고, 안철수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떠받치는 요소는 어떤 것들일까. 무엇보다도 박근혜 의원은 현역 정치인 가운데 지지기반이 가장 탄탄하다. 경쟁자들은 '수첩공주'라 비아냥거리면서 능력을 의심하지만 지지자들은 위기관리능력을 인정한다. 2004년에 차떼기와 탄핵역풍을 뚫고 한나라당을 살려냈다.
빼앗기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4·11 총선에서도 의회권력을 지켜냈다. 자유선진당이 퇴조하는 등 거의 모든 보수세력이 박근혜의 깃발 아래 모여들었다. 조·중·동 등 보수네트워크도 박근혜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고 있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박근혜 대세론이 전혀 깨지지 않는 철옹성은 아니다. 5·16 쿠데타를 최선의 선택이라고 규정했다가 지지도가 하락한 데서 드러나듯이 박정희 후광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확장성이 한계에 도달한 점도 불안한 요소이다. 다시 말하면 4·11 총선의 지지율이 박근혜 대세의 최대치인 것이다. 보수세력이 총집결한 이상 지지율이 더 이상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 반면에 안철수 바람이나 5·16 발언 등 지지율을 깎아먹을 사안들은 널려 있다.
새로운 가치 보여주지 못하고 대세론에 안주한다면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약점은 당 이름까지 바꾸면서 박근혜 후보가 추진했던 혁신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층의 결집과 관리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국민이 바라는 변화와 쇄신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형태 의원과 문대성 의원에 대해 보이는 태도,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의 국가관을 문제 삼는 것,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나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진퇴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 MBC 파업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등은 박근혜 후보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변화와 쇄신을 이루지 못하면 보수진영이 분열될 것이다.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는 제 구실을 못하는 기존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다. 따라서 새로운 가치와 정책을 선보이지 못하고 대세론에 안주한다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일부가 등을 돌릴 것이다. 비유하자면 박근혜 대세론이 지금은 창대하나 그 끝이 미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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